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잘못될 수도 있다 하여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었다.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조차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냥어느 순간 훌쩍 떠나버릴 거만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먹은 기억이 없으니 걸신들린 것처럼 마구잡이로 먹던 녀석이 바로 코 앞에 대령을 해도 픽...하며 고개를 돌렸다. 몰도 한 모금 안 넘기며 뒷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고대로 고꾸라지는 날이 이어졌다.
그런 순간들이 계속 되다 보니 불안함이 커지는 동시에 반려견의 마지막이라는 검색을 수시로 했다.그때가 금욜 저녁이었던 듯, 시체모냥 널브러져 있는 퍼키를 바라보는데 가슴에 찬바람이 쏴~ 아 하고 스쳤다. 다시 못 올 시간일 것만 같은 불길한 마음에냅다 퍼키를 끌어안고 밖으로 나갔다.
우리 퍼키와의 산책 코스였던 공원이며 학교 담벼락
길이며 베르네천 까지...
엄마한테 와 줘서 너무 고마워, 우리 퍼키 사랑한다.
이 담에 엄마 만나는 날, 맨발로 마중 나와 줄 꺼지?
퍼키야, 우리 퍼키야!
눈이 다 짓물러 뜨지 못하는 상태라 눈물을 흘리는 지 , 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말을 다 알아 들었다는
듯이 양쪽 귀를 쫑긋거리며 코도 벌름벌름~~
아. 보이지는 않아도, 치매끼가 있어도 우리 퍼키가
다 알아듣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퍼키와의 마지막 산책일 것만 같은 애틋한 기억을 담고
돌아오니 편안한 모습으로 내내 잠을 잤다.
얼마나 지났을까, 끄어억 소리를 내며 퍼키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팔다리를 쭉 쭉뻗으며 괴성을 지르는 간격이 점 점 좁아졌다.
가족들이 다 돌아온 후에도 퍼키의 발작은 계속되었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깐 잠드는가 싶더니 어느
한 순간 커억... 소리를 마지막으로 축 늘어졌다.
전 날 저녁 , 깨끗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무지개 다리 건너길 바라는 마음에 나름 준비하느라 씻기고 옷도
한참을 골라 갈아입혔는데 마지막 컥, 하는 순간 응가를 한바탕 뿜어댔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놀라움보다는 서글픔 한가득으로 퍼키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에 오래오래 천천히 씻긴 후,
우리퍼키가 가장 좋아하던 옷,, 가볍고 편하고 포근한
것으로 다시 갈아입혔다;
담요에 쌓아 얼굴만 빼꼼 남긴 채, 가족들을 깨우니
아들 녀석 둘 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서글픈 듯 퍼키야.. 부르며 눈물을 후드득 떨구었고 남편도
침울한 표정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왔던 누군가가 멀리 떠나가는 길.
그. 슬픔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었다.
19년이란 긴 세월 소중한 가족이었던 우리 퍼키는
화장 후, 딱 일 년을 집안에서 같이 숨 쉬며 마주하다
앞마당 한 귀퉁이에 묻어주었다.
집안의 막둥이로 가족들 사랑 듬뿍 받았던 퍼키는 무지개다리 저 건너에서도 여전히 앙증맞고 발랄한 모습으로 잘 지내리라 믿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