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담에 맨발로 마중 나와 줄 꺼지?
# 1. 우리퍼키. (나의 첫번째 반려견)
강아지 무료 분양이라는 지역 신문의 광고 글을
보고 찾아간 집은 변두리 허름한 연립이었다.
세칸의 방에 철창 케이지를 층층 쌓아 칸마다 빼곡히 강아지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심한 악취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그곳에서
종류도, 크기도 제각각인 녀석들이 서로
나 좀 봐 달라는 듯이 왈왈 대며 아우성을 쳤다.
70 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의 안내로 자견만 있는 케이지에서 쵸코 색 어린 강아지를 한 마리 골라 안았다.
옆의 하얀 푸들도 눈에 들어왔으나 야리야리한 것이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가 않아 마음을 접었다.
무료 분양이라고 광고 낸 할머니는 처음 키우는 거냐고 묻더니 고맙게도 용품까지 다 챙겨주었다.
목 줄 하나, 밥그릇 하나, 방석 하나,
조그만 사료 한봉다리.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공짜가 오죽할꼬, 나중에 알고 보니 최하급 싸구려 사료였다.
거친 손놀림으로 잔뜩 주눅이 든 애 목덜미를 낚아채더니 정체 모를 주사 한방까지 손수 푹 찔러
놔 주었다.
인정머리라곤 없는 난폭하고 강압적인 모습이었다.
무료 분양이라고 올렸던데 그냥 데려가면 되는 거냐,
어찌하느냐 물으니 '응 강아지 무료야..
30만 주면 돼' 하는 황당한 소리도 모자라
자기가 특별히 애 접종 서비스까지 해 주었다는
생색도 잊지 않았다.
의료행위를 위반한 사이비 신고대상 감에 이어 무료분양이라는 광고에 속아 낚인 것도 사기당한 기분인데 써비스 운운 떠들다니.
예사 할매는 아닌 듯싶었다.
이미 내가 선택한 강아지는 품 안에 들어와 있고
거저 주는 용품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손에 들고 있던 상황이라 완전 빼박이었다.
눈 뜨고 코 베인 듯한 찜찜함에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할머니 이런 식으로 뻥 치는 광고 내는 거 아니에요..
소심하게 한번 쓱 째려보는 것으로 발길을 돌렸다.
처음 반려하는 아이이다 보니 무료라는 말에 솔깃해 재수없게 걸려들었다는 느낌이었다.
그 당시에는 어리석게도 강아지 공장이나 개농장, 펫샾 등 헬게이트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때라
울며 겨자 먹기로 부르는 금액에 사 온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 같으면 택도 없는 일, 길에 떠도는 아이들이나 학대, 방치, 또는 보호소에 넘치는
유기견 공고만 봐도 심장이 벌렁벌렁한 게 마음이
편칠 않았다.
집에 돌아오니 55일 되었다는 아가는 그야말로 천방지축,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딱 맞게 온 집안을 발발거리고 돌아다녔다.
삼복더위에 입성한 털북숭이가 얼마나 더울까 싶어 샤워기 찬물을 틀어 목욕을 시키니 사방으로 물을 털어 내며 도망을 다녔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무지도 그런 무지가 없었단 후회가 들었다. 사람으로 치면 태어난 지 두어 달도 안 된 신생아를 찬물에 냅다 씻긴 꼴이었으니 말 못 하는 어린 강아지가 견딘 시련에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이었다.
사료를 주는 족족 다 먹어 치우길래 요것도 한번 맛볼 테냐 하는 마음으로 짭조름한 치즈를 한 조각 주니
입맛을 다시며 눈에 반짝반짝 생기가 돌았다.
견생 사전에 이런 맛도 있구나...하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 후로는 냉장고 문만 열면 치즈를 주는 줄 알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온 집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잘 때면 서로 끌어안고 자겠노라 사람 아들 두 놈이
가위바위보 로 선택권을 결정지었다.
멍멍이를 차지하느라 형제간의 배려도 잊은 채,
지는 쪽은 삐지고 심통부리기 일쑤였다.
건전한 스포츠 정신같은 건 우리 퍼키한테나 줘 버린건지 막무가내로 무대뽀 짓을 일삼았다.
운이 좋아 이긴 날은 퍼키와 나란히 잠들었지만
잠결엔 제 각 각 , 이산가족이 되었다.
둘 중에 하나 고르고 나머지 두고 온 하얀 푸들이 맘에 걸렸는지 사람 새끼 내 아이는 나중에 그 애도 데려오자며 집에 온 녀석에게 포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한 마리 더 오면 그 애한테는 호키라는 이름을 하사 하겠노라 혼자 거창한 계획까지 세웠다.
그래, 혹 그 아이를 데려오게 된다면 우리 집 강아지들은 호키 포키야!
새로운 가족이 된 우리 포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포키야... 가 아닌 퍼키로 불리며 어디든 함께 하는 진정한 가족으로 자리매김했다.
때마다 휴가도 같이 다니고, 긴 긴 여행은 혹 혼자 두거나 호텔링 같은 걸 엄두도 못 내기에 포기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말 못 하는 내 아이를 누가 어쩌기라도 할까 싶어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는 의심과 불안함에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한없이 귀하고 이쁜 집안의 재롱둥이, 귀여운 막내,
작은 천사 솜뭉치 퍼키를 보노라면 요래 이쁜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 이라더니 강아지 자식한테 온갖 애정 공세를 하는 팔불출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자랄 때는 동네 지나가는 개만 봐도 무서워 벌벌 떨며 피해 다니던 그 사람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