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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쿠스코 (1) _ 여행의 묘미, 소중한 인연

7/5일 리마 > 쿠스코(페루)

by 오현정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잠도 잘 잤고, 컨디션도 괜찮다.

조식을 먹으러 갈 기대 때문인가?


엄마, 아빠도 고산병 약의 효과인지 잠을 잘 주무셨고, 컨디션도 최고였다.

쿠스코로 향하는 날 아침, 비행기 시간 여유가 있어서 8시 30분쯤 조식을 먹으러 갔다.


어제 보았던 21층 식당의 뷰는 아침에도 역시 좋았다.

멀리 리마의 바다까지 보이는 곳에서 조식을 먹으니 기분은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의 첫 조식! 맛있다 ㅎ - 부모님의 빠질 수 없는 커피 믹스도!


호텔 조식은 간단하지만 맛있었고, 어제 그 지배인 아저씨는 오늘도 너무 친절하셨다.

리마 에스텔라 미라 플로레스 호텔 너무 좋았다!! ㅎㅎ


그렇게 여유 있게 조식 먹고 준비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나 우리 가족은 '빨리빨리 한국인'의 대표주자다.

공항에 너무나도 여유 있게 도착해 쿠스코행 비행기를 타려고 열리지도 않은 체크인 줄에 서 있었다.


그때 웬 한국인 아저씨가 라인 바깥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아 그냥 앞쪽에 있어서 같이 줄 서려고 말을 거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정말 나의 엄청난 착각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고,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의 혼자 여행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오신 한국 분이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마, 아빠보다 5살 정도? 연세가 더 많으셨다.

(60대 후반이신 것이다!!)

그런데 가방 하나 매고 남미 자유여행이라니!

너무 멋있으셨다.


나는 비행기 예약이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잠시 애를 먹었다.

그 사이 부모님과 아저씨 세 분이 이야기를 나누셨다.

이때 부모님의 신경을 돌릴 수 있는 아저씨가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영어로 열심히 이중 예약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고,

(사실 돈이 이중으로 나가진 않아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전화를 끝내고 나니 보딩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그렇게 쿠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아저씨는 맨 앞에 앉으셨고, 우리 가족은 맨 뒤.

나는 고산병이 과연 있을까? 기대? 걱정? 을 하며 쿠스코로 향했다.


내 옆자리에는 페루 전통 복장을 한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진짜 페루 모습을 보러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엄마 옆자리에는 아기가 있었는데

엄마가 까꿍 놀이를 해줘서 아기가 엄마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웃음 소리까지 너무너무 귀여웠던 아기!!


해발 3,400m 정도 되는 도시에 도착을 했다.

고산병!!! 엄마, 아빠는 걱정이 되지만 (아빠는 심하지 않으셨다.)

나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처음에 비행기 문이 열린 것을 알았을 때는 '어? 나 머리 아픈 거 같은데?' 싶었다.

하지만...... 기분 탓이었던 듯하다.

너무 멀쩡했다.

엄마는 조금 힘들어하기 시작하셨지만 약 덕분인지 그래도 괜찮다고 하셨고, 아빠도 괜찮으셨다.


쿠스코 공항 안까지 들어가서 다시 아저씨를 만났고,

아저씨께서는 부모님 모시고 남미 여행하는 나에게 꼭 점심을 사주고 싶으시다며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함께 택시를 타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이동했다.


쿠스코 공항 밖의 모습. 저기 마추픽추 광고!!


공항을 나와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별로 특별하지 않았다.

리마보다는 시골 느낌이지만 내가 생각한 쿠스코의 모습보다는 괜찮았다.


그렇게 쿠스코의 메인,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했다.

와, 다르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파랗고 예뻤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광장에서 느껴지는 느낌!!


그 분위기는 사진에 담기 어렵다.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여유, 큰 개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주변 대성당과 건물들이 주는 편안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고산병도 없는 나는 일주일, 한 달 있고 싶을 정도였다.


식당 정보가 없어 그냥 밖이 잘 보이는 식당으로 향했다.

광장 대부분의 식당은 광장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리고 좋은 뷰를 위해 2층에 있었다.

엄마는 식당의 계단을 올라가시는 것도 살짝 숨이 차다고 하셨다.


고산병!!! 엄마가 중국 여행에서 경험하신 적이 있어서 미리 약을 준비했던 것이다.

현지에서도 살 수는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고산병 약을 미리 준비한 것은 정말!! 너무 잘한 일이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힘드셨다고 하셨다.)


식당에서 보이는 아르마스 광장
좋은 분과 함께해 더 맛있었던 음식!


대화를 할수록 아저씨는 대단하신 분이었다.

몸 관리, 체중관리 등 오랫동안 지속해 온 습관을 가지고 계셨고. 그 시대 특전사 출신이셨다.

캐나다에 무일푼으로 이민을 가셔서 식당으로 자수 성가하셨다.

또한 자녀도 4명이나 있으시다고 하셨다.

너무 대단하셨고, 그 열린 마인드가 존경스러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어느 면에서든 배울 점이 다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이다.


이 분은 유독 더 많으셨고, 아빠도 이 분을 보고 깨닫는 게 많은 듯해 보였다.

엄마도 대단하시다고, 아빠가 좀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음식값은 팁까지 300 솔 정도 나왔고, 그 자리에서 100 솔을 정중하게 드렸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며 이것도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며, 다행히 아저씨께서 기분 좋게 받아 주셨다.


그렇게 맛있는 쿠스코 첫 끼를 먹었다.

여행의 인연은 여기까지가 좋다는 아저씨의 말씀에 사진만 한방 찍고 우리는 인사를 마무리했다.

(나도 이 부분은 너무나도 공감한다. 여행의 인연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기에)


여행 초반 최고의 인연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은 가끔 아저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여행 기간 동안 가장 좋은 기억 중에 하나다.

너무 훌륭하신 분을 만났고 엄마, 아빠에게 자유여행의 묘미와 재미를 알려드릴 수 있었던 것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먼저 우리 가족에게 말을 걸어 주신 캐나다 아저씨께 지금도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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