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일 LA > 리마(페루)
LA > 리마 행은 정말로 따로 앉아서 가야했다.
라탐 항공 직원이 우리에게 제안을 했다.
1) 아시아나의 처음 좌석 배치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친절한 직원이 해줄 수 있는 best는 한 줄에 한 명씩.
2) 셋이 나란히 붙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데 이곳은 맨 앞쪽 좌석.(비상구는 아니었다.)
그런데 혹시나 아이가 있는 가족이 체크인을 하러 오면 너희는 좌석을 무조건 바꿔줘야 하고,
그럴 경우 지금처럼 한 줄에 한 명씩도 보장을 해줄 수 없다.
나는 바로 선택권을 아빠, 엄마에게 넘겼다.
부모님의 선택은 안전하게 한 줄에 한 명씩이라도 조금 붙어가자.
결국 우리는 그렇게 좌석 선택을 하고 보딩을 했다.
한 줄에 한 명씩,
아빠, 엄마는 3석 자리의 가운데 좌석,
나는 복도 쪽 좌석이었다.
그런데!
엄마의 가운데 좌석에 복도 쪽에 앉아야 하는 여성분이 창가 앉은 분 이랑 친구라며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한번 좌석 배치의 의문)
나는 엄마가 복도 쪽에 앉아도 되냐며 확인을 했고, 엄마는 복도 쪽에 앉았다.
그리고 나의 복도 쪽 자리에는 원래 가운데 좌석의 아주머니가 떡하니 앉아서는 본인이 복도 쪽 앉고 싶다고 승무원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리 가세여.... 가운데 싫어요 ㅠㅠ
승무원은 그럴 수 없다며 내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나는! 그 아주머니에게 ‘우리 엄마 자리가 여기다 (내 바로 앞) 바꿔 가시겠냐’ 물어봤다.
그 아주머니의 표정이 밝게 싹 변하며 본인은 너무 좋다고 승무원에게 말을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얼른 승무원에게 말을 했고, 역시나 승무원은 문제없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랑 둘이 앉아 가는 줄 알았는데...
엄마는 혼자 앞쪽 자리에 앉은 아빠가 신경 쓰였나 보다.
'아빠만 혼자 떨어졌네?'라고 말씀하시길래,
바로 엄마, 아빠를 같이 앉게 해 드리고 내가 아빠 자리였던 가운데로 쏙 들어갔다.
이것은 모두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엄마, 아빠는 붙어 가셔서 마음이 좀 편하신 듯했다.
그리고 원래 아빠 좌석의 왼쪽에 키가 매우 크신 외국인 중년 남성분이 있었는데,
내가 가운데 앉겠다고 하자 표정이 매우 밝아졌던 것을 난 느꼈다. (기분 탓인가?)
이곳에 아빠가 앉아 계셨다면 두 분 다 매우 불편하게 9시간 동안 비행을 해야 했을 것이다.
나는 그 가운데 앉아서 꼼 짝도 하지 않고 (아저씨 쪽 팔걸이에 팔 한번 못 올렸다.)
기내식 먹을 때도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먹었다.
정말 9시간 동안 좌석에서만큼은 기지개 한 번을 펴지 않았다.
기내식 시간, 아빠가 나랑 같이 앉고 싶어 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기내식이었다.
영어를 거의 못하시는 부모님은 내가 메뉴 알려주고, 술도 시켜 주길 원하셨던 거다.
첫 번째 기내식은 내가 먼저 받았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부모님이 드실 만한 '비프'를 써서 보여드렸는데 보이지 않으셨나 보다.
일단 난 받아서 먹을 준비를 하고 귀는 뒤로 향해 있었다.
승무원의 '쏘리, 아이 돈 언더스탠드'를 기가 막히게 듣고 바로 뒤쪽을 보며 '비프 비프'를 말했다.
이후 술은 알아서 하셨기를 바랐다. (위스키 드셨단다.)
나는 짜증이 뒤 섞인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생리 전 증후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보지만.....
(생리 일주일 전이었고 이건 여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 핑계....)
물론 생리 전 일주일이 아니었어도 그랬을까 싶기도 했다.
부모님이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기내식 메뉴 고르는 것도 어려워하실 줄이야.
부모님 덕분에 그나마 수년간의 교육으로 영어를 할 수 있게 된 나로서는 참 많은 생각과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속상하고 답답한 그 심정을 기내식과 와인으로 달랬다. ㅎㅎ
레드 와인과 물까지 따로 달라고 해서 야무지게 기내식 먹기.
옆에 중년의 아저씨도 나와 같이 레드 와인과 물을 시켰다.
그런데 아저씨는 두 번째 기내식도 나랑 똑같이 커피와 물을 시켰다.
(따라 하신 거 아니냐고요 ㅎㅎ 기분이 나쁜 건 아닙니다. 짠하고 싶었을 뿐)
엄마, 아빠께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여 드리고,
나는 스페인어 정리해 온 것을 폰으로 찍어서 열심히 보았다.
남미 여행을 위해 약 9개월? 정도 스페인어 공부를 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남미.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부담감.
다행히 스페인어는 재미있었다.
기내가 워낙 어두워서 종이를 볼 수 없었다. 폰이 나았다.
그냥 자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으니 잠도 잘 잘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데, 중간에 난기류로 인해 비행기가 크게 흔들렸다.
갑자기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제주도행 작은 비행기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쿵! 이었다.
나도 너무 놀랐고, 비행기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옆에 중년 아저씨도 약간 큰소리를 내며 내 쪽에 있는 팔걸이를 깊게 확! 잡는 바람에 아저씨 팔꿈치가 내 옆구리까지 파고들었었다.
그때 나에게는 아빠의 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살짝 졸다가 쿵! 하는 바람에 너무 놀라 큰소리가 나왔단다. ㅎㅎ
놀랐지만 속으로 어찌나 웃기던지 '스카이 다이빙하겠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렇게 큰 이벤트를 한번 남기고 9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리마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