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살 수 없습니다.
역사와 종료를 고찰해 보면
두려움 때문에 혼란의 시대로 빠져든 적은 없습니다."
지역 언론사에 근무하던 꼬꼬마 시절. 우연히 이 영화를 접하고 회사에 강하게 추천한 일이 있다. 직원들 전부를 데리고 아주 작은 극장에서 함께 본 후 감상을 물었을 때 마주한 표정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왜 잊히지 않는지는 여기서 자세히 말하지 않겠다. 그냥 지역 언론의 한계였겠지.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그린 '굿 나잇 앤 굿 럭'은 철저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J.T. 매카시를 중심으로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 유행했던 매카시즘은 '광풍'이었다. 어쩌면 20세기에 벌어진 가장 화려한 사회적 마녀사냥이었을지 모른다. 매카시는 조금이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공산주의로 몰았다. 매카시에게 한 번 공산주의로 몰리면 고발되는 건 기본이고 지위, 명예를 포함해 모든 것을 잃는다. 공산주의에게서 미국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사회적 매장을 당한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 광풍을 멈춘 것이 바로 영화 주인공 '에드워드 머로'. '프레드 프렌들리' 같은 언론인이었다. 아무 증거 없이 공산당으로 몰려 강제 퇴역 당한 공군 장교 이야기를 용기 있게 보도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 보도로 그렇게 단단해 보이기만 했던 매카시즘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정치적 광풍에 반항하는 언론사가 언제나 그렇듯 여러 가지 압박을 받는다. 자칫하면 나무에 매달려 화형에 당할 위기에 처했음에도 머로와 프렌들리는 매카시즘 비판 방송을 계속 강행한다.
후에 매카시즘이 몰락하는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둘이 만든 방송 'See It Now'다. 언론은 원래 그런 역할을 하는 매체다. 세상을 구한 언론 프로그램 'See It Now'. 하지만, 이 역사적인 프로그램도 결국 상업주의가 가진 힘에 굴복하고 만다. 예능 프로그램에 시청자와 광고주를 점점 빼앗기면서 격국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고 만다.
'기레기'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시대다. 언론인 출신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기레기'라는 단어를 내뱉기 전에 언론 발전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나 돌아봤으면 좋겠다. 훌륭한 언론은 참된 언론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독자, 시청자가 만든다. 언론인이 취재와 보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취재와 보도를 통해 참된 언론인이 탄생한다. 그러기 위해 신문을 구독하고 주간지를 사서 보고 시사 프로그램을 더 많이 봐줘야 한다. 하지만, 기사를 돈 주고 본다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어색한 일이 됐다.
언론사도 먹고살아야 한다. 더 좋은 기자를 키우고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눈치를 보지 않고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념과 용기가 아니라 돈이다. 중앙 언론사에 들어가 취재를 하면서 그런 일을 수도 없이 봐왔다.
이제는 기자에게 광고 영업까지 시키는 언론사가 수두룩하다. 팩트를 가지고 취재처를 압박하는 것이 먹히는 시대가 아니다. 특종을 내면 동료 출입처 기자들에게서 회유 전화가 오는 것이 현실이다. 광고로 먹고산다는 건 그런 거다.
언론사와 기자들에 욕만 하지 말고 제대로 된 언론사를 키워줄 수 있는 노력을 해봤으면 좋겠다. 자극적이지 않고 정확한 팩트만을 건조하게 전달하는 언론사가 너무 그립니다.
“TV는 지식을 주고 깨달음을 줍니다. 심지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목적으로 사용할 때만 그렇습니다. 그렇게 쓰지 않는다면 TV는 박스에 담긴 전선과 전구 꾸러미에 불과합니다. 굿 나잇 앤 굿 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