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와강 Apr 30. 2024

봄의 한복판

강허달림과 박남준


보람찬 하루일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시동을 거는데, 켜놓은 라디오에서 강허달림의 노래가 나온다. 귀보다 먼저 마음에 와 박히는 노래.     


난 그저 나였을 뿐이고

넌 그저 너였을 뿐인

너도 나도 나도 너도

너나 할 것 없는 세상에

생각에 시선에 말들에 웃음에

이미 별볼일없는 것들이진 않아     


노래를 들으며 학교 밖으로 나서는데, 이미 마음은 쿵하고 내려앉은 상태. 아직도 노래 하나에 이렇게 쉽게 마음이 오르내리는 걸 보면, 그 많은 나이를 도대체 어디로 먹었나 싶다. 잠깐 신호에 걸린 틈을 타 라디오를 끄고, 아예 강허달림의 〈기다림, 설레임〉을 반복재생한다. 그래, 한 시간 동안 각잡고 청승을 떨어주겠어!     


추억을 돋게 하는, 묻어둔 상처를 호출하는, 달관한 듯 끈을 놓아 버린, 슬픔을 후벼파는 목소리. 무심해서 아픈 목소리. 오늘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애썼다고 보람차게 길을 나섰는데, 갈수록 마음이 싱숭생숭.... 요상하다.


내 차 안엔 우울의 비가 내리는데, 우쒸! 거리엔 꽃천지. 난데없이 박남준의 시 〈봄날은 갔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그러고 보니 오늘이 4월 30일. 봄이 가고 있나. 아니면 봄의 한복판인가. 뭐 어찌 됐든 난 오늘 강허달림과 박남준, 둘에게 머리를 쥐어뜯긴 채 산발이 되어 귀가했다. 바보같으니, 바보같으니, 바보같으니... ♣      




매거진의 이전글 벗과 함께 상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