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 쿠스코(페루) - 성스러운 계곡
성스러운 계곡 투어 아침!!
밤새도록 광장은 시끄러웠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너무 피곤했지만 아르마스 광장의 아침 풍경에 기분이 좋았다.
6시 50분까지 투어 차가 숙소 앞으로 오기로 해서 전날 미리 말해 조식은 도시락으로 받았다.
(투어를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숙소에서 도시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이드는 10분 정도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렸다.
그래서 서둘러 내려갔는데 정작 투어 차량이 오지 않았다.
가이드는 연락을 해보더니 이동을 하자고 했다.
그렇게 차를 타러 조금 이동하는 거리에서도 아르마스 광장과 골목길에 눈을 떼지 못했다.
(또 기회가 있다면 꼭 쿠스코에서 2박 이상 할 것이다!)
차는 23인승 정도 되어 보이는 벤이었다.
우리 가족 타는 곳은 거의 마지막이었는지 외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성스러운 계곡 투어는 시작되었다.
가이드는 스페인어와 영어로 말을 했다.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엄마, 아빠에게 내가 통역을......?!!!!
심지어 가이드가 스페인어로 말을 한 뒤,
영어로 다시 설명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 알아들은 내용마저 엄마, 아빠에게 전달해 줄 시간이 부족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자기소개 시간까지 있었다.
맙소사..? 자기소개???? 나는 가족 소개야....
외국인들이 각자의 언어로 자기소개를 했다.
가이드는 스페인어는 영어로, 영어는 스페인어로 다른 이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이때부터 '나는 어디 있는 것일까. 나는 누구일까, 한국인이 많다는 그 여행사를 찾아갔어야 했나.'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닥치면 해야 한다. 응, 해야지 그래 나 할 수 있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할 사람은 나뿐이다.
그리고 엄마, 아빠도 함께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
우리 가족 소개를 간단하게 하는데 가이드가 북한에서 왔냐며 장난으로 분위기를 풀어줬다.
가이드는 이후로도 북한 드립으로 장난을 쳐줬다.
너무 고마웠다.
이후 가이드의 설명은 50%, 80%? 정도는 알아듣지 못했다.
엄마, 아빠에게 통역은 더욱 부족했다.
그나마 들고 갔던 책자 덕분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아빠의 TV 여행 프로그램 지식 덕분에 조금 나았다.
나는 딱 한 가지, 가이드의 '구경하고 몇 시까지 이곳으로 와~'이 설명만 최선을 다해 알아들었다.
휴, 단체 생활에서 민폐 끼치면 안 된다!!!
어글리 코리안 될 수 없어!!
먼저 잠시 들린 장소는 실을 뽑아 옷과 면직물을 만드는 장소였다.
음... 전 세계 패키지는 모두 동일한 듯하다.
‘관광객들아~ 여기서 물건 좀 사~ 우리 먹고살아야 해~’
그렇지만 함께 했던 외국인 그 누구도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아빠는 얼마나 TV 여행 프로그램을 보셨는지 내가 통역할 필요도 없이 이곳의 작물에 대해 잘 알고 계셨다. 가이드 설명을 번역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살짝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엄마, 아빠는 조식으로 챙겨 온 도시락(부실한 샌드위치와 과일 하나 음료 하나)을 허겁지겁 먹고 고산병 약을 드셨다.
이후 첫 번째 유적지 '친체로'에 도착했다.
그 비싼 투어 비용이 무색하게 입장료가 따로 있었다.
4군데 유적지(친체로, 모라이, 오얀따이땀보, 피삭)를 묶어서 입장료를 받았고,
살리나스 데 마라스(염전)는 또 따로 입장료가 있었다.
관광지는 어쩔 수 없구나!!
친체로는 그냥 마을이었다.
가장 신기한 것은!!!!
쿠스코에 공항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 뒀었는데!!!!!
나중에 한국 와서 알고 보니 한국공항공사에서 기술 컨설팅?을 한다고 한다.
신기했다 ... ㅎㅎ
가이드는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건물에 대해서... 땅에 대해서...
나는 알아들은 듯이 그냥 끄덕 끄덕 ㅎㅎ
감자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유독 영어가 더 안 들리는 기분은 무엇일까,
나름 질문도 하고 엄마, 아빠에게 설명도 해주었지만 많이 부족했다.
남는 것은 사진뿐! 엄마, 아빠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셨다.
친체로 마을 설명을 듣고 (친체로 > 모라이 마을) 두 번째 장소로 이동했다.
'모라이' 이곳은 도착하자마자 아빠가 본인이 안다고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했다.
'아빠 기다려, 가이드 설명 듣고 올 게. 그리고 자유시간 주면 그때 들을 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 아빠는 조금 떨어져 사진을 먼저 찍고 계셨고, 나는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아빠가 많은 정보를 익히고 오셔서 감사했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듣기 평가!!!)
모라이는 세 개의 원형 농작지.
각각의 지형적 위치와, 물의 흐름, 바람의 흐름을 이용해 다른 작물들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물의 온도가 차가운 곳, 적당한 곳, 뜨거운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인간의 지혜의 끝은 어디인 것인가.
