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능동적인 삶을 살아왔는가?
많은 대학원 관련 글들에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 해당 연구실의 주제로 최소 몇 년간 꾸준히 연구할 자신이 있는지, 해당 분야가 자신이 졸업하는 시점에도 여전히 전망이 있는 분야인지, 그리고 자신이 산/학/연 중 '학'에 적합한지 생각해 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것을 학부생 입장에서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스스로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돌아봤을 때 많은 학부생들이 대학원 진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하듯이' 대학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졸업 후 많은 대학생들이 나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LinkedIn을 통해 메시지로 질문을 하여, 내 생각을 몇 자 끄적이게 되었다.
여기서 고백하자면, 나는 학부 졸업에 5년이 걸렸다(학부 때 과학고/영재고 친구들과 부딪혀 가며 같이 공부를 했던 학부 1-2학년 시절이 나에겐 가장 큰 시련이었다). 그러나, 박사 졸업은 3년 만에 마무리했다. 그러니 그리 머리 자체는 비상하지 않은 한 대학원생이 어떻게 수월하게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는지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원은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스스로의 생활에 대해 능동적으로 책임을 지고 연구를 해야 한다. 대학원 과정은 참 신기한 게, 어느 누군가는 석사+박사를 4년 만에 졸업하는 반면, 어느 누군가는 박사 과정이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N 년 동안 끙끙 앓다가 결국 수료로 마무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나는 이는 자신의 특성을 스스로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고 생각한다(비유를 하자면 본인은 마법사가 되었어야 했는데 전사로 전직하여서 성향에 맞지 않는 일을 했달까. 이 글은 이전 글과 이어진다).
특히 박사과정은 주변인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냐?"라고 질문하면
"그걸 이제 네가 알아와야지"
하는 식의 답변을 받고 강하게(?) 트레이닝받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상황 속에서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굉장히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이러니 대학원이 진정으로 본인이 원하는 길임을 잘 인지하고, 각오를 잘 다져야 한다. 장래가 모호한 것은 당연한 것이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능동적이고 저돌적인 자세'이다. 현재의 모습을 기준으로 장래를 제한할 필요는 없고, 대학원 생활에서 점진적으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다 보면 현재보다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리를 하자면, 대학원 생활의 핵심은 능동적인 태도이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는 자세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지도 교수나 동료가 있어도 성공적인 연구 생활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연구라는 것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필요하다면 최대한 이 분야의 전문가(나 옆 랩의 비슷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를 스스로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기도 하는 등의 움직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과정이 꽤나 안 맞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꼭! 대학원 진학 전에 스스로를 잘 돌아보자. 기업에 가서 상사의 취향에 맞춰(혹은 매뉴얼을 따라) 시키는 일만 제대로 완수하고, 9-to-6 근무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세상을 향유하는 것이 전혀 나쁜 선택이 아니다(Q. 대학원에선? 어림도 없지 주말 출근!). 그러니 스스로의 성향을 잘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