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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쟁이글쟁이 Mar 18. 2024

#   2.  우리퍼키

2000년 7월 12일~2019년 9월 28일

긴 긴 세월 가족이었던 우리 퍼키 마지막 순간!


우리 앞동에는 누군가가 커다란 수컷 닭을 방사해 키우는지  요란한 울음소리로 아침을,

정확히는 새벽을 맞이하며 눈을 떴다.

서너 시경을 기점으로 우렁차게 우는 바람에  노무 닭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강제기상을 했다.

덩치도 제법 큰 데다 사납기까지 한 그 닭님은  시도 때도 없이 억세고 드센 목소리로 꼬꼬댁이 아닌

 꺼꺼댁 꺼꺼.. 울어재끼며 아파트 사이사이를 활개치고 다녔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체 누가 그놈을 키우는 건지 굳이   주인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트 배달 온 물건을 들여놓던 날,

우리 집 귀하신 멍님 퍼키의 가출소동이 벌어졌다.

린 문 틈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나간 것조차 아무도 모르게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이 녀석의 부재를 알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온 아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상으로 퍼키야... 부르며 들어섰지만 반가움에 꼬리는 물론, 엉덩이까지  씰룩 쌜룩 흔들어대는 퍼키가 보이질 않았다.

그때부터 얼굴을 붉히며 안달복달을 하는 아이의 투덜거림이 시작되었다.

애가  언제 나갔는지도 모르고 찾지도 않았냐는 둥

몆 시 몇 분쯤 나갔냐는 둥. 범인 취조하듯 닦달을 하며

속을 뒤집기 시작 했다.

아이고 이놈아 엄마도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

멍멍이가  몇 시 몇 분에  어디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나가겠니.

집안 어딘가에  있나 보다 했지  가출한 줄 누가 알았겠냐...

건수 만난 놈 모양 생떼 쓰는 아들놈을 얼르고

달래 진땀을 뺐다.

눈물 그렁그렁해서는  어찌나 눈 부라리고  난리를 치는지  아마 지 새끼를 잃어버렸다면  에미 잡아 먹겠구나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

어스름해질 무렵 드디어 퍼키 찾기 작전 개시!.

암호명..;왈왈이를 사수하라.

더 늦어 컴컴해지면  못 찾을 수도 있을 거란 조바심에

퍼키야, 퍼키야... 목청이 터져라 이름을 불러

애타게 우리 퍼키를 부르는 소리에 옆동의 사납쟁이 닭님도 꺼꺼댁 꺼꺼꺼꺼  겅중겅중 뛰며 날갯짓을 했다.


.

앗...  바로 그때  옆동 현관 앞에서 조그마한 갈색 털뭉치가 짤랑짤랑 꼬리를 흔들며 냅다 뛰어오는 게 보였다. 그 순간 빛보다 더 빠르게 퍼키를 향해 날다시피 뛰는 놈이 있었으니 방금 전까지 목청 껏

노래 부르던 닭님이었다.

기세등등 달려드는 사납쟁이를 피하려 고군분투하는 우리 퍼키가 눈에 들어왔으나  재빠른 날갯짓으로

펄떡거리며 아오르는  그놈을 막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엄마 품으로 돌진하는 순간 간발의 차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엉덩이를 쪼인 퍼키는 상처에 , 자존심만 

 왕창 구긴 채  잔뜩 겁에 질려 왈 왈 짖어 댔다.

눈 부라리던 지 형 모냥 눈물이 그렁그렁 고일 정도로 어찌나 구슬프게 성질을 부리며 우는지  쪼인 자리가  많이 아픈 모양이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돌멩인지 흙 인지를 움켜쥐고 닭님을 향해 냅다 날린 아이는 래도 이 안 풀리는지

 너 우리 퍼키 또 물면 그땐  내가 니 궁둥일 물어버릴 거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와중에도 지 에미한테 원망의 눈 한번 흘기는 것을 잊지 않았고 퍼키를 품에 꼭 안으며 눈물의 상봉을 했다.

퍼키야 너 어디 갔었어?

 형아가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어디 갔었는지 얘기 좀 해 봐

한 번만 더 어디 몰래 나가면 형아가 맴매해 줄 거다..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멍님과  깊은 사랑에 빠진  어린 아들의  신파극을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웃음도 나오고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지던 순간이었다.

내 아들아, 내 멍멍아! 개구쟁이라도 좋

 가출하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집 나가면 멍  멍  고  생!



가족이라는 굴레안에서  모든 일상을 함께 하던 우리 퍼키는  그 후 로도 서너 번   뛰쳐나가는 바람에  기겁을

하게 만들었다.  인터넷 관련해  기사분이 오시던 날,

문 열린 틈으로 나간 날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구석구석 전단지를 붙이고  보호소를 들락거리고, 단지 보고 전화가 오면 또 쫓아 가 확인을 하고 .

병원마다 전단지를 돌리고..

눈은 퀭~하니 십리는 들어갔고 입은   빼 짝 빼 짝

 타들어 갔다.

