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 Apr 15. 2024

넓고 깊은 골짜기 사이로 '글쓰기'

번외 편 : 솔직한 글

제 글의 깊이를 따진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아마 깊이 있다고 말하긴 좀 그렇겠죠.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글을 쓰면서 돈을 벌지도 않고, 그저 재미로 끄적이는 글에 가까우니.. :)


얼결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면서, 분명 처음엔 가볍게 쓰자였는데 요즘은 제스스로 규율을 정하고, 스스로 글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가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어떤 글이 사람들에게 읽힐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 이런 고민들이 깊어지다 보면 처음엔 가볍게 쓰자는 글이 점점 무거워지고, 글을 의심하고, 그러다가 내 글에 대한 기존의 방향성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답니다. 이런 쳇바퀴 같은 고민들을 하다 보면 결국 가볍게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글을 쓰는 것조차 망설이게 될 때가 있는데, 시작을 망설이는 건 제가 추구하는 저의 모습이 아니라서, 이런 모습이 저에게 비칠 때면 우선 최대한 완벽을 덜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좋은 글이 나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뭔가, '생각'이라는 걸 해서 다시 그 생각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 생각, 즉 '답에 대한 과정을 떠올림'으로써 그 답에는 이유가 생기잖아요. 이유가 생긴 채로 행동하게 되면 내가 그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더 확실하게 나아갈 수 있으니, 저는 생각하는 건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생각의 끝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중간까지만 가는 거예요. 중간에 생각을 하고 그만두면 내가 했던 생각을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생각을 포기하게 되는 구간이 있는데, 인간의 항상성이란 게 이런 것인지, 지나고 보면 늘 생각을 포기하는 구간 또한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중간에 생각을 그만두면 결국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결론적으로는 생각의 끝에 도달하지 못한 채 중간에서 계속 포기하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과정만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뭐랄까, 뭔가 지그재그에서 흰 블라우스를 찾고 싶어서 흰 블라우스를 막 검색하고 찾고 있는데, 내가 원하는 흰 블라우스가 보이지 않아서 밑으로 스크롤하다 중간에 그만두고, 다음날 다시 밑으로 스크롤하다 중간에 그만두고, 이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매번 상단에 있는 똑같은 흰 블라우스만 계속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글에서도 깊이를 파고들 때가 있었어요.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도 했었죠. 근데 진짜 머리가 아프더라구요. 내가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이 정도까지 생각해야 해? 그저 가볍게 쓰고 싶어 했잖아. 물론 이것도 맞는 것 같아요. 글 쓰는 게 직업도 아니고 그냥 글을 쓰는 건데 좀 취미로 할 수도 있잖아..라는 생각?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요. 네가 그래도 쓰는 글이면 대충 쓰진 않을 거 아니야. 어느 정도는 다듬고 생각해서 써야지, 제대로 생각한 거 맞아? 이 글이 정말 넌 마음에 드니?라고도 반문해요. 그렇지만 최근 '깊이에의 강요'라는 책을 읽고 든 생각은요, 의 깊이를 너무 강요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깊이를 모른 채 휩쓸리는 것은 아닌가, 결국엔 기준이 없는 기준을 찾고 이유도 모른 채 그저 깊은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번외>

세상엔 공개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야기가 정말 진득하고, 백만 불짜리 진심을 가진 이야기라고 해도요. 그 진심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제 인생에 정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도, 그 지각변동을 제가 견디지 못해서 제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 말이에요. 그런 건 아무래도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지 싶어요. 저의 내면과 대화하다 보면 정말이지 수치스러운 수많은 감정들을 직면하게 될 때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안에서 그 감정을 썩힐 순 없어서 글로써 그 감정을 꺼낼 때, 저는 저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돼요. 머릿속으로 그리는 제 감정을 글자로 보는 순간 더 선명하게 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솔직할수록 글은 더 멋있어진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글이 멋있어지는 것과 제가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멋있는 글을 쓰는 그 사람이 멋져 보일지라도 말이에요. 사람들 앞에서 온전히 자신을 발가벗긴 채 드러낸 그 사람은, 자신의 글솜씨보다는 헤아릴 수 없는 어떠한 부끄러움이 그 사람을 맴돌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아마 드러낼 수 없지 않을까요. 솔직함이 담긴 자신의 글을 말이에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고민하겠죠.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해 말이에요. 글을 읽으면요,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지, 어떤 배경에서 살아왔을지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문체나 부호를 통해서도 말이에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일지, 사소함에서도 조심성이 강한 사람일지, 친절한 사람일지, 둔한 사람일지 등 읽힐 때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저 또한 거짓으로 혹은 거짓이 아닐지라도 덜 솔직한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솔직한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거든요. 그렇지만 과연 제가 얼마만큼 솔직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은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겁이 많아진 걸까요? :)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  



(댓글을 환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의 늪에 빠지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