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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Jun 24. 2024

호텔수영의 로망

수영을 배우고부턴 

호텔에 가면 수영장에 꼭 가보곤 한다.

요즘은 인피니트풀에서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이라

그런지 수영이라기 보단 발만 담글 목적으로 풀메이크업에 수모 안 쓴 수영객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여행 중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수영복과 수경, 수모를 챙겨갔는데

이번 호텔엔 조식 먹는 식당 앞에

이렇게 아담한 수영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호텔 수영의 로망이

부끄러움 앞에 무너졌다.

소심한 나는 도저히 다른 사람들 밥 먹는

앞에서 혼자 수영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일찍 사람들 없을 때 새벽수영을

도전했는데 아침부터 내리는 스콜덕에 패스.

지나고 나니 호텔 수영을 못한 게

제일 아쉬움으로 남는다.


호텔 수영은 일명

수모를 쓰지 않고 우아하게 하는 헤드업 평영이다.

개헤엄 역시 헤드업 수영이라 해당되겠다.

절대 머리를 담그지 않기에

밖에서는 우아해 보일지 몰라도

 속에선 가라앉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발을 움직여줘야 한다.


나는 실제 수경 없이는 수영을 못하기에

바다에 빠지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영으로 힘 빼고 누워서 구조를 기다리면

되려나?

아니면 극단의 상황에 처하면 물속에서

눈을 뜰 수 있게 될 수도 있겠지.


이런 이쁜 호텔 수영장이나 워터 파크에서 자유형이 아닌 접영 평영을 하는 것이

민폐이겠지만

수영을 배운 사람이면

초보 때 누구나 물에만 들어가면

배운 수영을 연습하고 보여주고 말겠다는

일념하에  현란한 수영을 하고야 만다.


같이 여행 간 지인들이 많이들 수영복을 안 챙겨간

시점에서 나 혼자 래시가드도 아닌 원피스 수영복에 수경 수모를 챙겨 갔는데 다들 수영 한번 해보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민망했다.


호텔 수영은 다음 여행 때나 가능하겠지만

이번 여행은 수영이 아니어도 하루 2만보를 걸을 만큼 피곤했기에 물에 들어가지 못한 한은 다음번에 꼭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헤드업 평영이나 자유형은

엘리트 수영코스로 강습하는 우리나라에선

젤 나중 마스터즈 반에서  드릴연습으로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것도 따로 강습이랄 것도 없이 "머리 들고 평영 하세요"라는 강사의 말에 앞사람 하는 것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하는 수준이다.


사실 생존수영용으로 가장 중요해 보이고

호텔 수영에서도 바로 빛을 발하는 헤드업 평영을

우린 젤 나중에 한다니..

수영을 배우면 물속에서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는데 다들 빨리 가려고 자세를 정확하게 하는 데에 혈안이 돼서 정작 생존에 필요한 수영을 가장 나중에 배운다는 게 좀 안타까웠다.


캐나다 유학 간 우리나라 아이들 중에 우리나라에서 수영을 배우고 간 아이는 다시 처음부터 수영을 배워야 할 정도로 한국에서  배운 실력이 인정이 안된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방학 중에 우리나라에 온 아이는

우리나처럼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폼나게 빠르게 배우지 않았기에

자기 몸을 지키는 수영에선 1등이지만 처음부터

수영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서로 수영을 배우는 데 초기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 것이다.

요즘 수영이 늘지 않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 수영 선수를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힘 빼고 천천히

즐기면서 자기 몸을 지키는 수영을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엘리트가 될 수는 없기에

수영도 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키우고 나머지는 생존을 위한 수영을 더 강조하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이번 여행에서 호텔 수영에 대한 로망이 무산되어 아쉬웠지만 덕분에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동네 수영장에선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도 강습 때 엘리트 수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수영을 먼저 가르쳐 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잘하려고 하는 수영보다 즐기는 수영인이 되기 위해 힘 빼고 유연하게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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