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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호사 강성진 Jul 08. 2024

[강성진 변호사 칼럼]가족이란 간판 아래 어두운 그림자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란 친족간 재산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를 말한다. 이 제도는 ‘형사처벌이 개입되지 않으면 가족 구성원 간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피해의 회복이나 관계의 복원에 더 용이하다.’라는 점을 전제로 가정의 평온을 지키기 위해 가해자의 처벌을 면제하거나 상대적 친고죄로 규정되는 방식으로 시행되어 왔다.    

 

  친족상도례에 의해 우리나라는 지금껏 친족에게 재산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부작용이 발생되어 왔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지난 2024. 6. 27. 위 친족상도례 규정이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헌법 제27조 제5항)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인 가능한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내지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다양한 친족에게 동일한 조치를 하는 것은 본래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고, 발생한 재산죄의 경중에 따라 형사처벌이 개입되지 않는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피해의 회복이나 관계의 복원이 용이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 점’을 근거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했다. 그 결과 별도의 입법이 되기 전까지 친족상도례 규정은 적용이 중지되었다. 즉, 새로운 입법이 있기 전까지 가족 간의 고소가 가능해졌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가족의 의미와 범죄의 행태를 고려할 때 타당하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가족간의 수인 가능한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내지 처벌에 관한 특례의 필요성’은 긍정하고 있다. 새로운 입법이 이를 근거하여 이루어진다면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엔 다양한 모습의 가정이 있고, 수인가능성의 정도 또한 모호하다. ①다양하고 복잡한 친족간 관계와 ②수인한도, 이 두가지 요소가 공존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교과서적으로 떠올리는 따뜻한 가족의 모습 그대로 모든 가정이 꾸려져 있다면, 국가가‘가족이라면 이정도는 가족 내에서 해결해라.’라는 취지로 수인한도를 정할 여지가 그나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족 간의 관계, 각 구성원의 상황과 배경들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특정한 수인한도를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족 내에서 스스로 관계 개선이나 피해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남보다 못한 관계로 명목만 가족으로 남아있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인생을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자기 가족의 재판에 그 흔한 탄원서 한 장 쓰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딸이 성범죄 피해를 당하였음에도 합의금 받을 생각에 환희에 차 있는 사람도 보게 된다. ‘어떤 가족이 이런 형태를 보인다는 점’과 ‘이 가족 사이에 재산죄가 발생했을 때 자정작용을 이뤄낼 수 있는지 여부’는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사실 신기루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처럼 현실의 가족 구성은 일반화가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국가의 제도는 그 다양한 경우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극단적인 상황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보다 못한 가족에게 피해입은 피해자의 수인한도를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새로 입법될 법에서는 친족간 범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이외의 친족에 의한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하는 형법 제328조 제2항이 같은 날 합헌 결정된 것을 고려할 때 그 이상의 적극적 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가족 간의 범행인 경우 형사절차의 개시 자체가 피해자의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형을 면제하던 내용을 삭제하고 위 형법 제328조 제2항처럼 친고죄로 규정하는것도 일응 타당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친고죄의 경우에는 6개월의 고소 기간 안에 고소해야 한다는 사실(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조차 모르는 점, 고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과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점이 융합될 때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친족간의 재산범죄를 단순히 친고죄로 규정하는 것이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필요한 경우 제도적 개선을 통해 가족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별도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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