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벗들에게

by 민매미


노을 삼킨 땅의 열기 가시고
촉촉한 빗물들 곤히 안겨
한결 차분해진 블럭 틈새서

달빛 거울 삼은
어린 풀잎들의 팔짱을 낀
그대들을
저녁 산책 속에서 마주한다

풀잎의 노래를 벗삼은
그대들은
곤한 하루 속 쳐진 어깨들의
든든한 말벗이 되어준다

이 말 한마디에
찌르, 찌르- 찌르르--
저 말 한마디에
뚜르, 뚜르- 귀뚜르르--

그 어떤 단마디도
대충 흘려 듣거나
성의 없이 답하지 않는,
비밀편지를 주고받는다

새벽까지 쉴 새 없었던
그대들과의 밤샘 대화에

길 위에 머물던 마음들이
서로 다독이며 한데 모였다가
은은한 내일의 숨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