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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y 06. 2024

고흥에 머물다-남편의 첫사랑을 만나다.

고흥 나로도청정수산물 축제에서

남편의 첫사랑을 만나다.

일시 : 2024년 5월 4일
장소 : 전남 고흥군 동일면 나로항


고흥에서는 제14회 우주항공축제가 열린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서 열리는 본행사, 나로항에서 열리는 제7회 청정해산물축제
그리고 녹동항에서는 드론쇼가 펼쳐진다.

남편은 사람 많이 보이는 곳이 싫어 규모가 큰 축제에 잘 참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날 보성 일림산 등산 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현수막을 보고 온 남편이 말했다.
"이번 축제 때 남궁옥분 온다는데...... 언제 공연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네."
"네, 그래요, 찾아볼게요"
인터넷 검색으로는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로도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가수 공연은 6시라 한다.
그래서 일림산 철쭉 축제와 등산 대신 청정해산물축제가 열리는 나로항으로 공연 보러 가기로 했다.
나도 고흥군 귀농어촌SNS 행복작가단이라 고흥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고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부부 특히 남편은 7080 음악을 좋아한다. 요즘 행사장의 공연은 기승전 모두 인기 있는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는 데
통기타 치는 7080 가수가 온다니 그 아니 반갑겠는가?

20세 시절이 생각나는지 남편은 볼에 홍조까지 띠며 하는 말
"남궁 옥분이 내 첫사랑이다."
"네, 좋으시겠어요. 공연 보러 가요."
그러나 60 넘은 나이에 질투는 없다.

우리 집에서 나로도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먼 거리, 길이 좁고 구불구불하여 평소에는 잘 다니지 않는다. 나로도 가까이 가니 교통이 정체되었다. 나로항 인근 길가에도 주차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평소 조용하던 나로도가 인산인해다. 금방 차가 빠져나간 길가에 주차를 하고 나로항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차도 사람도 가득하다. 처음 눈에 뜨인 것은 무료셔틀버스다. 여기서 나로우주센터까지 태워준다고 한다.
본행사장에 가보고 싶지만 공연까지 3시간이 남았다.  갔다 오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눈앞에 있는 쑥섬도 있지만 가기에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일찍 가서 공연장 맨 앞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이다. 보고 싶고 쓰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여유 있게 공연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나로항을 돌아보다.
나로항은 예전에는 큰 어항으로 바다에 파시가 열렸다고 한다. 한 번에 500척 정도의 배가 들어왔다고 하니 바다 위에 파시가 펼쳐진
광경이 상상이 된다. 지금은 작은 고깃배들이 줄지어 정박하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인파로 북적였을 번화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변에 상가가 잘 발달되어 있었는데 음식점, 숙소, 유흥가가 적당하게 들어서 있었다.
파시가 안 열리는 지금은 그 자리를 관광객이 메워주어야 할 텐데......


  행사장을 둘러보다.

행사장은 크지도 작지도 않다. 중앙에는 무대가 있고 가장자리에는 부스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먼저 수협에서 운영하는 부스가 보였다. 맨 앞쪽에 있었는데 나로도에서 나는 음식들을 무료로 시식하는 부스이다. 회, 떡, 물김치,
김치, 전이다. 음료수도 챙겨 주셨다. 토요일인데도 나온 나로도 수협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것 같다.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다음은 부스들을 둘러보았다. 한쪽면은 음식을 파는 곳이었고 다른 촉은 특산물 판매와 체험행사를 하는 부스였다. 간장새우, 돌미역, 거북손, 서대 등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버터 바른 오징어, 헤밍웨이도 있다. 음식점 이름인가 보다. 무료 시식으로 배를 채워서 음식점에 들러지는 않았다. 간장새우와 꼴뚜기수육, 버터 바른 오징어가 눈에 들어왔다.

     개막식
축제에 애쓰신 분들은 인사말과 노고를 치하해 주고  공영민 고흥군수는 우주인도 먹고 보고 자고 가는 청정수산물 축제에 오셔서 많이 드시고 지인에게 택배까지 보내주라고 인사말을 하셨다.
구수한 말투가 이웃집 주민처럼 친근하다.

     드디어 공연 시작하다.
젊은 가수들이 신나게 귀엽게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박수도 치고 호응도 하고 엄지 척도 해준다. 일부 관객들이 일어나 무대 앞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고흥출신 최나리라는 가수가 나오니 응원하는 분들이 더더욱 많다. 무대 앞이 가득해 맨 앞에 앉은 나는 가수 얼굴도 안 보인다.
'고향은 좋은 것이여.'

