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쿠스코 (2) _ 아르마스 광장의 평화

7/5일 쿠스코(페루)

by 오현정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엘 베레이 호텔로 갔다.

호텔은 너무 찾기 좋은 위치에 있었고, 친절한 직원분 덕분에 체크인도 문제없이 수월했다.


아르마스 광장 _ 엘 베레이 호텔


카드 키도 아닌 열쇠 키를 받아 들고 조금은 낡은 계단을 올라갔다.

방은 2층이었지만 계단이 생각보다 높았다.

엄마, 아빠는 고산증세 때문에 힘들어하셨고, 이때는 나도 조금 숨이 차는 것을 느꼈다.


그냥 집 방문처럼 생긴 문을 열고 큰 기대 없이 들어갔다.

침대 3개! 소파, 테이블, TV, 작은 테라스가 있는 방은 아르마스 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호텔의 입구부터 문을 열기 직전까지 느껴졌던 낡은 분위기가 고풍스러운 앤티크 느낌으로 바뀌었다.


여행의 두 번째, 페루의 두 번째 숙소는 여행 내내 호텔의 분위기와 뷰에 있어서 최고의 호텔이었다.

안락한 분위기까지 엘 베레이 호텔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짐만 방에 내려놓고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쿠스코에서도 단 하루뿐이다.

(일정이 너무 빡세다 ㅠ.ㅠ)


내일 성스러운 계곡 투어와 아구아깔리안테스(마추픽추 마을)로 가는 기차표를 알아봐야 했다.

먼저 투어부터 예약을 하자고 했는데,

아르마스 광장의 아름다움과 해가 저물어가는 분위기에 시선을 뺏겨 그대로 광장 구경 먼저 했다.


해가 지고 조금 쌀쌀했지만 예쁜 광장의 모습에 우리 가족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엄마도 고산병을 잊은 듯 신이 나 계셨다.

아마도 좋은 인연,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라는 것도 한몫했겠지..


광장에는 붐비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개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욱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부럽다 개팔자


광장의 한편에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니는 학생들이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은 엄마가 뒤편에서 학생들의 춤을 따라 췄다.

(엄마의 춤은 영상으로 남겨졌다.)


고산병에 호흡이 가쁘다면서도 계속하셨고, 내가 큰 소리로 웃자

아이들이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즐거워했다.


춤이 끝나자 여자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엄마를 보면서 속닥거리며 웃었다.

나는 엄마를 이끌고 다가가서 나이를 물어봤고, 16살이라고 했다.

서로 끌어안고 우리를 보며 웃는 모습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차마 엄마의 춤추는 뒷모습은 .. ㅎㅎ


그렇게 잠시 아르마스 광장 구경을 하고, 성스러운 계곡 예약을 하러 향했다.

한 아주머니가 호객을 하길래 들어가서 그대로 예약을 했다.


비쌌다.

'조금 비싸게 주고 하는 거겠지~' 생각을 하긴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1.5배의 가격을 주고 예약한 듯했다.

흥정을 무조건 했어야 했다.

(이 후회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커져갔다.)


그래도 매우 친절하신 아주머니는 우리를 잉카 레일 사무소까지 데려가 오얀타이탐보 -> 아구아 칼리엔테스까지 가는 기차표 예매를 도와주셨다.

투어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래도 가장 비싼 건 체감상 기차표였다.


나는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쿠스코 언덕 위에 있는 그리스도 상을 보러 가고 싶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지금은 어두워서 굉장히 위험하니 광장 부근만 구경하라고 했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큰일 났을 듯!


그리고 잠시 잊고 있던 12각 돌을 보러 가라고 추천해 주셨다.

아빠도 가고 싶어 했던 그곳!

예약을 마치고 12각 돌을 보러 갔다.


그냥 이게 전부 ㅎㅎ
이렇게 생긴 골목길에서 12각 돌을 찾아야 한다 ㅎㅎ


역시나 관광객이 조금 몰려 있는 그곳에 12각 돌이 있었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각 세어 보는 것 말고 특별한 것은 없다.


아르마스 광장 부근 골목길을 좀 걸었다.

해가 저물어 불빛이 켜진 길이 너무 예뻤다.

아무것도 아닌 그 골목길에서 멈춰 서서 12각 돌 앞에서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었다.

광장으로 연결된 길 _ 야경이 너무 예뻤다.

길을 걷다가 내일 투어 준비를 위해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보내는 유일한 밤에 한 잔을 즐기기 위해서 ㅎㅎ


옥수수튀김! 페루의 명물? 인 옥수수튀김(맛있다!!)과 작은 위스키를 한 병 사고 호텔로 향했다.

테이블을 테라스 앞쪽에 옮기고, 아르마스 광장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술 한 잔으로 쿠스코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평화 그 자체 with 술 ㅎㅎ

그렇게 앤티크 한 방에서 편안히 잠을 들려고 했는데... 광장에서 밤새도록 젊은이들이 놀았다.

새벽 내내....ㅎㅎ 대단해 ㅎㅎ

귀마개로 막아 보았지만 소리는 귀마개를 비집고 들어왔다.


몇 시였을까, 그들이 드디어 사라졌다.

조용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경찰? 군인? 운동선수?로 추정되는 (체격이 엄청 좋았다.)

30-40명의 남자 무리들이 구호를 외치며 아르마스 광장을 뛰기 시작했다. 하....

새벽 5시였다.


왜왜 ㅠㅠ 그 새벽에 왜 ㅠ 낮에 봤으면 진짜 멋있었을 텐데


keyword
작가의 이전글7. 쿠스코 (1) _ 여행의 묘미, 소중한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