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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pe Lim Oct 14. 2024

대학원 진학 전, 스스로 꼭 체크할 것들 (0)

Introduction: 대학원 생활이 나에게 잘 맞을까 

  대학원 진학. 인생의 큰 전환점이다. 누군가는 대학원 생활을 결혼과 굉장히 동치 되는 개념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다들 그 생활이 힘들다고 하지만, 정작 졸업 후에는 다들 어딘가에서 좋은 직장을 잡고 잘 살아가는 점에서 굉장히 유사하다 (특히, 앞서 경험한 사람들 대부분이 "하지 말라"라고 충고하는 점에서도 둘의 유사성을 느낄 수 있다 lol). 


  현재 많은 미디어에서 대학원 진학 전 연구실을 살펴봐야 할 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대부분 연구실 중심의 조언이 많은데, 정작 자신이 대학원생이 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을 진학하겠다고 결심을 하기 이전에, 본인이 대학원에 맞는 사람인지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물론, 이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 후 정리한 의견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이 미래의 학부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기 앞서, 대학원 생활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거리를 세 가지로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다.


주의: 대학원 생활은 게임에서의 '전직'과 같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대학원 생활은 마치 게임에서의 '전직'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게임 속에서 캐릭터를 키워가며 경험과 스킬을 쌓은 후, 한 단계 더 높은 클래스나 직업으로 전환하듯이, 대학원 진학도 학부 생활 동안 쌓아온 배경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를 재설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게임 속 전직처럼, 어떤 연구 주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플레이 스타일, 성장 방향, 그리고 얻을 수 있는 보상들이 달라진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캐릭터가 망하면 캐릭터 삭제(a.k.a. 캐삭)를 하고 다시 다른 직업으로 전직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원에서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일은 단순한 선택 이상의 의미를 넘어, 앞으로 근 10년간 당신의 미래의 방향이 크게 변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이 진학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고, 그것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치 농구 선수가 축구 선수를 부러워하지 않듯이, 대학원 생활에서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차라리 100m 달리기를 했어야 했나'라고 후회하지 않고,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의 길을 부러워하지 않지 않는가.


  이처럼 대학원에서 특정 연구 주제를 공부하기로 한 결정을 내렸다면,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학원 생활은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경험한 한국 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점이 많다. 더 이상 학교 명성에 따라 줄 세워 평가당하는 시스템이 결단코 아니며(필자는 현재 MIT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와 있는데, 한국의 다양한 학교 출신의 뛰어난 박사들이 MIT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와 있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이처럼 개인의 특성이 대학원 생활에 맞으면, 어느 분야든, 어느 학교의 대학원이든 가더라도 본인의 역량을 꽃피울 수 있는 것이 대학원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연구와 학습을 이어가는 것이 대학원 생활에 굉장히 중요하다. 

 

대학원 진학이 인생의 최적의 선택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학원 진학은 진로 선택에 있어서 흔히 생각하는 '최적의 선택(global optimum)'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준에서 보면, 2년에서 길면 8년 동안 대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그 시간을 활용하여 전문직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준비하는 데 그 시간을 쓰는 것이 경제적 보상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나 역시 학부 시절 교수님과 진로 상담을 하며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다. 교수님께서는 '의사가 된다면 월 1,0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6,000만 원 연봉으로 여러 나라를 떠돌며 그리 풍족하게 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선택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라'는 충고를 해주셨다(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는데...).


  그리고 내 주변만 보더라도, 학부 시절에 군대를 다녀온 후 빠르게 취업한 친구들이 더 안정적으로 잘 살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은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이 빠르고, 그에 따라 경력과 경제적 성과도 일찍 쌓이기 시작해, 지금은 (내 기준) 충분히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 편, 석사 학위만 취득하고도 유명한 테크 유튜버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학부 졸업 이후에는 학위가 나의 직위나 경제적 보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학문적 성취나 내가 아는 지식의 양이 곧바로 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이는 선택과 집중의 연장선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대학원 진학이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이나 시간적 측면에서 최적의 선택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대학원을 선택하는 이유가 단순히 취업이 안 되서인지, 혹은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의한 것은 아닌지(e.g., 막연한 학벌에 대한 욕심)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내가 선택한 이 길을 진심으로 즐기고, 만족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한다. 경제적 보상과는 별개로, 연구의 즐거움과 배움의 깊이를 진정으로 추구할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대학원 진학 ≠ 배움


  20세기에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워낙 부족했다 보니, 기업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면 부랴부랴 해당 분야 전문가인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박사 학위가 더 큰 가치를 가졌을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쌓는 것보다,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당장 Youtube만 보더라도, 내가 배우고자 하는 걸 보고 실천만 하기만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ChatGPT 또한, 더 이상 'know what'이나 'know how'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고 연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따라서 대학원 진학을 고려할 때도, 내가 단순히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대학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지식을 잘 흡수하여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Learning, alone, won't get you a Ph.D.;
creating will.


  나는 위의 문구를 박사 졸업하기 직전에 알게 되었는데, 이 말이 대학원 과정의 의미를 아주 잘 함축한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즉 대학원은 지식을 조합하고 재생산해내는 곳이지, '배우기 위해서' 진학하는 곳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학부생이라면, 진학하고 싶은 연구실의 교수님을 컨택할 때 절.대.로. '더 배우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하고 싶습니다'와 같은 멍청한 소리를 부디 하지 않기 바란다. 





향후 이어지는 글에서는 체크리스트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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