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불꽃은 영혼의 목적이 아니에요.
멘토들은 다 왜 그러는지.
목적, 삶의 의미... 단순하긴."
영화 '소울'은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봤던 영화다. 그런데 이렇게나 인생에 대한 고민이 깊은 영화라니. 개인적으로 '열정', '재능', '하고 싶은 일', '삶의 목표' 이 딴 게 없다면 삶의 의미가 없고 영혼이 굶주려 있다고 느끼던 차, 그런 것들을 찾기 위해 영혼을 괴롭히던 시절에 만난 정말 훌륭한 영화였다.
어른의 삶은 늘 피곤하다. 항상 뭔가를 찾고 있고, 움직이고 힘들지 않으면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다고 느낀다. 뭐라도 해야 한다. 뭐 하나라도 더 익히고 배워야 한다.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재즈 앨범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아까운 현대인이다. 그런 어른의 삶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염된다. 지금 공부하고 있지 않고, 어디서든 책을 펼치고 있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점차 세상의 영혼들은 말라간다.
영화 속에는 현실을 대변하듯 열정에 심취하다 괴물이 된 영혼들이 나온다. 우리 주변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정이라는 것에 목을 매다 괴물이 되어 가는가? 우리나라는 특히 심한 것 같다. 어느샌가 야근, 과로 같은 것이 열정이란 단어로 포장된다. '주말을 쉬지 않고 늦게 까지 일했다', '오늘은 수 백 킬로미터를 운전하고 몇 개의 미팅을 하고 잠을 잘 못 잤지만, 보람찼다' 이런 글과 사진이 SNS에 넘쳐난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 것처럼 추앙받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의 영혼은 평안할까 하는 생각 해 본다.
사람들의 영혼이 가난해지다 보니 인공지능 같은 것들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모두 영혼 없는 존재인데 그들이 나보다 뛰어난 스킬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영화 중반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장자에 나오는 구절(魚得水逝(어득수서) 而相忘乎水(이상망호수))를 인용한 것이라고 하는데.
전에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죠
이 젊은 물고기가 늙은 물고기한테 가서 말하길
"저는 바다라는 곳을 꼭 가고 싶어요"
"바다?" 늙은 고기 되물어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여기 가요?" 젊은 고기 말하길 "여기는 그냥 물이잖아요."
"전 바다를 원해요"
"나는 열정이 부족해"라고 한탄하기 전에 주변과 내면에 있는 영혼과 대화해 보면 어떨까?
영화 후반부에 조는 22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불꽃은 삶의 목적이 아냐.
네가 살 준비가 되면 마지막 칸은 알아서 채워져.
그거 알아? 너는 이미 재즈스러워.
재즈라는 음악에 대해 정의를 해달라고 하면 '자유로운 음악'이라고 하고 싶다. 나도 재즈스럽게 살고 싶다. 열정이 아닌 영혼을 살찌우는 삶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