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 쿠스코(페루) - 성스러운 계곡
마지막 투어 장소인 오얀타이탐보 도착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이 작은 마을도 매력 있었다.
오얀타이탐보 유적지는 크고 넓었다.
계단식 경작지에 반대편에 보이는 사람 얼굴 모양의 돌산, 전체적으로 라마 모양으로 만든 곳이었다.
너무 신기했고, 나도 사람들을 따라 위에까지 올라가 구경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떨어진 엄마, 아빠는 밑에서 있자고 했다.
점심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나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래쪽만 돌아다녔다.
이때 찍힌 나의 분노조절 실패 사진 (어쩌면 분노조절을 해서 그나마 사진 찍은 걸 수도) 정말 재밌다.
표정에서 다 드러나고 입꼬리가 턱까지 내려가 있다.
조금 돌아다니다 그늘에 앉을 만한 곳이 있어서 앉아 있었다.
아빠는 일부로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는데, 무슨 말을 해도 그냥 '응 그렇구나'라고 대답을 하고 말았다.
가이드가 모이기로 한 곳으로 가자고 하길래 말없이 따라갔다.
그렇게 아주 짧게 오얀타이탐보 구경이 끝이 났다.
투어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은 아구아 깔리엔테스로 가기 위해 그곳에서 투어를 마쳤다.
기차를 탈 수 있는 오얀타이탐보역으로 향했다.
고산증세에 10분도 걷기 힘든 엄마를 위해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지도를 보고 있지도 않은 아빠가 저쪽으로 가면 택시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이 동네 와 봤냐고, 내가 지도 다 보고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짜증을 많이 냈던 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서 없다는 걸 알아야 느낄 테니,
하지만 곧바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탈 수 있었다.
운도 좋아 정말...
역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차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아서 잉카 레일 대합실에서 기다리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카페에서 커피에 빵을 먹고 싶었지만, 점심에 한 짓이 있기에... 참았다.
그렇게 잉카 레일 탑승했다.
성스러운 계곡 투어 중 가장 비싼 값이었던 잉카 레일.
좌석은 꽤 좋았다.
2명씩 마주 보고 가는 자리고 뒤쪽에 짐도 놓을 수 있었다.
부모님이 같이 앉으시고 내가 혼자 앉았다.
그런데 내 옆쪽에 영국 귀여운 남자애가 앉았다.
우린 서로 냄새라도 나는 듯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넓지 않은 그 좌석에 둘이 이 정도로 떨어져 앉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남자는 창 쪽으로 고개가 틀어져 있어서 목이 아플 것 같았다.
엄마에게 ' 이 정도면 나 냄새나는 거 아냐?'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엄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본인의 눈이 안 보이는 줄 알았나 보다.
귀여운 영국 친구를 빤히 보기 시작했고, 결국 나에게 말 좀 걸어보라며 사탕을 주자고 했다.
(엄마 눈 다 보여 ㅠㅠㅠ)
처음엔 ‘하지 말자 도착까지 어색 해진다.’라고 거절했지만 귀여운 얼굴에 나도 내심 말을 걸고 싶었나 보다.
인사를 나누고 영국인인 것을 알았다.
엄마는 사탕을 주었고, 나는 '우리 엄마가 너 잘생겼데'라고 말을 해줬다.
속으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말하면서.
조금 후에 기차에서 작은 공연이 있었다.
이벤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큰 기대가 없어서 엄마, 아빠에게 전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는 깜짝 이벤트가 된 것이다.
남녀 한 커플이 사랑을 이루는 아주 짧은 내용이었고, 연극을 하는 사람은 기차 직원이었다.
그들의 극한 직업에 연기까지 잘하는 열정에 놀라웠고 공연이 더 재밌게 느껴졌다.
모두 기분이 좋아졌다.
이때 엄마가 공연을 찍는 듯이 나랑 영국 친구가 사진에 나오게 촬영을 했다.
하하 마음에 든다 사진. 고마워
이후 다 같이 한바탕 졸음 타임.
엄마는 엎드려 주무셨고, 나는 잠깐 졸았다.
옆에 영국 친구와의 간격 30cm 유지 중으로 신경이 쓰여 푹 잘 수가 없었다.
아구아 깔리엔테스 도착!
6시 30분 정도 되었을까, 이미 해는 져 있었다.
기차역을 나와 숙소를 향해갔다.
