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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리마 (1) _ 진짜 남미의 시작

7/4일 리마(페루)

by 오현정

긴장과 설렘의 시작이다.

공항 환전을 조금 하고 나와서 공항 택시를 바로 탔다.

(공항 환전 100달러 3.31 솔 / 미라 플로레스 환전 3.5 솔로 차이가 조금 있었다.)


미라 플로레스까지 60 솔 정도라고 인터넷에서 봤는데 65 솔이라고 해서 흥정도 없이 탑승.

(아마도 리마에서 흥정을 한 적이 없는 듯하다. - 바보!!! 무조건 흥정을 해야 한다.!!!)


분명 이곳은 겨울이라고 했다.

물론 이곳의 겨울은 우리나라 같은 겨울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덥다. 이건 여름이다.

택시를 타자마자 겉옷을 벗고 반팔만 입었다.

(땀쟁이라 땀을 좀 흘렸다.)


택시가 공항을 빠져나오자 바로 시작된 교통체증.

차들도 좋지 않아서 매연 심하고, 오전 8시라 이곳도 출근 시간인 걸까..?

클랙슨을 울려대는 차들로 시끄러웠다.


앞차, 옆차와의 간격 5cm.

최대한 조용히 하려고 했지만 엄마 아빠까지 택시 기사의 운전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곳은 동남아인 것인가’

생각을 하며 25분쯤 달리자 리마 바다가 보였다.


시야가 뻥 뚫리고 바다가 보이고 나서야 드디어 리마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어떻게 이런 절벽 위에 도시를 건설했는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또다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장시간의 비행과 심한 교통체증, 더운 날씨까지 몸과 머리가 다 지쳐있었다.

그런데 리마의 바다가 모든 것을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화면 캡처 2024-02-22 134639.png 서퍼가 분명 있는데 사진으로는 너무 멀다 ㅠ.


바다는 파도가 어찌나 강하게 치는지 그리고 그 안에 서퍼들이 있었다!

여행 계획 중 잠시 머리를 스쳐갔던 리마 서핑!

눈앞에서 멋진 서퍼들의 모습을 보니 살짝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남미의 시작, 남미의 현관이라고 불리는 리마는 그렇게 첫인상을 깊게 남겼다.


호텔 바로 앞에 도착하니 오전 9시 정도였다.

당연히 체크인은 안 되겠지 생각하고 짐만 맡겨 두고 리마 센트럴로 향하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 에스텔라르 미라플로레스 호텔 최고다.

방이 준비되어 있다고 그냥 바로 체크인을 시켜줬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많이 지쳐 있는 부모님 생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웰컴 드링크 쿠폰까지 들고 기분 좋게 20층으로 향했다.


방은 컨디션도 좋고 탁 트인 뷰가 멀리 바다까지 보였다.

대만족!!


나는 시차 적응을 위해 자면 안 된다고 하면서 씻고 옷만 갈아입고 나가자고 했다.

엄마, 아빠도 이때는 괜찮으셨는지, 동의하셨다.

아마도 빨리 리마 구경을 하고 싶으셨겠지?


엄마, 아빠는 고산병 약 먹기 시작! - 약은 1-2일 전부터 먹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고산병이 있을까 없을까 궁금해 먹지 않았다.


그런데 아빠가 어디로 갈 것인지 물어보셨다.

센트럴 쪽에 대해서 말하는데 아빠가 정말 정보를 하나도 찾아보지 않은 게 너무 느껴졌다.


생리 전 증후군 발동. 서약서의 내용 따위 머리에 잊혀 진지 오래였나 보다.

바로 잔소리를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면 정말 별것도 아닌데...)

얼리 체크인을 이렇게 빨리했다는 기쁨도 금세 사라지고 기분이 급 다운되었다. 일단 나가자.


밖으로 나가기 전에 웰컴 드링크 맛이나 보러 식당(조식, 레스토랑, 바로 운영 중이었다)으로 향했다.

식당 뷰는 사방이 창문으로 되어 있어 방보다 훨씬 더 좋았다.


시간은 11시로 보통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는 시간이었고, 식당은 조식 정리 후 마무리 청소를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웰컴 드링크를 마시겠다고 하자 안내를 해주어서 편한 소파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지배인 아저씨로 추정되는 분께 Pisco shower(페루 대표 칵테일!) 두 잔과 엄마를 위한 주스 한잔 요청했다.


