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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Jul 01. 2024

고흥에 머물다 -7월 첫째 날에

이장님, 우리 이장님

배고픈 개와 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뜯고


이장님의 화난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옵니다. 우리 동네는 내일  화요일 쓰레기차가 쓰레기 수거하러 옵니다. 마을사람들은 오늘 오후부터  쓰레기봉투를 회관 옆에 내놓습니다. 고흥은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지 않는데 음식물쓰레기까지 모두 한봉투에 넣어 가져다 놓습니다. 채소 종류는 거름으로 쓰고 고기뼈 등은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립니다. 음식물쓰레기 냄새를 맡고 마을에 어슬렁 거리는 회관 뒷집의 개들이 봉투를 물어뜯어 쓰레기가 사방팔방에 흩어진 데다 바람이 부니 대략 난감입니다. 난리가 난 모습입니다 회관 주위가 커다란 쓰레기통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이장님이 화가 나신 것 같습니다.

이장님 말씀은 쓰레기 배출 시간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쓰레기차가 아침 일찍 오니 수거한 후에는 배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꼭 어떤 사람은 수거차가 지나간 후 쓰레기봉투를 내어 놓는다고 방송을 하는데 그 부분은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또 수북하게 있던 쓰레기가 없어졌으면 이미 수거해 간 후니 본인 집으로 가져가 다음 배출일에 버려 달라는 것입니다. 쓰레기차가 간 후 가지고 오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오늘 이장님을 화내게 한 개들입니다. 어미와 형제자매인데요. 5마리입니다. 주인도 모르게 새끼를 낳은 강아지를 아무도 분양해가지 않아서 다 키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주인이 있는 개는 유기견 센터에 보내지도 못한다 합니다.  주인의 경운기 뒤를 따라 5마리가 달립니다. 우리가 자기 집 앞을 지나가면 다섯 마리가 합창으로 짓기도 합니다. 물지는 않습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가 같이 뜯으니 애물단지들입니다.


우리는 동네를 위해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쓰레기를 가져간 후 회관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지요. 이장님의 방송을 듣고 이제 청소해야 될 때구나 하며 회관으로 갔습니다. 마늘 창고에서 날아온 마늘껍질이 장마로 인해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고 담배꽁초들도 늘려 있습니다.

담배 피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길바닥을 쓰레기통으로 생각하시나 봅니다.

내일 수압 센 호스로 한번 씻어내야겠습니다.



                       날파리떼들의 공격

모기가 극성입니다. 아니 시골은 작은 날파리가 극성입니다. 물을 켜 놓으면 방충망도 뚫고 들어오는 작은 날파리들이 가득 찹니다.


오후에 이장님이 방역을 하십니다. 요즘은 거의 매일 합니다. 그래서 모기는 많이 없는데 날파리는 많습니다. 방역을 할 재료는 주지만 뿌리는 것은 노력 봉사라고 합니다.



                초보농사꾼에게

우리는 텃밭 농부, 유튜브로 농사를 짓습니다. 작년에는 거름도 안 주고 약도 안치는 순 유기농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어요. 우리가 이사  왔을 때 창고에는 복합비료 두포, 요소 비료 두포가 있었고 멀칭용 비닐도 있었습니다.

유자나무가 있어 퇴비가 필요했는데

 농협에서 80포짜리 팔레트 단위로  구입해야 하는 더 우리는 다 필요도 없고. 쌓아둘 창고도 없습니다. 이장님을 졸라 몇 포 개인용 퇴비를 가져왔습니다. 유자나무에 잘 깔아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농약살포기 사용법, 엽면시비 방법도 가르쳐 주고 잘한다고 칭찬도 해주셨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엉터리가 많다고 믿지 말라고도 하셨습니다.

우리 텃밭은  퇴비와 비료를 제대로 받은 작물들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70세 이상 노령인구가 80%인 우리 동네

올해 경로우대 입학생(65)이신 우리 이장님은 오늘도 자전거 타고 디니며  동네 어느 신들 집에 불려 가 고장 난 것들 고쳐주고  구석구석을 살핀답니다. 옛날 같으면 보살핌을 받을 나이인데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이장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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