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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산실 금속공예가 Apr 09. 2024

7. 현상의 패턴을 단순화, 규격화, 표준화한 칸딘스키

졸업작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칸딘스키의 설명서 "점선면"을 참고하여 세모, 네모, 선, 원(점), 면 같은 기본 요소들을 설계에 따라 조합하여 종이 모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별적인 요소는 그 자체로는 목적이나 방향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규격화된 요소들을 조합하면 그 의미와 기능이 명확해지고, 목적성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업에서 규격화의 중요성은 조합 과정이 용이해지고, 다양한 조합을 통해 다른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개미 집단과 유사하다는 생각도 하였다. 개미 한 마리의 행동은 방향성이나 합리성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개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놀라운 지능적 특성과 합리성을 발휘한다. 개미들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먹이를 찾고, 집을 짓고, 사회를 유지한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을 우리 주변에서 찾기란 쉽다. 브런치 플랫폼 또한 개미 집단과 유사한 특성을 보여준다. 개인 작가들이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글을 작성하지만, 이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공간은 놀라운 방향성과 목적성을 드러낸다. 브런치는 개인의 창의성과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목적성이 있다.


칸딘스키 작품이 단순히 추상적인 형태와 색채의 조합이 아니라, 사회 현상을 패턴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칸딘스키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과 경제를 전공했으며, 전문가로 인정받아 교수까지 역임했다. 법과 경제는 사회를 구성하는 규격화된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 칸딘스키는 이러한 사회적 패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추상화 작품을 창작했다고 생각한다.


칸딘스키는 화폭이라는 플랫폼에 본인이 정의한 규격화된 요소들을 확률적으로 위치시킴으로써 의도한 방향과 목적을 표현했다. 이는 사회 현상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 속에서 내재된 질서와 조화를 표현하였다.


단순화, 규격화, 표준화는 창의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 역사를 살펴보면, 위대한 예술가들은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규격화하여 표현함으로써 창의성을 발휘했다. 칸딘스키의 작품 또한 예외는 아니다.


추상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해하여 통계 분석을 수행한다면 새로운 해석과 창작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점, 선, 면 등 추상 예술에서 사용되는 규격화된 패턴 요소들을 AI 라이브러리에 학습시키고, 칸딘스키 작품과 같은 예술 작품에서 각 패턴의 등장 빈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면 작가의 성향과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상 예술의 통계적 분석은 이미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와 정교한 분석 방법을 바탕으로 추상 예술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창작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가 경험한 예술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언젠가는 선으로 이어질 분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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