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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쟁이글쟁이 Aug 22. 2024

응가응보

뿌린 대로 거두리

단순하고  싱겁기가 멀건 김치조각 같은 K는  내 오랜 지인 중 한 명이다.

깔끔 떨기가 둘째가라면 서럽고  유난 떨며 유별스러운

 으뜸이었으나  때에 따라서는 기분 팍 팍 낼 줄도 아는  즉석 기분파다.

어쩌다  한 번씩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로 이사와 이웃이 되고 보니 주책스러운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볼매(볼 수록 매력적인 )가 아닌, 자주 만나다 보니

점점 요상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덜 보고 멀리 하고픈 경계대상 1호였다.

어느 날인가 여럿이 모여 고깃집을 갔는데  황당한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어설픈 신입이었던지  써빙을 하던 알바 학생이

 실수로  K 의 발에 물을 쏟고 말았다.

죄송하다며  휴지를 들고 구부리는 알바를 향해

  K 폭탄발언 이어졌다.

머머머 .. 물 쏟았네,

 괜찮아. 아줌마는 다 이해해..

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모.

딱 요기까지만 하고 멈췄으면 좋았을 .

그러면 알바생도 자신의 실수를 감싸주는 고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을 텐데 그 뒤가 더 과간이었다.


학생이야?                                  네

몇 살이야?   생겼네.             그저  지요

다닌 지는 얼마나 됐어?           3일 됐어요.

시급은 얼마나 받아?               머리만 긁적.

고기 집 일이 힘들진 않어?     묵묵부답

사장님은 알바들한테  잘해 셔?       네.  뭐~~


그만 좀 물어보라며 옆에서 눈치를 주어도 막무가내로

따따따 따 따발총을 발사했다.

 모 어때서,  학생이 알바하는 게 기특해서 그래.

주책 떠는 것으로는 모자랐던지  갑자기 지갑을

뒤져 주섬주섬  천 원짜리 다섯 장을  꺼내는 게 보였다.

푼수 짓 또 시작이구나 하는 일행의 눈초리도 깔끔하게

무시 한 채  반 강제로 손에  쥐어 주며 또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시원한 거라도 한 잔 사 먹고 힘내.

인생 모 별거 없어  다 그러고 사는 거야.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옛 말도 있으니 희망을 갖고 살다 보면 좋은 날이  꼭 올 거야.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이 다르다더라.

꼭 다른 떡잎이 되길 아줌마가 기도해  

학생,  아자 화이팅!


어딜 가든  몇 천 원씩 쥐어 주며 못된  생색내는 것도

모자라   눈 찡끗거리는 주책까지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주책역을 향해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가  따로 없었다.

옆에서 다들 한 마디씩 거들며 뜯어말려도 정말 대책 없는  왕 푼수 짓을 매번  멈추지 않았다.

그걸 모 하러 주냐   뻘쭘하게.

에잇 나 같음 몇 푼 안 받고 집어던져버리겠다

일 하는 애 붙잡아 세워 그러고 싶냐..

다섯 명이 한 마디씩  정색을 하며 얘길  해도 속절없이 새새새 웃 줄이나  알지  눈치는 저 멀리  타향으로

출장 보낸  빵점짜리였다.

젊은 애가 알바 하는 게 기특하고 이뻐서란다.

오매  미치다  팔짝 뛸 정신 나간 아주메 같으니라구.

알바 학생 간섭 말고  너나 잘하세요...

서야 끝날 줄 모르는 푼수 떼기  고객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멋쩍어하는 알바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 좀 쏟은 실수로 저 학생 오늘 완전히 재수는 옴

 붙은 데다  똥 밟았구나 싶었다.

신입이  말도 못 하고 선뜻 그 자리를 벗어나 건 더더욱  못 하고 은 순간에 얼마나 지옥이었을까.

이런 진상들 때문에 알바하는 것도 고달프겠구나


언젠가는 산에 갔다 내려오는데 큰 절  입구에  잔뜩

타다 남은 잿더미가 보였다.

절에서 뭘 태우던, 타다 남았던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오지 주책 아주매는 그걸 그냥

 봐 넘기지 않았다.

어머머머 이게 무슨 일이라니.

여기 스님이 아마  범죄에 관련됐나 봐.

모조리 싹 태워 증거를 없애려  이런 짓을 벌 게

틀림없어. 증거 분열 하려고 싸그리  태나.


아니 누가  묻길 했나, 궁금해하길 했나.

싸이코패쓰 주연의  범죄스릴러를 너무 많이 보았던지  혼자 생각하고 결정지으며  호언장담을. 했다.

에효효 모르면 잠자코 입 꾹 다물고 있어야 중간이라도 갈틴디  몬 놈에 증거분열이람, 속으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다른 일행은 에잇 무식을 떨거나 말거나, 또 또 쓸데없는 오지랖 출석한다 싶었는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여럿이 모이면 제각각 성격도   천차만별 인지라  그중 톡 쏘아붙이기 선수가 한마디 내뱉었다.

