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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마 (2) _ 다툼, 그리고 맛있는 마무리

7/4일 리마(페루)

by 오현정

밥을 거의 다 먹었는데, 엄마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으셨다.

너무 피곤해 보이셨다.

맥주를 다 마신 아빠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진 않았다.


나중에 아빠가 말해줬는데 이때 먹으면서 졸 뻔하셨다고 한다.

장거리 비행의 후유증과 고산병 약 주의 사항에 졸음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컨디션도 좋았고, 음식도 맛있었다.

난 고산병까지 없으면 정말 건강, 체력 왕이다.


날이 매우 더웠지만 나는 그래도 아르마스 광장과 대성당에 가고 싶었다.

내일 쿠스코로 향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나는 가보자고 했고, 엄마가 천주교 신자셔서 대성당만 갔다 오기로 했다.

식당에서 도보 15분 정도의 거리였다.


부모님의 컨디션 안 좋은 모습을 보니,

내가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짰나,

얼리 체크인 되었을 때 주무시고 나왔어야 했나,

속상함과 후회가 밀려오면서 생리 전 증후군이 슬슬 발동되었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지갑을 바지 안쪽 (손이 어디까지 내려가???) 깊숙하게 넣는 남자와

레깅스를 입고 배에 휴대폰을 끼고 가는 여자를 보았다.

현지 사람들도 이렇게 조심하고 다니는 치안 안 좋기로 유명한 리마의 '센트로'였다.


이런 동네에서 카메라 가방을 크로스로도 메지 않고 어깨에만 걸치고 걷는 아빠에게 순간 짜증이 났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몇 번 말씀을 드렸었다.

엄마도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인도 바깥쪽으로 걷고 계셨다.

결국 난 못 참고 화를 냈다.

걱정이 되었던 엄마도 아빠한테 말하다가 싸웠다.


아빠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를 외치셨고,

엄마는 직접 아빠의 가방을 낚아채는 행동으로 주의를 주셨다.


나는 엄마까지 화를 내시기에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나는 대성당에 도착할 때까지 엄마 옆에서 걸었다.


다행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면 캡처 2024-02-23 135503.png 군? 경찰?이 대성당 옆에 있는 메인 광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대성당 주변은 군? 경찰? 훈련(정확하게 어떤 훈련인지 알 수 없었다.)으로 통제되어 있었다. 아빠는 못 들어간다며 돌아가자고 했고, 나는 무시하고 근처 입구로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료가 10 솔이었다.

아빠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오셨다.

밖에 혼자 계실 수는 없으니.


대성당은 유럽 느낌과는 조금 달랐고, 작았다.


아빠는 계속 호텔로 가자는 식으로 했고, 나는 아빠를 무시했다.

우리는 결국 안전한 성당 안에서 따로 다녔다.


엄마는 잠시 기도를 하셨고 나는 그런 엄마의 옆에 붙어 있었다.

그렇게 정말 간신히 대성당만 보고 다시 미라 플로레스로 복귀했다.


발동되었던 효년 모드는 차분한 분위기의 성당에서 조금 누그러졌다.


기도하는 엄마 덕분에 나도 차분해졌다.


다행히 오는 길은 차가 많이 막히지 않았다.

그런데 리마 택시 기사분들 말이 너무 많았다.

(오고, 가고 두 번다...ㅠㅠ)


나의 3살 같은 스페인어 실력에도 굴하지 않고 여러 정보를 주려고 노력했고,

그의 10살 같은 영어 실력으로 리마에 대한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이때 택시 기사는 내가 하고 있는 반지와 목걸이를 보더니,

'센트로 또 갈 때는 그거 빼고 가' 라고 했다.

아빠!!!!!!!!!!!!!!!!!!!!!!!!!!! 이런 곳이었다고!!!!!!!!!!!!!!


짧은 시간에 ‘스페인어가 조금 늘었나?’ 싶었지만,

남는 말은 ‘겨울이 맞고, 엘리뇨 현상으로 너무 덥고 그나마 바람이라도 불어서 다행이다.’라는 것뿐.

(더우니깐 에어컨 틀어줘 ㅠㅠ 나 또 엉덩이 땀 차 ㅠㅠ)


그렇게 귀가 아플 정도로 택시 기사의 설명을 듣고 (50%도 알아듣지 못했다.) 호텔에 도착했다.


부모님이 너무 피곤해하셨다.

결국 저녁 전 1시간 정도 취침을 택하셨다.


나는 솔직히 사랑의 공원 쪽으로 가서 노을과 절벽을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빠가 한숨 자고 일어나서 같이 가자고 하셨고 나는 그동안 헬스장 가서 운동하기를 택했다.


러닝을 한 시간도 하지 않았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매우 습하고 더운 날씨였다.


운동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가, 노을 보고 저녁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하는데도 부모님이 계속 주무셨다.

아빠도 노을을 보러 사랑의 공원 쪽으로 나가고 싶어 하셨으나 컨디션 때문에 포기했다.


나도 덩달아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저녁 먹고 부모님 호텔 모셔다드리고 사랑의 공원 쪽 가야지’ 하고 생각을 했다.


예약해 두었던 '푼토 아줄'로 향했다.


푼토 아줄! 리마의 유명한 세비체 레스토랑이 호텔에서 5분 안쪽 거리에 있었다.

세비체, 오징어 먹물 리소토, 새우 볶음밥과 피스코 사워, 콜라를 시켰다.


와 역시 맛집이었다. 나는 다 너무 맛있었고, 엄마는 리소토가 입에 맞으셨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Pisco shower 미쳤다. 정말 맛있다.

엄마도 맛보시라고 3잔을 시켰는데 아빠랑 나눠서 다 마셨다.

아빠도 Pisco shower 맛있다고 하셨다.


화면 캡처 2024-02-23 140904.png 먹물 리소토, 새우 볶음밥, 세비체!!
화면 캡처 2024-02-23 141015.png 피스코 사워 ! 하루 두 번도 부족했어 ㅠㅠ 더 마실걸!!!


푼토 아줄 맛집 맞다. 다 맛있었다.


사실 식당에 오기 전까지도 낮에 다투었던 일 때문에 모두 기분이 좋진 않았었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과 술이 기분을 싹 바꾸어 주었다.


맛은 물론이고 웨이터도 친절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인을 좋아하는 티를 내었다.

엄마와 나에게 농담도 건네고, 계산할 때는 '한국인은 팁 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했는데 당연히 주었다.


행복한 저녁시간이었다.

원래는 이렇게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 혼자서라도 사랑의 미로가 있는 절벽 쪽 해안가를 가려고 했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님아, 미라 플로레스 안전하다면서요, 부자 동네라면서요.

그런데 구걸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창가 쪽에서 계속 두드리며 사탕 같은 것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아이들이었지만 무서워져서 혼자서는 멀리까지 갈 용기가 없었다.


결국, 부모님과 호텔로 향했다.

호텔 가는 마트에서 물을 사고 아빠는 위스키 같은 술을 하나 사서 드셨다.


이때 물을 탄산수(Con gas)를 사버렸다.

하.. 뭐 어쩔 수 없어서 마시긴 했다.

(첫날의 실수로 이후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Sin(no) gas!! 물을 살 수 있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7/4일이 지나갔다.

시작은 좋지 않았으나 그래도 맛있는 음식 덕분에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Pisco Shower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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