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 노마드 Jun 02. 2024

프로젝트가 산으로 못 가게 하는 법

에자일이 답인가?

패션 트렌드가 변하듯 직장에서도 늘 변화의 바람이 분다. 변화지 않는 것은 변화뿐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와닿는 시기가 없었다고 본다. 그 변화에 발맞추어 직장에서도 여러 가지 비지니스 기법이 오고 가곤 한다. 


온갖 업무가 다 프로젝트화 되는 지금, 바로 에자일 (Agile)이라 불리는 프로젝트 관리 (Project Management, PM) 기법이 유행이다. 물론 에자일은 어제오늘 나온 트렌드는 아니지만 말이다. 


모두 업무가 프로젝트화 된다는 것은 모든 업무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그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자원이 유한하며,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관리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다음을 위해 개선안을 준비하는 것 까지가 프로젝트 관리다. 


관리 그까짓 거, 뭐 어려울까? 싶겠지만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없는 프로젝트와 있는 프로젝트의 차이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한숨소리 개수부터 차이가 난다. 업무 방식, 보고 체계, 예산 승인, 인력 투입, 중재, 토론, 마감 관리까지 모든 것이 프로젝트 매니저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쓰는 업무 방식이 바로 요즘 직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그 '에자일'이다. 


프로젝트 관리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크게 두 가지 프로젝트 관리기법에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워터폴과 앞서 말한 에자일이 그 주인공이다. 


워터폴 (Waterfall) 방식

쉽게 말하면 소위 옛날 방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구닥다리 같지만 꼭 그렇진 않다. 워터폴 방식에서는 프로젝트가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담당자들끼리 알아서 지지고 볶는다. 프로젝트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한꺼번에 '짜잔~' 하고 업무성과를 발표하거나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아래와 같이 인사교육 분야에서 교육자료를 만들 때 많이 쓰던 방식이기도 하다. 


교육 니즈 분석 -> 교육 디자인 > 교육 개발 > 교육 > 평가 및 점검


이 방식이 담당자의 피를 덜 말리는 측면도 있다. 윗사람에게 보고하거나 일의 과정을 (draft) 보여줘야 할 일이 적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간 점검이 적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실패할 리스크도 그만큼 올라간다. 


에자일 (Agile) 방식

에자일은 빠르게 실패하고, 다시 만들어서, 다음 단계로 나가는 방식을 반복하는 프로젝트 관리 기법이다. 프로젝트의 결과물 달성에 필요한 요소를 분석한 뒤, 업무 중요도 및 인력 등 주요 요소를 바탕으로 2주 단위로 달성해야 할 소목표로 잘게 쪼갠다. 그렇게 2주 단위로 프로젝트의 뼈대가 되는 것을 계속 양산하고, 토의하고, 다시 고치고, 다시 만나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 방식이다. 계속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최종 결과물에 도달하게끔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당연히 리스크가 매우 적어진다는 것이다. 매일 관련팀이 만나서 업무의 진척상황, 문제점, 서로 알아야 할 점에 대해서 계속 토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스크럼, 스크럼 마스터, 칸반 보드 등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영역이지만 결국은 매일 만나서 미팅을 하고, 미팅에 결과에 맞춰 업무를 개선하고, 서로 아이디어와 진척상황을 꾸준히 공유하고, 마감일을 체크하면서 같이 작업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잘 굴러가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로 스크럼 마스터, 즉 기존으로 치면 프로젝트 매니저다. 


에자일이 답인가?

실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워터폴과 에자일을 섞어 놓은 형태다. 에자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쓰이는 기법이라 대부분의 업무에 꼭 들어맞지는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MVP (Minimum Viable Product)라고 불리는 테스트 가능한 결과물을 2주마다 내놓을 수 있는 업무가 많지 않다. 2주 단위로 업무를 쪼개기 보다는 업무 특성과 목표에 맞게 적당하게 일하고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면 좋다. 


다만 에자일이 유행하면서 에자일이 필요하지 않은 일에도 에자일을 가져다 붙이고 싶어서 에자일을 도입하려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남들 다 쓰는 용어로 대화하고 싶은 심리인지, 포모 (Fear of Missing Out, FOMO) 심리인지 그냥 자주 만나서 회의하고, 미완성 결과물이라도 서로 자주 확인해서 마지막에 깜짝 놀라는 일이 없도록 일하자는 말을 에자일 용어를 써가며 하려는 경향이 높다. '뭣이 중한디~' 소리가 절로 난다. 


그러나 회사에서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업무의 과정과 결과다. 회사는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냐고? 뭐 꼭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정이 엉망인데 결과만 좋기가 힘들고, 과정이 좋았는데 결과가 안 좋기도 힘들기 때문에 업무를 이끌어 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지면 프로젝트가 결국 산으로 간다.


우리가 이걸 왜 하는 거지?

이거 내가 해야 하는 일 맞나?

이건 누구한테 물어보지?

다른 팀에선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다 알고 있겠지?

어디까지 보고를 해야 하지?

누구한테 어디까지 보고를 해야 하지?

일주일 정도 늦는다고 문제 생기진 않겠지?


위 질문이 나오지 않게 만들고, 이런 질문이 나왔다고 일정, 목표, 리소스에 맞게 잘 조율하는 것이 바로 프로젝트 매니저의 일이다. 회사에서 갑자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면, 질문 머신이 될 준비를 하라. 프로젝트의 목표, 마감, 리소스, 위험요소, 리드 타임, 변수를 관리하면서 결과물을 제때에 성공적으로 내놓으려면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량이 중요하니까!

이전 04화 "부장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