어머머머 웬일이니,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증거분열이 웬 말이라니...

집 나간 사자성어가  객지에서 개고생 하는 날이구나.

    멸!    OK?

어설프게  알고 써먹는 게  어이없어  한심했던지

어머머머를 흉내 내며 콕 집어  상기시키려는 말투로 장난을 쳤다.

대부분 무식이  탄로 날  경우  무안할 법도 한데

 my way ~나의 길을 굳건히 가려는 의지의 한국인답게 그저  배시시 웃는 것으로 화답을 했다.

어머머머. 웬일이니  

누가 몰라서 그런 것처럼  따지냐  따지긴..

그 말이 그 말이지  분열이나 인멸이나 뭐가 다르다고.

거기서 조금만 더 전진다면 혹여라도 언성이 높아질까 싶어  불안했던지 젤 연장자가 중재를 했다.

남이사 종이쪼가리를 태우던 증거분열을 하던

증거인멸을 하던 모시 중한디?

우리 사이만 분열 안되고 인멸 안되면 그거로 땡인기라~~Ok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모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철에  앉았는데  K로부터 장문의 톡이 날아왔다.

동네 아는 누군가와 시비가 붙었는지 톡에서 쌍욕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상황정리를 하자면  아침 댓바람  둘레길 걷기 멤버가 있는데  옥상에서 손수 키운 상추를 한~봉다리 따다 안겨 주었다고 했다.

워낙 풀떼기를  좋아하다 보니  고마운 마음에 밥을 사기로 했는데 거기서 사달이 난 모양이었다.

유명 순댓국집을 가  K 본인은  특대를 시키고 상대방 거는 보통을 주문했더란다.

둘이 아무 말 없이 잘 먹고 나왔는데 어디선가 솔솔 부는 바람결에 순댓국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웃기는. 여편네가 따로 없어 .

지 거는 떡 하니 특대를 시키고  상대방 거는 최소한 물어보기라도 해야지  한마디 말도 없이 보통을 시켜 어쨌든 먹긴 잘 먹었는데  먹는 내내 은근 부아가 치밀었다는 결론이었다.

기왕 사 주는 거 똑같은 걸 주문하던가 , 아니면 뭐로 먹을 거냐 묻기라도 했으면 싶었는데 무대뽀 라는

 말을 흘렸다.

발  없는 소문이 발 보다 더 빠르게 퍼져 나갔으니

K의 귀에 들어가기 까진 불과 이틀이 걸리지도

았다.   기껏 밥 사 주고 욕먹는 단  생각이 들었던지

순댓국 사건으로 톡에 거품이 가득 묻어났다.

그깢 상추 풀떼기 얻어먹고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뒤에서 씹는 건 몬 경우냐며 개싸가지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해 댔다.  그 따구로 사는 게 아니라는 둥,

지가 한 잣은 모르는지 남 흉보다가는 응가응보라 고대로 돌려받을 거라는 톡을 보는 순간 빵 터져버렸다.

 글바글 사람 많은 전철 안에서 혼자 웃음을 참으려니 어깨는 흔들리고 눈물이 찔끔 배어 나왔다.

응가응보? 척하면 앱니다~~개떡같이 말을 해도 찰떡같이 때려잡아 알아먹는  통 큰 이해력과 순발력이 있었으나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혼자 큭큭거리다  주위의 야릇한 눈초리를 눈치채고는 안 되겠다 싶어 마스크를 웃음보 터진 입에 뒤집어

었다. 마스크 덕분에 . 입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이야

감출 수 있었으나 눈물  쏙 빼는  눈을 어찌할 수가 없어

에라이 모르겠다, 마스크를 눈까지  끌어당겨 확 덮어버렸다.  잠시 숨을 고른 후 , 미친년처럼 자동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톡질을 시작했다.

응가응보?? 누가 응가했냐?

인. 과  응  보   라고. 해 줘잉 ㅋ

바쁜 손놀림 와중에도 응가응보  네 글자를 찍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결국은 내릴 장소가 아닌 곳에서

문 이 열리는 동시에   성능 좋은 용수철 모냥 자동으로  튀어나갔다.

후미진 곳으로 가 마스크를 내리고는 맘 놓고 혼자

껄껄  소리 내어 웃으며  응가응보 소리를 되내이는데

자동으로  떠 오리는 단어가  있었으니

에구 모지리 ~모르면 아는 체를 말으,

최소한 중간에는 끼워 줄라니께


그 며칠 후, 둘이 또 열나게 톡을 하다  고 비스무리한 상황의  단어가 속출하길래  그려 인생사  응가응보니께

하게 살드라고..하니 날아온 답장이 걸작이었다.

그려 응가응보로 백만 년만 울궈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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