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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Aug 27. 2024

이혼 축하금

[연재] 123. 이혼 99일 차

123. 이혼 99일 차     


     

이혼 축하금     


2014년 6월 7일 토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봤다. 

  08시 44분이었다. 샤워하고 볼보 승용차를 가락동에 있는 수리업소에 맡기려고 서류를 준비하다 시간을 봤다. 그제야 06시를 08시로 잘못 본 사실을 알았다. 시력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하다, 가죽시트에 보호크림을 바르는 일을 하기로 했다. 1회 용 비닐장갑을 끼고 스펀지에 가죽 크림을 발라 조수석 의자부터 닦았다. 벌써 7년이나 지나고 있기에 가죽의 기름기가 남아있지 않아 푸석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주차장 한쪽에 있는 식당 음식 쓰레기통은 밑이 깨져서 물기가 바닥으로 흘러 흔적을 남기고 냄새까지 풍겼다.      


  “점장, 음식물 쓰레기 통을 수선하던지 해야겠어?. 냄새가 너무 나.”

  “예, 내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래전부터 그런 상태였는데 ’그냥 둘까 ‘ 하다가 오염이 가속화되어 바꾸도록 부탁했다.    


  

  9시가 조금 못 되어 그가 덴트업체 사장과 통화했고 “문은 열려 있습니다.”라는 말에 출발했다. 업체는 송파경찰서 근처에 있었다. 남자답게 생긴 직원이 나와 맞이했다. 그가 “사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자차 수리할 것이고요. 사진 몇 장 찍고 갈게요?”라고 말하자 “꼼꼼한 성격이시네요?”라고 대답했다.   

   

  “분쟁 생기면 피곤한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사전에 분쟁을 막을 자료는 있어야지요?”     


  수리는 ’ 하루가 소요된다 ‘라고 했기에 택시를 이용해 빌딩으로 돌아왔다.



  늦은 점심은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고시원 공동주방에서 3인분의 쌀을 씻어 ‘취사’ 버튼을 눌러두고 마트로 향했다. 삼겹살, 모둠 야채, 마늘, 소주, 공동 세탁실용 세제를 샀다.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굽고 마늘과 된장을 준비, 혼자만의 만찬을 시작했다. 그렇게 ‘부족한 단백질과 야채를 충분히 공급하는 식사를 했다’라고 생각하며 드럼이나 치며 놀겠다는 계획을 세울 때 여자가 전화했다.     


  “차가 필요한데. 월요일 월례회가 있어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거든.”

  “차는 월요일 날 가져오기로 했는데.”     


  오후 6시까지 영업이라고 해서 ‘월요일 날 출고를 한다’라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지금 여자는 갑자기 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술을 마셔서 운전 못하니 당신이 택시 타고 와서 찾아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가 “나도 막걸리 한잔했거든. 어떻게든 내가 해볼 테니 업체 전화번호를 줘.”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짜증을 내며 “전화번호 줘서 뭐 하려고. 내가 택시 타고 가서 대리운전으로 보낼게.”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송파경찰서로 갑시다.”


   그렇게 덴트 업체에 도착하니, 자동차는 새 차처럼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었다.      


  “문콕 하나도 폈습니다. 50만 원 입금되면 보내 주십시오.”

  “예 압니다. 예전에 한 번 그렇게 한 적이 있습니다.”     


  가해자가 있는 볼보 수리 사건에서 보험사는 차주 앞으로 수리비를 입금했었다.      



  대리기사와 집까지 오면서 여자 이야기를 했다. 대리기사가 “사실 저도 이혼 접수는 했습니다. 한 달 후에 오라고 하네요. 두 번의 수술했더니 성생활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가 “한 달 후에 오라고 했다면 두 사람이 완전하게 협의이혼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재산분할이나 자녀 양육 등이 합의되어야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기사가 “아이들은 다 컸습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룸미러로 기사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나이는 60세 정도였으며, 직장생활을 했을 얼굴이었다.      


  “늙은 여자에게 남자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이지요. 남자도 그런 처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 이혼이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섹스라는 부분이 아주 귀찮은 것은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그러는 사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가 “요금은 12,000원이라고 하더군요. 3,000원은 이혼 축하금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하하, 감사합니다.”라고 웃었다.     



  집에 오니 문이 열려 있었다. 여자가 안방에서 나와 맞이했다. 그가 가슴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젖꼭지에 입술을 갖다 대고 빨아대기 시작했다. 이내 두 사람은 알몸이 되었고 정상이로 시작해 가위 치기 자세로 옮겼다. 장마로 물이 가득한 댐 물이 쏟아지듯 그렇게 그의 정액은 분출했다. 오랜만의 분출이었다.      

  “막걸리 한 잔 할랑가?”

  여자의 말에 “그래야지”라고 대답하며 일어나 샤워하고 술을 사러 나갈 준비를 했다. 여자가 “혼자 있을 때 마시게 양주 좀 좋은 거 사 와!. 거기에 두 병이나 있어서 하나 훔쳐 오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마트에서 막걸리 세 병과 임페리얼 15년을 집어 들었다.      


  “12년은 너무 싸구려라 돈 좀 썼다.”     


  막걸리 사발을 부딪치며 대화가 시작되었다. 여자가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손해인 거 같아. 생활비도 350만 원으로 줄어들고.”

  “손해 이익이 어디 있냐? 그렇게 사는 거지. 언제부터, 내가 당신에게 분노가 있어서 추한 꼴을 많이 보였어. 나는 앞으로도 그게 두려워서 집을 나간 거야. 그리고 이혼도 그런 부분의 생각도 작용했어. 물론 당신의 행동이 나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말이야. 지금도 골프장 어쩌고 하고 있잖아. 당신도 편하게 살려고 이혼에 동의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거야.”

  “하긴, ㅎㅇ 엄마는 성관계를 안 한 지, 15년도 넘었다고 하더라. 유방암도 그런 스트레스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닌지 말하더라고. 성관계를 하게 되면 유방을 만지고 그래서 조기 발견도 된다며. ㅎㅇ아빠가 당뇨가 심해서 성관계가 안 된데.”

  “빌라 80채를 짓는 정력이, 성기능 불구에서 승화되었구먼. 어쩐지. 성적 불만족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예는 아주 많아. 중국의 역사서 ‘사기’를 사마천 알지? 사마천이 친한 친구를 변호하다 황제에게 찍혀 사형을 언도받아. 중국에서는 사형을 언도받으면 살 수 있는 방법은 많은 돈을 내고 면죄를 받거나, 궁형을 당하는 일이었어. 사마천은 돈이 없어서 궁형을 택했지. 치욕스러운 궁형을 받고 살아남아서 ‘사기’를 쓴 거야. 아마 그 아저씨도 성적 불만족을 사업으로 승화시킨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근데 여자들은 생리가 끝나면 성욕도 없어진 데. 언니들도 그러더라.”

  “그래? 임신의 위협이 없어서 더 자유스러운 성생활을 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

  “아니야, 그건 당신이 몰라서 그래. 주위에서 다들 그러더라. 애액도 나오지 않는데”

  “젤 바르고 해도 느낌이 없데?”

  “그렇다니까?”     


  폐경기 여자는 여자가 아닌 사람이라는데, 흥미 있는 이야기였다. 그가 대화를 마치고 대리운전을 불렀다. 그렇게 빌딩까지 벤츠 SLK 로드스터는 루프 탑을 연 채 달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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