그런데 Pisco shower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재료가 없다는 건지 알아듣지 못했다.)


아쉬운 대로 아저씨가 추천해 주신 Chilcano de pisco를 마셨다.

그런데 맙소사 이게 뭐지???!! 최고다.

리마의 첫술은 pisco shower 가 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하게 chilcano de pisco를 마셨다.

(너무 맛있어서 아저씨한테 술 이름을 물어 보았다.)


화면 캡처 2024-02-22 134850.png chilcano de pisco 두 잔과 엄마의 오렌지쥬스


아빠도 대만족이었다.

Pisco 술에 탄산음료가 섞인 칵테일이라는데 술이 진하게 들어가서 (지배인 아저씨가 많이 넣어 주신 것은 아닐까 고마웠다.) 한 모금에도 술이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술 한 잔으로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밖으로 나와 먼저 5분 거리에 있는 '푼토 아줄' 맛집을 예약해 두고,

Claro 유심칩을 구매하러 통신사를 찾아갔다.


통신사는 친절하지만 일 처리가 매우 매우 느렸다.

이것이 남미겠지.


나는 직원의 권유로 30GB를 사용할 수 있는 거로 구매를 했다.

하지만 SNS도 하지 않는 나에게는 너무 사치였다.

(5GB도 충분했을.... 늦은 후회다.)


유심 구매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빠르게 환전까지 하고 택시를 탔다.

먼저 아르마스 광장을 목표로 센트럴로 이동했다.


이 미친 교통 체증은 뭘까, 이미 점심시간인데...?

또다시 동남아에 와있는 기분이 드는 매연과 교통체증이 시작되었다.


너무 더운데 왜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것일까.

차가 좋지 않아서일까? 싶었지만 좋은 차도 틀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달렸다.

(내가 그런 택시만 탔나? - 제발 에어컨 좀 틀어 줘 ㅠㅠ 땀쟁이 죽는다...)


장거리 비행에 지친 엄마, 아빠는 뒤에서 잠이 드셨다.

그리고 나는 엉덩이에 땀이 가득 찬 상태로 센트럴 부근에 도착했다.


사실 진짜 목적지인 아르마스 광장까지 가지 못한 채 걸어가겠다고 그냥 내려버렸다.

엄청난 교통체증과 더위가 차라리 걷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엄마, 아빠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으셨다.

피로가 많이 쌓인 듯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산병 약 때문에 졸음이 쏟아지셨던 거다.


난 바로 근처 식당을 찾았다. 맛집이고 아니고는 모른다.

일단 부모님 식사와 시원하게 앉을 곳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그냥 길을 가다 들어간 식당은 직장인 맛집이었다.

12시 반쯤이었나.

우리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양복 차림으로 들어와 비슷한 메뉴로 보이는 접시를 하나씩 차지하고 먹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음식을, 그들은 우리 가족을 열심히 쳐다보았다.


무엇을 시켜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메뉴의 이름을 모른다.

손가락질해서 '직장인들이 먹고 있으니 맛있겠지' 해서 한 개 시키고,

볶음밥과 고기가 있는 그림을 가리켜 하나 시켰다.


음식은 나와 아빠는 먹을 만했다. 아마도 나는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엄마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셨다.


샐러드, 감자튀김 위주로 드셨다.

일단 쌀알이 날아다니고 좀 덜 익은 듯한 느낌이라고 하셨다.


나는 모른다 전부 다 맛있었다.


화면 캡처 2024-02-22 135037.png 아마도 직장인 맛집!!


아빠는 맥주, 엄마는 주스를 시켜드렸다.

주스는 오렌지? 망고? 100% 느낌으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마 맥주!!!!

이곳은 술 맛집 나라다.


부모님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낮에는 최대한 술을 절제하려고 했으나, (이미 웰컴 드링크를 마셔놓고?)

눈앞에 있는 맥주를 참지 못하고 시원하게 한잔 원샷을 했다.


술만 있으면 평화를 되찾고 뭐든 잘 먹는 아빠와 나.

이것은 여행 끝까지,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와서까지 유지되었다.


그런데 이 평화는 ...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효년의 등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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