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2부
미루고 미루고 미뤘던 영화 <외계인>을 봤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를 까봤다. 영화 학도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고, 기껏해야 영화 포스터나 갈아 끼웠던 나는 이 영화를 보고 길게 할 말은 없더라. 재밌는데? 딱 한 마디. 그다음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왜 망했지? 그래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하 외계인)>은 망했나? 망했지. 어떤 작품도 결국에는 투자한 만큼 돈을 벌어야 하는데, 벌기는커녕 돈 내고 사지도 않은 양반들이 하는 욕까지 들어먹고 있는 걸.
1부가 개봉했을 때, 작품의 포스터를 갈아 끼우면서 나는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비슷한 얘기를 했다. 배우 누구누구가 나오고, 어떤 장르고, 뭐 아무튼 최동훈 감독인데, 재밌겠다. 개봉하고 일주일 정도가 흘렀나? 영화를 공짜로 보는 알바생들의 평은 대부분 재밌다는 얘기들이었다. 근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딱 그즈음부터 온갖 흥행 참패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보란 듯이 <외계인>의 예매율은 시쳇말로 ‘떡락’했다. 이 정도로 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쉽게 말해서 이 영화는 만 사천 원을 지불하고 볼만한 영화는 아니란 소리다. 그러니 내 돈 내고 관람한 관객들이 비난하든 비판하든, 그건 그들의 자유이고 권한이니 감독도 감내해야겠지. 그렇다고 너무 신나서 불 난 집에 부채까지 들고 갈 필요는 있을까? 무슨 무륵이도 아니고. 과해라. 자칭 평론가들은 한 줄 평부터 140자, 나아가 1,000자를 넘겨가면서 영화를 비평한다. 이래서 망했고, 저래서 망했고. 아니, 그래서 재밌냐고요? “재미는 있는데...” 네?
하나의 놀이라도 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외계인> 앞을 서성거렸다. ‘드립 배틀’이라도 열렸나, 자기만의 조롱을 뽐내기 위해 다들 줄을 섰다. <외계인>의 감상평 페이지는 모두의 놀이터가 되었고, 나는 티켓이 없으니 구경만 할 뿐이었다. 2년이 지났고, OTT에 걸린 <외계인> 1부는 어느 정도 나름의 명예를 회복했으니 놀이터도 사라진 듯했다. 나는 이제야 권한을 부여받았는데! 물론 흑설, 청운처럼 구시대의 고리타분한 사람인 나는 재잘대며 같이 놀 자신도 없었지만.
아무튼 나는 재밌었고 그걸로 충분했다. 팔짱 끼고 분석하자면야 할 수 있는 말도 많겠지만, 오락 영화는 즐겼으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확실히 즐겼다. 많은 영화 팬들이 최동훈 이름 세 글자에 품은 기대는 놀이터를 만들어냈고, 기대를 잃은 그들이 주변을 서성이게 된 것은 분명 감독이 풀어야 할 큰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팬으로서, 최동훈 감독이 이마저도 사랑으로 품어내 더 큰 놀이터를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최소한 당신은 어떤 기술이나 관객 수준 운운하면서 달타령하는 감독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