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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만 11시간전

공모전 응모 영상 촬영

[연재] 122. 이혼 98일 차

122. 이혼 98일 차      


    

공모전 응모 영상 촬영     


2014년 6월 6일 금요일 맑음      


  “띵똥-”

  새벽에 초인종이 울렸다. 그가 일어나 모니터를 확인하니 여자가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그가 “일찍 왔네?”라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안방 침대로 가서 누웠다. 여자도 욕실로 들어가 샤워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으나 욕정이 일었다. 여자가 “시작해서 오늘은 안돼!”라고 거절했다. 물론, 생리를 시작한 것은 알았다. 그가 가슴을 더듬으며 만지작거렸다.     


  “밥은 먹고 가야지?”

  새큼한 불미나리 무침과 호박 된장국이 식탁에 올라왔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고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시작했다.     


  “오늘 뭐 하냐?”


  상대방이 그의 부탁을 들어준 듯했다. 1학년 팀장 ㅇㅇ은 방송국에서 촬영하는 프로다. 오늘 영상 촬영은 그가 연기를 해야 하므로 카메라 캐논 5d Mark3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간택된 것이 ㅇㅇ이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할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그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볼보 승용차를 타고 빌딩으로 향했다. 날씨는 매우 맑고 뜨거웠다. 주차장에서 카센터 씬을 촬영하기로 했기에 장비와 공구들을 챙겨 일렬로 늘어놓고 주변을 정리했다. 입구의 음식물 찌꺼기와 개똥도 치워야 했다. 잠시 후 ㅇㅇ를 앞세우고 허ㅇ과 한ㅇ 학우가 도착했다.   

   

  “우리 면허시험장 정비소에서 카센터 장면은 찍지?”


  허ㅇ의 제안에 “현실감 있는 장소가 좋긴 하지. 그러자!”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술집 대화 씬은 지하 홀에서 촬영했다. 그렇게 프로작업을 한 ㅇㅇ이 카메라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었고 편집에 적합한 영상을 만들어냈는데, 촬영이 반복되고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가 사고 장면을 35분 만에 찍었는데, ㅇㅇ은 대사 장면을 한 시간 가까이 찍었다. 다들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연기자 노릇이 쉬운 것은 아니구나.”     


  그러함에도 다들 진지하게 술집 대화 씬을 촬영하고 볼보 승용차를 타고 도봉구로 이동했다. 오후 2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 “점심을 드셔야죠?”라고 제안하기에 추어탕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ㅇ 학우가 “오늘 식대는 내가 일단 계산할게.”라고 말할 때도 이때였다. 지난번, 영어학원 동영상 사례금으로 받은 돈이었다. 이때, ‘남은 돈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가 예전에 말한 대로 정리했다.      


  “일을 가져온 사람이 30% 가져가고요, 30%는 쓰고, 나머지는 적립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이번 행안부 응모는 모든 명예는 허ㅇ이 가져가고, 상금은 이리 내놓기로 했습니다. 1등 3백만 원을 타면 백만 원은 조명을 사고, 백만 원은 나눠서 쓰고, 백만 원은 적립하기로 했습니다.”     



  카센터 씬과 스티븐 리 배웅 장면은 도봉면허시험장 정비소와 로비에서 촬영했다. 빛이 강해서 명암 때문에 고생했지만, 그런대로 촬영했고, 로비 씬은 그늘이어서 휴식 겸 진행할 수 있었다. 촬영을 마쳤을 때는 저녁 5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멤버 중 한 명인 김ㅇㅇ 학우가 사는 퇴계원으로 향했다. 김ㅇㅇ 학우는 지방선거 구의원 출마를 권유받았는데, 특별당비 3억 원을 받아들이지 못해 공천을 포기했다. 그는 최고의 번호를 받을 수 있었으므로 당선이 확실했지만 포기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늘 도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대미지가 커”라고 말하며 결정을 후회했다.      


  그렇게 도착한 김ㅇㅇ학우의 건물은 그가 1/3 지분을 낙찰받은 빌딩 건너편이었다. 그런 이유로 낙찰받은 빌딩의 사연도 잘 알고 있었는데, 퇴계원에서 38년 동안 이장을 하고, 이장 협의회 등을 역임했으며, 지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그랬다. 방송대도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어 미디어영상학과도 졸업했으며, 이번에 농학과에 입학했다가 바빠서 휴학할 정도로 배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학우였다.      


  “장어 어때?”


  김ㅇㅇ 학우가 추천하는 장어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다. 촬영하느라 고생한 ㅇㅇ이 ' 친구와 약속이 있다 '라면서 먼저 일어섰다. 잠시 후 그도 일행을 태릉역에 내려주고 잠실로 돌아왔다. 피곤이 엄습하는 가운데 장비를 옥탑방으로 끌어올리고 샤워를 한 다음 오늘 찍은 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영상은 확실히 잘 찍었고 그의 연기도 볼만할 정도였다. 물론 매력적이진 않지만. 내일은 볼보를 덴트 업체에 수리 맡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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