너무 신기했다.
가이드는 자유시간을 잠깐 주고 몇 시까지 모여라 말을 하고 있는데, (나 집중해야 하는데)
하필 이때 아빠가 본인이 설명을 해주시겠다며 나에게 다시 오셨다.
나는 쿠스코 도착 후 평온함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짜증이 났다.
가이드의 설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 장소 약속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빠를 보지도 않고 ‘기다려’ 짧게 말하고 가이드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고 나서 아빠의 설명을 들었다.
아빠의 설명은 가이드의 설명과 같았다.
박수를 보낸다. TV 열심히 봤어.
아빠도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가이드 설명 잘 알아들은 나 자신도 조금 뿌듯했다.
그렇게 20분 정도 잠시 돌아다니고 사진 찍고, 가이드는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다시 모여 다음 장소로 이동 전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내 폰에도 단체사진을 남겼다.
소중한 추억 한 컷!!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는 어떤 여자가 한 명 탔다.
뭐지? 싶었는데 그 짧은 이동시간에 차 안에서 피스코 원액을 판다.
그 당시에는 '상술에 당하지 말자, 짐이 많아지면 곤란하다.' 생각했는데 뒤늦게 생각해 보니 이 술을 사서 Pisco shower 술을 만들어 마셨어야 했다.
작은 술 한 잔을 아주 맛있게 마셨다.
엄마 술까지 내가 마셨다.
세 번째 장소인 '살리나스 데 마라스'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투어 장소 중 가장 신기했던 곳이었다.
염전 마을.
하얀 소금에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가 필수였다.
건기에 와서 새하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역시 마추픽추 건기에 맞춰 온 보람이 있었다.
산 깊은 곳에서 소금물이 흘러나오는데 이 물이 얼마나 깊은 곳에서 어떻게 흘러나오는 것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가이드 님의 설명을 알아들어서 너무 뿌듯 ㅎㅎ)
이곳에서 나는 짜증이 폭발했다.
투어 시작한 지 시간도 조금 지났고, 부실한 아침에 배도 고파왔다.
가장 큰 문제는... 고산지대에서의 장시간 차량 이동으로 엄마의 컨디션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고산병에 어제 잠도 잘 주무시지 못한 엄마는 이동 중에 차에서 틈틈이 잠을 주무셨다.
딱 봐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아빠가 가이드 보다 앞장을 서며
‘이쪽으로 가면 된다. 저쪽으로 가면 된다. 이렇게 돌아서 저기로 나가는 것이다. 여기가 사진이 잘 나온다. 여기 서 봐라. 이곳은 역광이라 잘 안 나온다.’
어휴... 엄마는 체념을 한 것인지 원래 이러는 아빠에 익숙한 것인지 기운이 없는 것인지 대꾸가 없었다.
나는 못 참는다.
‘사람들이 이쪽으로 가고 있다. 가이드가 아직 저기 있지 않냐. 난 가이드 따라갈 것이다.’
말하며 결국 아빠랑 떨어졌다.
그래도 거기서 거기인 것을.
난 그냥 가이드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가이드가 우리 가족사진을 찍어주었고,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아빠의 요청에 사진은 찍었다.
이때부터 슬슬 입꼬리가 턱까지 내려오기 시작했다.
해가 너무 뜨겁고 더워서 모두의 불쾌지수가 급상승했다.
이미 두 번째 장소부터 사람들은 겉옷을 벗었고, 나도 차에서 반팔만 입었었다.
아빠는 이 정도면 다 봤으니 먼저 차로 돌아가자고 했고, 엄마는 언덕을 올라야 해서 힘들어했다.
나는 그렇게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점점 짜증이 쌓여갔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아빠의 길 찾기는 '어? 막혔네?'로 끝이 났다.
하.... 정말... 가이드가 왜 있는 거냐고
너무 답답하고 왜 저러는 것인가 생각뿐.
‘생리 전 증후군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지만.... 모르겠다.
1시가 다 되어서야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나도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조금 잠에 들었다.
점심은 뷔페 식이었다.
음식 구성과 맛은 나쁘지 않았으나 여러 패키지들의 점심 장소인 듯했다.
사람들이 좀 많았다.
그런데 아빠가 술 파는 것을 보고 술을 시켜 달라고 했다.
순간 폭발........
‘패키지 점심인데 꼭 먹어야겠어? 우리 이 패키지 투어 비싸게 주고 왔다니까? 좀 참아!!! 그리고 나는 뭐 여기서 음식 시키는 거 쉬운 줄 알아??!!’
아빠가 좀 머쓱해하시는 걸 느꼈다.
못된 년.... 좀 참지... 못 참았다.
그냥 같이 한 잔씩 마시면 될걸.
나중엔 돈도 남았는데.
덜 못된 딸이 되고자 생리 전 증후군 핑계를 대본다.
벌써 몇 번째 효년 등장인지...
그렇게 분위기 싸하게 점심 식사를 마쳤다.
밥 먹고 나니 좀 진정은 된 듯했다.
엄마도 아빠도 나도.
이때의 짜증이, 마시지 않은 술 한 잔이 아직도 너무 후회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