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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금인형 Mar 05. 2024

너나 잘하세요

하루 한 줄, 하루 한 대사

영화 '친절한 금자 씨' 속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



"어서요... 두부처럼 하얗게 살라고, 다시는 죄짓지 말란 뜻으로 먹는 겁니다."

"너나 잘하세요."


이 대사는 박찬욱 감독이 평생에 내뱉은 말 중 가장 폭력적인 말이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사를 찾아다니면 항상 거절만 다니던 시기. 아는 지인이 "시나리오는 이렇게 쓰면 안 되는 거야. 사람들이 좋아하게끔 말랑말랑하게 써야지."라고 충고하길래 지른 말이었다고.


경험에서 나온 대사여서 인지 모르겠지만,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화 대사가 아닐까 싶다. "어이가 없네."하고 쌍벽을 이루지 않을까? 세상 모든 오지라퍼에게 가하는 최강 일침. '훈수 금지'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한 방이다. 맞으면 내상을 심하게 입는다.


사람은 누구나 '훈수'라는 걸 참기 힘들다. 나는 알지만 상대방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상당히 훌륭한 행동이다. 그것이 '조언'이라면. "내가 하는 말은 '조언'이야."라고 어필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 '훈수질'이다. 내가 저 사람보다 잘났다고 생각해서, 더 많이 안다고 느껴져서, 그거 하나만큼은 내가 더 낳으니까. 그렇게 깜빡이 없이 쑥 들어가 훈수질 하다 "꼰대 새끼", "너나 잘하세요" 같은 소리를 듣고 산다.


나는 내 방식대로 잘 살고 있는데 자기 보기에 잘 못하고 있다 생각해서 '지적'하는 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참을 수 없다. 특히 게임할 때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혼자서 여러 가지 시도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것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거긴 여기로 가서 이 아이템 먹고 요런 기술로 보스를 잡으면 돼"라고 한다. 패드를 얼굴에 확 집어던지고 싶다. 알고 있어도 묻기 전에는 입을 꾹 닫자. 혹시 내게 묻더라고 물어본 것만 답하자. 이것저것 막 던지지 말고.


순전히 모두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나나 잘하자고.


사족.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나 자신에게 지지 말자"라는 말. 그거 나 자신에게 지면 이기는 것도 나 자신 아닌가? 나 자신하고 싸우지 말자. 이겨도 져도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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