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24. 이혼 100일 차
124. 이혼 100일 차
삼겹살
2014년 6월 8일 일요일 흐림
집밥을 먹기로 했다.
마트에서 육개장, 북엇국 등 3분 요리 제품들을 몇 개 담았다. 고시원 주방에서 김치와 밥을 퍼 왔다. 북엇국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롯데손해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볼보 자차 수리 사고접수를 하고 사고번호를 수리업체 사장에게 문자로 전송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공모전 UCC 편집을 위해 ㅈㅇ이 도착했고 뒤이어 1학년 팀장인 ㅈㅎ도 도착했다. 편집은 ㅈㅎ이 맞았는데, 프리미어로 작업을 하다 에펙으로 바꾸었다.
“손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세 남자가 좁은 방에 모여 편집하므로 에어컨을 틀었다. 이에, “형님이 더워서 그러는 줄 알고 참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에어컨을 잘 켜지 않는데, 학우들이 더울까 봐 배려한 것이 ‘추웠다’라고 말했다.
영상은 교통사고 씬은 그가 촬영했으나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지 못해서 다소 단조롭게 편집되었다. 다만 6일 날 촬영 영상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특히 장면 전환을 하면서도 음성을 맞추는 편집 실력은 박수할 정도였다. 그런 ㅈㅇ은 작업 중간중간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며 머리를 식혔다.
편집은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때로는 지루하게, 때로는 장면을 떼었다 붙여가며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ㅈㅇ이 “편집은 이렇게 연출자가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방송국에서는 대본하고 화면만 던져주고 퇴근해 버려요. 그러면 나는 밤새워 작업해 건네주면 ‘이게 뭐냐?’라고 지랄해요. 그래서 그만두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이런 영상작업은 좋지?”라고 물었다.
“그럼요. 이런 거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뉴스 편집은 기계적이잖아요.”
얼추 편집본이 완성되었다. 프로를 잡아 오니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머지 작업은 사운드를 입히는 것이므로 오늘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그가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라고 말하며 앞장서 [새마을 시장]으로 향했다. 삼겹살값은 100g에 22,200원이었다. 주인장에게 “남자 셋이서 먹으려면 얼마나 사야 합니까?”라고 물었고, 상추, 소주도 샀다. 술자리는 옥상 야외 테이블이었다. 그렇게 이들은 방송대 총장 배 영상출품작을 필두로 단편영화 사단이 되기로 했다.
일찍 시작한 술자리는 10시경 만취했다. ㅈㅎ이는 “미야리, 미야리 가요. 전에 형님이 이ㅇ랑 강남 데리고 가셨잖아요. 아주 죽였어요.”라며 술집을 가자고 꼬드긴다.
‘아, 이들을 데리고 강남에 갔었구나.’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쓴 돈이 120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ㅇ 녀석은 도움이 되지 않고 ㅈㅎ이만 남아 있다. 그가 씁쓸한 기분에 말했다.
“401호에 수건이랑 다 있다. 들어가 자라!”
그리고는 택시를 잡아타고 여자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여자도 “삼겹살을 볶아먹었어.”라며 더 볶아냈다. 딸아이와 마주 앉아 또 삼겹살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