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어, 잠시만요. 음-
안녕하세요. DDON 입니다.
금일은 순서상 에이전시 입사 후 시니어로서 처음 겪은 프로젝트와 그때의 심정, 소감 등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어제 딱 너무 좋은 소재(!?) 가 있어 급하게 방향을 변경했습니다.
현재 저와 함께 작업하는 팀원분이 4분 계십니다. 각각의 성향은 다르시지만 다들 굉장히 전략(UX)적인 판단 및 실력이 좋은 분들이죠. 항상 적극적으로 본인들의 의견을 잘 피력해주셔서 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어제 저희 고객사의 업무를 처리하던 도중 팀원 중 한분과 의견차이로 마찰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인해 작업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고 대화가 길어져서 힘들다구요. 몇 가지 말씀해주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이 남았던 몇 가지 대화를 사례로 가져왔습니다.
(현직은 이게 좋은 것 같습니다. 고갈되지 않는 소재! 오히려 좋아!)
고객사의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팀 내에서도 찢어져서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 케이스가 있습니다.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실무자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흐름과 그에 대한 논리가 존재합니다. 저 또한 어떠한 업무 진행을 전달받은 후 저만의 방식으로 업무를 분석 후 진행합니다. 대략 아래 순서가 되겠네요.
업무 확인 -> 업무 분석-> 해결방안 고려 (레퍼런스 체크 나 UX Research 등) -> 스케치(구체화) -> 팀원 및 상위 책임자에게 계획 공유 -> 진행
대략 요런 순서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쓰는 용어나 순서가 다를지언정 대부분 디자이너 분들, 기획자 분들은 위와 같이 진행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추측입니다.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이위의 순서는 '업무 요청 / 요청에 대한 분석 / 해결방안 / 체크' 요렇게 축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 이렇게 저만 해도 저만의 업무 해결방식이 있습니다. 각각의 개인은 개인들만의 업무 해결 방법, 순서, 논리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저는 저희 팀이 강점에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의 소통이 자유롭고 누구나 좋은 의견을 낼 수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게 오히려
약점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시니어 또는 프로젝트 보고자가 말귀를 못 알아들을 때입니다.
(눈물이 나네요.. 제 이야기.. 같아.. 서..)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이 강점이 되는 팀에서 프로젝트 보고자가 작업을 진행하는 실무자 또는 주니어분이
작업에서 의도하는 내용을 이해 못 하거나 오해하거나 또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 작업을 진행하신 담당자분의 입장에서는 아마 속이 터지실 거라 생각합니다 ㅎ.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게 진짜 얘기의 맥락을 못 파악한다는 뜻도 있지만, '본인이 보고 싶은 지점 또는 의도만 본다- 고집한다-'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제 있었던 받았던 피드백- 은 사실 요 의미가 더 컸습니다.
제가 해당 업무의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일부의 내용을 꼬집어서 지속적인 태클- 또는 변경요청을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뭐- 변명할 말은 없습니다. 정석적으로 옳은 말이고 저 또한 깊게 동의하는 내용이니까요. 무엇보다 주니어 시절에 저 또한 안타까울 정도로 공감하는 내용이라 변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얼마 전 이전의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던 시니어 디자이너분께 전화를 드려 이야기를 하며 사과드렸습니다. 이제야 왜 그분이 저와 대화를 할 때 답답해하였는지, 왜 코멘트나 질문을 드려도 몇 시간 동안 대답이 없었는지 겪어보니 이해가 돼서요 ㅎㅎ... 거의 울먹울먹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이제 이해가 되시죠? ㅎㅎ'라고 하는 순간 "예.. ㅠㅠ" 밖에 할 말이 없더라고요.
물론 모든 시니어 분들이 저와 같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멀티플레이를 굉장히 잘하시는 시니어 분들도 계시고 갑자기 피드백 요청을 받아도 금방 업무의 맥락을 파악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주실 수 있는 시니어 분도 당연히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제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죠 (눈물)
변명을 조금 해보자면 제 입장에서 '작업 1'을 메인으로 진행하고 있을 때 팀원분이 '작업 2'에 대해 갑자기 피드백 또는 코멘트 요청- 이후 리뷰 진행 시 사실 바로 파악이 안 됩니다. 정확히는 말하는 흐름은 이해가
'겨우' 되는데 여러 가지 고민이 같이 생깁니다. 이번 업무 같은 경우에는 저의 고민점이 아래와 같았습니다.
[문제]
1. 고객사의 업무 수정 요청
2. 디렉터님께 '내가' 생각한 진행 계획 보고
3. 고객사의 요청을 보고 실무자분들이 신규 보고서 제작 계획을 리뷰
4. '2'와 '3'의 업무 소요 시간 및 분량의 차이가 발생
5. 어쩐다-
[고민]
1. 이게 고객사가 요청한 업무가 맞나/아닌가?
2. 고객사의 내부 이해관계는 어떤가?
3. 디렉터님이 지시한 방향성은 어떤가?
4. '나(프로젝트 보고자)'는 어떻게 진행한다고 디랙 님께 보고 드렸던가?
5. 일의 소요시간이 커지는가? 작아지는가?
6. 끝낼 수 있는 / 완수 가능한 일인가?
7. 기타 등등 등등...
이게.. 사실 제가 유독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라 더 그럴 수 있는데 위의 고민들로 인해 분명히 더 좋은 의견과 계획을 실무자들로부터 제시받았어도 멈칫,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그 부분들이 아마 실무자분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게 작업 진행자 입장일 때는 사실 이해가 안 됐어요. "아니, 당연히 더 좋은 계획, 더 좋은 내용, 더 완벽한 구조! 제시했는데 왜 반영을 안 하는 건데!!" 였는데, 보고자 입장이 되니.. "이래도 되나 이거.. 욕먹는 거 아녀..?" 같은 게 되더라고요..
판단이 명확한 시니어가 좋은 시니어라고 하는데.. 이게 참.. 이해관계자가 많고 생각해야 되는 고려 기준이 많아질수록 답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눈물) 예전에는 어찌어찌 해결해 가려고 머리도 써보고- 챗GPT와 이야기도 해보고- 옆 팀에 문의도 하고 난리를 쳤는데.. (물론 그렇게 하고도 빠꾸- 먹어서 혼자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요즘은 빠르게 욕먹고! 수정하자! - 하는 마음으로 디렉터님께 가져가고 있긴 합니다.
사실 위의 고려사항은 결국 '이해관계/소요시간(일정)/상부 보고' 요 3가지 문제로 압축 가능할 것 같아요.
일만 잘하면 됐던 이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일'도' 당연히 잘해야 하고 계획'도' 잘해야 하는 거죠. 이게 생각 이상으로 또 어렵더라고요.
이야기가 길어지니 점심시간이 끝났네요.
저녁에 다시 또 가져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