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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현수 Aug 18. 2024

<우리 시 다시 읽기> 이상, '오감도 시제1호'

해설의 해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원문의 한자는 한글로 바꿈.


··· 결국 시제1호에서 암시하고 있는 인간의 불안과 공포는 개인의식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20세기 문명의 특징인 끝없는 경쟁과 속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하여 느끼는 공포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속도와 경쟁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내는 대립과 갈등, 전쟁과 파괴 등의 비인간적 행위가 인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속도와 경쟁을 부추겨 온 물질문명이 인간의 상호 불신과 대립, 적대감과 경쟁의식, 불안과 공포 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도 사실이다. ···

- 권영민, ‘오감도의 탄생’ -



학교 내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미국의 한 학교 상황을 가정하여 비유해 보겠습니다.


전교생이 13명인 한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등교를 마친 후, 이 학교의 학생 중 하나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어떤 사람이 발견했습니다. 총기 난사를 암시하는 내용입니다. 발견한 사람은 곧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출동에 앞서 먼저 학교에 그러한 내용을 알립니다. 


소식을 들은 13명의 학생들은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며 교실을 뛰쳐나와 도로를 질주합니다.(13인의아해가도로를질주하오) 모든 학생의 등교가 끝나 굳게 닫힌 교문을 향해서 말입니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질주하는 학생들은, 자기들 중 누가 언제 총을 꺼내 난사를 하게 될는지 몰라 엄청난 공포 속에서 서로의 모습을 경계하며 달립니다.(제1의아해~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그런데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총을 가진 학생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이 꼭 자기 혼자만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한 글을 올리고 총을 가진 채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13명의 학생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 있는 사람들이면서, 동시에 다른 학생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사람들이 됩니다.(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그래서 실제로는 총을 1명만 소지했건, 2명, 3명 또는 13명이 모두 총을 소지했건, 모두는 무서워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상황은 변함이 없습니다.(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존재하는 13명의 학생들만으로 충분히 무서운 세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이제 질주하던 학생들이 교문에 도달했을 때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고 해도, 이 공포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디든지 이유 없이 남에게 총기를 난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도망치기 위해 아무리 도로를 달려 봐도 소용이 없는 까닭이기도 합니다.(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1, ‘13인의 아해’는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에게 ‘너희 중에 나를 팔아넘길 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서로를 의심하는 13인의 제자와 관련시키는 것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해설의 차원에서는, 두려워하면서 서로 두려운 존재인 현대인 전체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2. 첫째 연의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라는 시구는, 다시 ‘제1의아해’부터 ‘제13의아해’까지 ‘무섭다고그리오’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열거와 반복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고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실은 중요한 상황을 드러냅니다.

즉, 13명이 전체인 상황에서 전체 구성원 하나하나가 한결같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다른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무서워하고 있는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서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자는 13명을 모두 열거하여 이런 상황을 암시한 뒤, 바로 뒤에서 이를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라는 구절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 이 해설에 내 해석은 없습니다. 많은 해석 중에 가장 널리 통용되는 것을 골라 쉽게 풀어 본 것입니다. 해석조차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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