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비가 오다 갠 날이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바깥을 보고 있던 남편이
"여보, 뱀이다."
뱀 소리만 들어도 징그럽습니다. 뱀이 나에게 어떻게 한 일도 없는데 뱀을 본다는 것은 숨 막힙니다. 그런데 우리 집 마당에 뱀이라니
뛰는 가슴으로 마당 쪽 유리문으로 슬금슬금 나가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뭔가가 툭 떨어집니다.
인기척에 놀라 뱀도 당황했나 봅니다.
그 순간 나는 보았습니다. 실뱀보다는 큰 20cm가량의 흰 뱀이었어요. 거실 새시 아래쪽에서 댓돌로 떨어졌어요.
아마도 가장 햇볕이 좋은 쪽을 선점하고 누워 있었나 봐요.
우리 둘은 숨을 들이쉬고 창고에 가서 1.5m짜리 고춧대를 찾아왔어요. 긴장하고 마음의 준비하는 사이 우리는 차마 쳐다보지 뱀을 보지 못했어요. 어디에 숨었겠거니 생각했어요.
눈앞에는 없었답니다. 신발장부터 들어내고 찾았어요. 신발 한 짝 한 짝 고춧대로 들어내었지요. 신발 속에 뱀 있나 확인하고 다음 짝 순으로요. 한 사람당 등산화만 세 켤레, 운동화, 아들 신발 다 들어내어도 없었어요. 긴장이 풀어지려고 하다 신발장도 이리저리 들어보고 엎어도 보았어요. 없어요. 뱀은 우리가 급한 숨을 몰아 쉬고 진정하는 사이 이미 나갔나 봐요.
변온 동물이 뱀이 습한 장마철에 따뜻한 곳에 자리 잡고 체온을 높이려 했나 봐요. 텃밭농사를 하며 혹시 뱀이 나올까 걱정을 한 적이 있는데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어요. 집에도 벌레들은 거의 들어오지 않아요. 민달팽이는 한두 마리 들어와도 지네도 없었어요. 단지 하루살이들 날파리들만 많지요.
이전에도 오늘 그 뱀 닮은 것을 회관 앞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때도 빠르지도 않게 우리 앞을 지나갔고요. 우리도 개의치 않고 지나갔어요.
이 뱀이 동네를 돌아다니나 싶네요. 그 후 뱀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겠지요.
어린 시절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많았던 그때, 뱀으로 장난을 많이 쳤지요. 학교 가는 길에서 여자아이들 쪽으로 뱀을 던지면 놀라서 고함지르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어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말벌집을 건드려 놓던 날은 선생님에게 들켜 하루 종일 운동장을 돌던 모습을 보았지요. 그 태는 뱀이 참 많았는데
시골 동네에 이사 와서 2년에 한 마리 본 것이 다입니다.
왜 그런지 어린 시절에도 지금도 뱀은 징그럽고 무섭습니다. 우리 집에 나타나니 더욱 그렇지요.
어찌 보면 뱀이 잡아놓은 햇빛 쬐기 좋은 장소를 빼앗아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전하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바라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안전하게 잘 지내기를
뱀을 볼 수 있는 청정지역이 좋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