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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 금속공예가
Apr 14. 2024
졸업 작품전을 마무리하고, 나는 현실을 직시하기로 결심했다. 꿈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취업을 해야 했다. 취업을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무엇이든 배워보기로 했다. 두 번째 옵션인 유학은 그 이후에나 생각해 볼 문제였다.
나는 홍보 분야, 웹 에이전시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면접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온라인 교육 분야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졸업 후 취업 활동을 하던 중, 신기하게도 온라인 교육 관련 회사는 모두 합격했다. 당시 나는 온라인 교육 분야의 시장 규모나 전망에 대해 전혀 몰랐다. 단지 가고자 하는 웹에이전시 분야보다는 연봉이 낮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 교육 시장과 플랫폼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반대로 웹 에이전시 시장은 위축되었다. 그에 따라 웹 에이전시 분야 종사자들은 플랫폼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취업 활동을 할 때는 단순히 연봉이나 업계의 명성만 고려하기보다는, 시장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연봉은 사장이 마음대로 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 연봉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내가 속한 분야의 시장 규모이다. 온라인 교육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높은 연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험을 쌓는다면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까지 취업이 가능하다.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규모의 기업에는 HRD라는 직무가 존재한다. HRD는 신입 직원부터 리더십 개발까지, 직무별 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e-러닝 교육 및 연수원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교육공학자들은 교육 프로그램 설계 및 운영, 평가 등 HRD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이 분야로 많이 진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첫 직장은 온라인 교육 콘텐츠 개발 업체였다. 대기업, 교육기관, 온라인 교육업체 등에 콘텐츠를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였다. 회사가 작아서 입사한 지 2주 만에 프로그래머가 그만두고 나가버렸다. 자기소개서에 홈페이지 만든 경험이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머 업무를 맡게 되었다. 과거에 납품했던 콘텐츠를 뜯어보면서 코드를 분석하고, 그걸 바탕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게 되었다.
여러 기관에 콘텐츠를 납품하면서 각 기관의 LMS 설계에 맞춰 스크립트를 변경하고 포팅하는 업무가 주 업무였다. 다양한 기관에서 학습자가 사용하는 LMS의 패턴도 자연스럽게 이해하였다. 콘텐츠에 들어가는 플래시 모션 디자인부터 게임까지 개발했는데, 회사에서 인정받아 연봉도 올랐다.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괜찮은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직 후 전산팀과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전산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고, 처음에는 운영과 기획 부분을 담당하였다.
여러 기관의 교육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획 부분은 적성에 맞았다. 여러 부서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기존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여 개발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아니면 대체 방법을 제안하였다.
전산에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실무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실무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DB 설계가 가능하다. 단순하고 명확한 DB 설계가 되지 않으면 복잡해지고 오류가 많아진다. 또한 확장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칸딘스키의 단순화, 규격화, 표준화의 개념이 선으로 이어진다.
직장에서 동료와 소통하고 배려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개발자의 경우, 기술적인 전문성에 집중하다 보면 대인관계 능력이 소홀해질 수 있다. 운 좋게도 직장에서 소통과 배려를 잘하는 훌륭한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고,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도와준다.
내가 DB와 SQL 쪽은 약하지만 뛰어난 분이 있어 항상 배움의 기회가 있다. 나보다 나은 사람과 일하는 것은 큰 복이다. 이렇게 배운 DB와 SQL은 퀀트 전략 백테스트와 자동매매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취미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경험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생활 또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였다. 보이는 길을 따라오게 되었고, 금속공예의 꿈을 잠시 접어두자 했었는데 어느덧 20년이 흘러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