삼복더위 중이라 못 찾으면 어디 잡혀가 험한 꼴을 당할 것만도 같고,  이대로 영영 못 보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5일째 되던 날,  유기견보호소에 들렀다  허탕 친  마음에  터덜터덜 나오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24시 병원인데  비슷한 아이가 들어왔으니  확인하라고.

한걸음에 달려 병원 문을 들어서  갈색 뽀글이를 안고 나오는데  오메불망하던  우리 퍼키였다.

어찌 된 거냐 물으니 초등학생이 안고 왔다고 했다.

고 이쁜 녀석이 길바닥에서 발발거리고 다니니 초딩이  덥석 안고 간 모양인데 집에 며칠 데리고 있어 보니 아니다 싶었는지  병원으로 데려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봤다.  그 즉시  칩 등록을 하고  미용도 하고 간식도  한 보따리  사 들고~

그렇게  우리 퍼키와 5일 만에 재회를 했다.

하루만 더 지났면 , 바로 다음 날 보호소로 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장담 못하는 일이었다.

노견이라 입양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을 테고

온실 속  화초 대접을 받고 살던 녀석이 열악한 보호소 생활을  견뎌낼 리 만무였다.

세월과 더불어 견생의 시간도 황혼기에 접어들자

 초롱초롱하던 눈은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고 치매끼도 있다 보니 계속 먹고 싸는 것을 반복했다.

살도 빠지고 ,털도 빠지고 , 온순하던 놈이 성질만 사나워져 사람으치면  꼬장꼬장하고 고약한

 뒷방 늙은이 정도쯤 될 것 같았다.

눈도 짓물러  안 보이니  일어나는 순간부터 안약에

 온찜질로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게 하루일과의 시작이었다.

완전 망가진 눈이라 고통이 심할 거라고  적출하기를

권했지만  노견이라 마취에서 못 깨어날 수도,

수술 중 잘못될 수도 있다 하여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었다.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조차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냥  어느 순간 훌쩍 떠나버릴 거만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먹은 기억이 없으니 걸신들린 것처럼 마구잡이로 먹던 녀석이  바로 코 앞에 대령을 해도 픽...하며 고개를 돌렸다. 몰도 한 모금 안 넘기며  뒷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고대로 고꾸라지는 날이 이어졌다.

그런  순간들이  계속  되다 보니  불안함 커지는 동시에  반려견의 마지막이라는 검색을 수시로 했다. 그때가 금욜 저녁이었던 듯, 시체모냥 널브러져 있는 퍼키를 바라보는데 가슴에 찬바람이 쏴~ 아 하고 스쳤다.  다시 못 올  시간일 것만 같은  불길한 마음 냅다 퍼키를  끌어안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 퍼키와의 산책 코스였던 공원이며  학교 담벼락

 길이며  베르네천 까지...

엄마한테 와 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퍼키 사랑한다.

이 담에 엄마 만나는 날, 맨발로 마중 나와  줄 꺼지?

퍼키야, 우리 퍼키야! 

눈이 다  짓물러 뜨지 못하는 상태라 눈물을 흘리는 지 , 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말을 다 알아 들었다는

듯이  양쪽 귀를 쫑긋거며  코도 벌름벌름~~

아. 보이지는  않아도, 치매끼가 있어도 우리 퍼키가

다 알아듣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퍼키와의 마지막  산책일 것만 같은 애틋한 기억을 담고

 돌아오니 편안한 모습으로 내내 잠을 잤다.

얼마나 지났을까, 끄어억 소리를 내며  퍼키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팔다리를 쭉 쭉 뻗으며 괴성을 지르는  간격이 점  점 좁아졌다.

가족들이 다 돌아온 후에도 퍼키의 발작은 계속되었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깐  잠드는가 싶더니  어느

 한 순간  커억... 소리를 마지막으로 축 늘어졌다.

전 날 저녁 , 깨끗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무지개 다리 건너길 바라는 마음에 나름 준비하느라 씻기고 옷도

한참을  골라 갈아입혔는데  마지막 컥,  하는 순간  응가를 한바탕 뿜어댔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놀라움보다는 서글픔 한가득으로  퍼키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에 오래오래 천천히 씻긴 후,

우리퍼키가 가장 좋아하던 옷,,  가볍고  편하고 포근한

것으로 다시  갈아입혔다;


담요에 쌓아 얼굴만 빼꼼 남긴  채, 가족들을 깨우니

아들 녀석 둘 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서글픈 듯 퍼키야.. 부르며  눈물을 후드득 떨구었고 남편도

 침울한 표정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왔던 누군가가 멀리 떠나가는 길.

그. 슬픔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었다.

19년이란 긴 세월  소중한 가족이었던 우리 퍼키는

화장 후,  딱 일 년을 집안에서 같이 숨 쉬며 마주하다

앞마당 한 귀퉁이에 묻어주었다.

집안의 막둥이로 가족들 사랑 듬뿍 받았던  퍼키는 무지개다리 저 건너에서도 여전히 앙증맞고 발랄한 모습으로  잘 지내리라 믿고 싶었다.

퍼키야!

 이담에  엄마 만나는 날,

세상 젤 신나고 즐거운 표정

겅중겅중 마중 나와 줄 거지?

엄만 초행길 일 테니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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