이북출신 가수 아코디언 가수 유현주 씨가 출연했다. 신나는 연주와 에너지 넘치는 말투, 그리고 재치 있는 입담이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흥이 많은 고흥 사람들이 호응도 잘해주었다.

트로트만 계속되는데 지루해질 때쯤 배금성 씨가 출연했다. 같은 트로트이지만 앞의 젊은이들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감성적인 분위기 있는 노래로 시작하여 두세 번째 곡은 고흥의 흥을 돋우려고 작정하는지 빠른 곡을 신나게 부르고 고흥의 관객들도 신나게 춤춘다. 고흥분들의 흥도 보통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쏵 날려버릴 듯하다.

남궁옥분 - 노래와 순발력있는 토크로 관중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드디어 그분의 모습이 보인다. 까만색 모자와 짧은 나팔바지


남편이 부산하다. 가방에서 유성매직을 꺼낸다 그리고 큰 글씨로 적는다. 응원피켓이 완성되었다
"나의 첫사랑 남궁옥분"
얼굴이 상기되고 이상한 에너지가 생긴 것 같다.

매니저가 튜닝한다고 무대에 먼저 들고 올라온 기타가 기대에 부풀게 한다. 트로트도 좋지만 7080 통기타나 발라드가수. 댄스가수도 조화를 이루어 초대하면 좋겠다.

때로는 당신 생각에 잠옷 드는 날도 있었지~~~
사랑사랑 누가 말하나. 향기로운 꽃보다 진하다고 오오~~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무대 앞이 꽉 차버린다.


남편은 자기가 적은 피켓을 들고 의자에 앉아 흔든다. 아무리 흔들어보아도 소용이 없다.
남궁옥분 씨뿐 아니라 주변의 누구도 '나의 첫사랑 남궁옥분'이라는 피켓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미 남궁옥분 씨 관심을 받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악수도 하고 있다.

샘통이다. 하며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노래 부르는 내가 남궁옥분 씨 가까이로 나가 피켓을 들라고 했다.
이미 의자 앞 빈 공간에는 춤추는 이들로 만원이다. 맨 앞에 앉은 나에게 남궁옥분 씨는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남편이 피켓을 들고 가까이 가고 나는 사진을 찍어주려고 따라갔다.
드디어 보았다. 남궁옥분 씨가 보고 감사합니다 하며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더 이상의 관심은 없었다. 남편만의 첫사랑이 아닌 것 같다. 거기에 있는 그 시절 사람들 모두의 첫사랑인가 보다.
남편은 악수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여러 방법으로 관심을 끄는 사람들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단지 피켓을 든 사람은 혼자였다. 그래서 조금은 더 관심을 받았으리라.
사랑사랑 노래가 끝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중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하나도 빠지는 게 없는 분이다. 나는 그분 목소리가 밁다고만 생각했지 일부러 공연을 보려고 찾아갈 정도의 팬은 아니었는데 오늘 그분의 팬이 되었다.
남궁옥분 씨가 첫사랑도 아닌 내가 다른 생각은 전혀 안 하고 노래에 푹 빠졌을 정도다.

앞에 나가 관심을 받기 좋아하지 않는 나도 스스로 일어나 마지막 기차놀이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군수와 면장등이 무대에 올라가 카운터를 했다. 남편은 그 사이에도 남궁옥분 씨가 무대에서 내려오나 쳐다본다. 불꽃놀이를 하는 도중에 남궁옥분 씨가 무대를 내려왔다. 남편이 팽하니 간다.
그리고 어두운 공간에서 만나  옆에선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이제까지는 연예인과 사진을 찍을 때면 나보고 찍으라 했는데  오늘은 자기가 서있다.
어두운데 후레시를 터트려야 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셔터를 세 번 누르고 나니 다른 팬이 남궁옥분 옆에 선다.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포토타임은 끝났다. 단 10초의 시간이 주어졌을 뿐이다.

사진은 어떻게 되었을까?








분위기는 좋은데,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왠지?????

잠시 후 후레시 작동을 해보았다. 그때 안되던 것이 잘 된다. 나는 휴대폰이 S23이라 별사진도 찍을 수 있을 만큼 웬만한 사진은 잘 나온다.
그런데 그때는 잘 안되었는데 그 순간 왜 생각이 안 났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진을 보고 남편은 말없이 차로 발길을 옮겼다.

요란한 폭죽 소리한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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