지도는 내가 보고 있는데 계속 ‘이쪽 아니냐 저기로 가야 할 것 같다.’ 말을 했다.
아빠!!!!!!!!!!!!!!!!! 휴......... 낮에 너무 짜증을 낸 듯하여 후회 중으로 꾹꾹 참고.
'내가 미리 길 못 찾아 놔서 미안, 지금 열심히 찾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줄래?'라고 말을 했다.
그렇게 숙소를 가는 길에 마추픽추 버스표 끊는 곳이 보였다.
뒤도 보지 않고 '기다려봐 나 표 좀 끊어 올게' 하고 후다닥 가서 표도 끊어왔다.
비싸다 버스 표도. (1인 24달러) 인터넷에서 비싸다고 해서 알고는 있었다.
모든 것이 돈이구나 역시. 그렇게 숙소는 10분 만에 찾아서 들어갔다.
나는 나름 좋은 숙소를 예약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구아 깔리엔테스 숙소는 전체적으로 낙후되어 있나 보다.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 방은 일단 침대 두 개로 인해 문이 다 열리지 않았다.
캐리어 하나 간신히 들어가는 공간. 룸의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순간 화가 났다. (좋은 줄 알았으니깐...)
말을 하지 않았다. 창문이 한 개 고장 나 있었다.
닫히기는 하지만 잠글 수 없었다. 또 화가 났다.
모든 것은 내가 예약한 곳이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침착하자. 내 잘못이다. 가만히 있자 생각만 할 뿐.
짐만 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 데 직원이 방 괜찮냐고 물었다.
'알면서 물어보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때다 싶어 '창문이 잠기지 않아, 방 바꿔줄 수 있어?'라고 했지만 역시나...
세상 친절한 얼굴로 '미안해 다른 방은 없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물어봤어???
알겠다고 하며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아빠가 한식을 찾는다.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엄마가 음식을 너무 못 먹으니 한식당 없냐는 것이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찾아야 했다.
그렇지만 없었다.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안 했나 싶기도 하다.)
뒤늦은 후회.
난 왜 이 순간에 걸어오다 본 피자집을 가고 싶었을까...
그렇지만 당연히 가지 않았고, 중국 음식 파는 곳을 들어갔다.
닭고기 육수 국수! 계란 볶음밥! 다행이었다.
엄마, 아빠 두 분 다 매우 맛있게 드셨다.
나는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 그다지 많이 먹진 않았다.
그냥 배를 좀 채우니 기분이 나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밖이 시끌시끌했다.
나는 바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보았다.
축제의 행렬이 있었다.
무슨 축제일까?
사람들은 매우 신나 보였고 나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부모님이 계시네...? 내 기분이 마냥 좋지 않네...?
축제의 행렬은 우리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빠는 이곳에서 멋진 사진 한 장을 찍으셨다.
식당에서는 점심때 기억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아빠도 별말씀이 없으셨다.
내 눈치를 보셨겠지.
미안.
대신 가까운 마트에 가서 물과 술을 샀다.
아빠는 위스키 작은 것.
나는 맥주. 이때 마트에서 바나나 케이크를 샀는데 이게 또 맥주 안주로 기가 막혔다.
빵쟁이 빵은... 먹어야지 ㅎㅎ 촉촉 바나나 듬뿍 향긋 살찌는 이 맛.
숙소로 돌아와 친절한 직원에게 축제에 대해 물어보니 일 년에 한 번 있는 마추픽추를 기념하는 날이었다!
이런 날에 우리가 이곳을 오다니!!!!
뭔가 특별한 듯했다.
내심 기뻤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축제는 아마 12시까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도..?? 또...?? 남미는 신나는 나라구나.
휴... 귀마개를 찾는다.
나는 그렇게 방에 들어와 별다른 말없이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12시는 무슨... 새벽 내내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길고 길었던 성스러운 계곡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라 진이 빠졌고,
곧 시작할 줄 알았던 생리는 다시 생리 전 증후군으로 발현했다.
아빠는 몇 번씩이나 길 주장을 했고,
너무 좋았던 날씨는 점점 더워져 불쾌지수를 상승시켰다.
하루에도 몇 번의 감정이 오간 것인가.
그럼에도 마무리는 우리가 일 년에 한 번 있는 마추픽추를 위한 축제가 있는 날에 왔다는 사실!!!
행운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