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알다시피 영화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것들이 종합적으로 들어있는 예술 장르이다. 예쁘고 잘생긴 배우의 연기, 감성을 자극하는 배경 음악, 선정성과 진정성을 오고 가는 극적인 스토리라인 등.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들로 관객들의 마음에 폭격을 가하기 때문에 의외로 나와 같은 내향인은 쉴틈이 없다고 여기고는 한다. 적어도 손에 땀을 쥐는 스토리라인에는 정지 버튼 한번으로 한숨 돌릴 시간 정도는 있어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야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마음을 울리는 열연이었는지, 배경 음악에는 얼마나 많은 감성과 내가 놓친 메세지가 함유되었는지, 스토리에 개연성이 충분해서 빠져들어도 괜찮은 웰메이드인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지 버튼조차 없고, 내 시야에 꽉 차는 화면과 빈틈없이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선사하는 영화관을 특히 좋아하지만은 않는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다시 되감기해서 놓친 대사를 볼 수도 없다. 지금도 나에게 영화관은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가는 정도이다.
나는 주변에 영화관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 두었다. 대표적으로는 나의 아빠인데, 나는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서 가족들과 영화관을 많이 갔다. 실제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모두 영화관에서 봤다. 그런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첫 시리즈부터 해서 다시 접할 기회도 많았지만, 한번도 제대로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어렸을 적 개봉할 때 영화관에 가서 졸았던 기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두 번째 편인 '비밀의 방'부터는 사운드도 매우 커지고, 요란한 장면이 많아져서 오히려 더 깊이 잠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에게 해리포터라는 영화는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잤고, 엔딩 크레딧에서 입가에 침을 흘리고 깨어났던 기억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그런 영화이다. 다음에 책이나 TV에서 접할 때도 그다지 정을 붙이기는 힘들었다. 해리포터의 작가라는 조앤 K 롤링이 싱글맘으로 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카페에서 앉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소설을 썼다, 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조금 흥미로웠지만.
물론 영화관이라는 장소를 싫어하고, 그곳에 있으면 두드러기가 생길 정도로 혐오하는 사람 정도는 아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매우 좁게 한정되어 있다. 삼십 년 넘는 세월동안 영화관에서 그나마 재밌게 본 영화도 한 손에 꼽을 수 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하거나 드라마적이고, 가족 영화나 잔잔한 유머가 있는 영화가 그나마 괜찮았다. 지금까지 영화 중 <국가대표>나 <신과 함께>를 재밌게 봤다. 모든 장면이 다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고 몇몇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소란스럽고 스펙터클하고, 대자본이 투입되어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영화일수록 별로이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가 그렇게 재밌고 눈물 쏙 빼는 영화라는 건 거의 성인이 돼서야 알았다. 나는 영화 시작부터 졸기 시작해서, 자꾸 긴장되는 음악과 함께 이상한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며 차에 매달려 어디를 가던데, 대체 어디를 가는 거지 하는 생각 이후로 잠에 빠져들어 기억에 없다.
필경 문학 장르라는 것은 어떤 한 작품이 내 마음에 쏙 들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 안에 있는 것들 중 대부분이 내 마음과 결이 잘 맞고, 그러면서도 어떤 장면은 눈이 시릴 정도로 감정을 일깨우고 어떤 깨달음을 준다면 그건 그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거의 모든 요소들이 마음에 든다면, 그건 그 작품이나 작가의 팬이 되어야 할 정도인 것이다. 그만큼 독자나 관객들의 취향은 제각각이고, 결이 비슷한듯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영화라는 매체가 나의 모든 면을 좋아해줘! 라고 연극투로 외치는 외향적이고 히스테릭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미 어릴 때 많은 반감을 샀기 때문에 다시 쉽게 편견없이 받아들이기는 힘들어질만큼 나이를 먹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