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는 서글서글한 성격, 둥글둥글한 성격, 누구나 좋아할 만한 성격에 주변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따뜻한 면이 장점인 사람이었어요. 그것을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인간관계의 면에서는 나보다 더 잘 통달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죠.근데 이런 저로 20년을 넘게 살다 보니 또 여기서 비롯되는 저만의 회의감은 생기더라구요. 나는 00 이를 정말 잘 알지, 나만큼 그 아이를 잘 아는 친구는 없겠지, 근데 그만큼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을까, 나라는 사람을 잘 돌보고 있는 건 맞을까 하는 회의감이 생기더라구요. 아까 제가 위에서 말했던 해소되지 않던 '행복하지 않음'이었던 것 같아요.그 이후 전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변했어요. 굳이 나의 동굴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달까,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남는 시간에 나를 탐구하고,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에 맛들려서 그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에게 쏟았던 관심을 온전히 저에게 쏟으니, 그 시간을 처음 느껴보니 또 그만큼 얻는 새로운 감정들이 있었죠. 그 이후 저는 이전보다 관계에 소홀했고 이제는 제 장점이 저라는 사람의 측면보다는 제가 하는 일, 효율의 측면에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평을 들을 때가 많았어요. 실제로 요즘도 그런 평을 많이 들었던 것 같구요. 이게 제가 바라왔던 저인데, 근데 정말이지 그 칭찬에 만족하면서도 행복하다는 감정과 같이 들진 않았는데,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