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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린정 Jan 31. 2024

한 땀 한 땀 엄마의 정성

나무늘보 엄마이야기 3


어릴 때 왼손잡이인 나를...

어머니는 밥 먹는 것, 글씨 쓰는 것은 오른손을 사용해야 한다며 강하게 오른손으로 그 두 가지를 연습시키셨다. 무엇을 하든 왼손으로 하는 것이 손쉽고 익숙했던 나에게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글씨를 쓰는 건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평소 인자하신 어머니였지만 유독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엄하셨다. 그래서 손등을 맞아가며 혹독한 연습의 결과로 나는 결국 양손잡이가 되었다. 덕분에 살면서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오른손으로 연필 글씨를 쓰면 왼손으로 지우개질을 빠르게 쓱쓱 할 수 있었던 점. 그런 모습에 학창 시절 친구들은 신기해했다.




그런데 왼손잡이인 내가 참 불편했던 게 있었다. 그건 초등학교 실과시간에 처음 배운 바느질이었다. 시장 원단 가게에서 천을 직접 사서 A 라인 스커트를 만드는 수업이었는데, 그때부터 똥 손이었던지 나의 바느질 실력은 친구들보다 훨씬 못했다. 간격도 예쁘게 잘 맞춰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속도도 느렸다. 그래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도와줄라 치면 반대의 방향으로 되어 있는 내 바느질 때문에 도와주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바느질 수업 시간은 조금은 곤욕이었다. 결국 수업 시간에 완성하지 못해 집으로 가져가면 어머니께서 완성시켜 주셨다. 그래서 예쁘게 만들고 싶었던 나의 스커트는 반은 다른 사람의 솜씨로 완성되어 조금은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내가 아이를 가지고 태교 바느질 DIY에 도전했다. 직접 손으로 하는 만들기가 태아 두뇌 발달에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평소 바느질에 소질과 흥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날 아이에게 내 손으로 아기용품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정말 예쁜 태교 바느질 DIY가 많았다.


나는 배냇저고리 세트, 아기 신발, 장난감을 만들기로 했다. 택배 상자에 담긴 DIY 재료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내 아이에게 무언가를 직접 해 줄 수 있다는 기쁨이 참으로 컸다.

직접 만든 배넷저고리와 모자,턱받이, 손, 발싸개


재봉틀도 아닌 손으로, 그것도 똥 손인 내가 한 땀 한 땀 직접 왼손으로 아기 용품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시간 소요가 길었고, 비록 DIY 제품이라 해도 그리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았다.

직접 만든 아기 신발과 장난감


약간은 꼼꼼한 편이라 바느질 간격이 들쑥날쑥한 걸 싫어했기에 꽤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했다.

완성하고 보니 뿌듯!

태어날 아이에게 입혀주고 보여줄 상상을 하니 즐거웠다. 정말 아이는 엄마를 변화시키는 요술 지팡이이다.




지금 이 태교 바느질 용품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거의 남겨져 있지 않다. 어느 순간 자연스레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어째서 별로 남아 있지 않은지 잘 모르겠다. 이 덜렁이... 낡고 닳아서 하나씩 하나씩 정리한 모양이다. 잘 챙겨 둘걸 그랬다.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던가? 그리고 이제는 기억할 수 있는 나이의 아이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참말로 아쉽다.


하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아이에게 보여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아이는 그때 엄마의 마음을 잘 알겠지? 엄마의 사랑이 느껴졌겠지.

내일은 아이에게 이 사진을 보여줘야겠다. 아마도 분명 감동하는 눈빛과 고마움을 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꼭 안아줘야겠다. 혹시 만약 감동해하지 않아도 그때 그 순수한 마음으로 진하게 따뜻한 포옹 한번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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