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보다 가벼운 내 엉덩이
아침에 내린 비를 보며 호미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비가 내린 날에는 흙이 말랑말랑해 잡초를 캐기 좋거든요~
써야할 글들이 산더미인데 그것들을 뒤로하고 호미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장갑을 끼면 뿌리의 깊이를 알 수 없어서 맨 손으로 잡초들을 캡니다.
흙이 손에 닿는 거친 느낌이 좋습니다.
비에 젖은 흙냄새도 너무 좋습니다.
잡초는 나무들 사이에 자리잡고 자라길 좋아합니다.
나무에 상처를 내지 않게 조심조심 녀석들을 뽑아내야 합니다.
어떤 녀석들은 말랑말랑해진 흙 속에서 쏘옥 빠져나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녀석들은 어찌나 깊이 뿌리를 내렸는지 호미와 제 손으로 파도 파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입니다. 잡초는 뿌리를 제거해야 또 나오지 않기 때문에 뿌리까지 쏙 빼주는게 중요하거든요.
질긴 녀석들을 만나면 낑낑대며 뿌리를 뽑습니다.
그러나 그 녀석들을 하찮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엉덩이가 가벼운 저보다 더 진득하게 땅위에 앉으려 하는 녀석들이니깐요.
잡초들은 글 하나 완성하지 못하고 엉덩이가 가벼워 이것 저것 부산스러운 저를 딱하다 여깁니다.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리 잡은 잡초들을 캐내면서
그들의 진득함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잡초들은 오늘 뽑아도 또 내일이면 싹을 트고 나옵니다.
못난 저의 노트북에도 내일이면 새롭게 글이 써지길 바라는 마음이 드네요.
비 냄새 흙 냄새 맡으며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