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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May 10. 2024

박소은은 모두의 문학

(1) 왜 박소은인가

  가수가 화려한 기교 없이, 그리고 웅장한 사운드의 뒷받침 없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일이 가능할까? 마이클 볼튼과 같은 걸출한 가수 단돈 몇 만원 밖에 하지 않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면, 그 노래는 성에 차지 않게 들리고 뭔가 빠진듯 허전하고 초라하게 느껴질까? 일단, 후자의 질문은 모두가 아마 예상하건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장비의 도움이 없더라도 우리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때 충분히 전율하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심지어 마이크가 없더라도 급조하여 비좁은 무대를 마련해주고,  방석만 깔아주어도, 제 세상인듯 꾀꼬리나 나이팅게일 같은 목소리를 자랑하며, 한 곡을 뽑아내는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살면서 경험해왔다. 실력이 꽤 훌륭하다면, 관객이 된 주변인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팔을 좌우로 흔드는 건 흔한 레퍼토리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고, 좋아하며, 두팔 벌려 환영하지만, 굳이 그 사람처럼 되고 싶지는 않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수 없음을 안다. 사실 모두의 마음속에 노래를 꾀꼬리처럼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재능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머리로 알기 이전에 마음으로 깊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머릿속으로 저것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몸에게 설득하여 입력시켜보려고 해도 소용없다. 소용없을 뿐만 아니라 그 시도는 텅빈 것처럼 헛되고 공허하기까지 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가창력의 대부분은 실제로 선천적인 재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가수는 본질적으로 희소한 능력, 즉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며, 그들의 무대와 창작물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경험과 즐길 거리를 가져다주며, 세상을 더욱더 풍성한 곳으로 만들어준다. 그러한 가수들은 화려하게 갈고닦은 기교와 웅장한 세션과 편곡 등의 사운드적인 도움을 받아 사람들의 마음에 집중 폭격을 가한다. 모든 아티스트들의 집대성하여 프로듀싱의 촘촘한 손길을 거쳐, 우리들의 귀에 닿는 음악들은 마치 잘 차려진 만찬의 식탁과도 같다. 그런데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러한 도움들 없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일이 가능할까? 오늘 소개할 가수 박소은은 가능하다. 그 어려운 일을 가능케 하는 박소은이다.


  박소은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마음도 주머니 사정도 가난한 청년 세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화려함, 과잉, 시끄러움, 자기애, 과시욕 등이 판치는 대중음악과 궤를 같이 한다기 보다는, 그것들과 정 반대의 개념들이 어울린다. 초라함, 결핍, 궁상맞음, 고독함, 자기혐오 등을 노래하는 인디음악의 전형에 가깝다. 그러나, 그러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참신하고 실험적일지언정, 가슴으로 와닿는 음악이 드물다. 마치 '밤양갱'과도 같은 캐치하고 중독성있는 멜로디를 뽑아내지 않는 한, 그런 음악이 대중음악 시장에서 살아남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기에는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음악이라는 세계를 과소평가한 사람의 분석이다. 무슨 말이냐고? 가장 대표적으로 문학이라는 예술을 살펴보자. 사실 수많은 예술 장르들이 그렇듯, 예술가들의 커리어는 미적 감각과 같은 타고난 능력들에 영향을 받는다. 문학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노력은 너무나 당연한 직업적 성공의 필수 요소이다. 그러므로 일정 부분 이상의 성실성을 가졌음을 전제로 하자. 문학에 종사하는 작가들은 타고난 재능에 따라 그 작가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역량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노인과 바다를 지은 헤밍웨이가 과연 문학적 재능이 전무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재능러였을까. 똑같은 논리를 가수에 적용해보자. 대부분의 재능으로는 대중음악의 반대편에 있는 인디음악을 표방하며 아이돌과 같은 대중음악가들처럼 직업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재능에도 스펙트럼이 있고, 상급의 재능을 가진 가수들이 있음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인디음악이 가진 유리천장과도 같은 한계선을 뚫어버리는 재능이 전혀 없다고도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이다. 해외에는 라디오헤드, 벨벳언더그라운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박소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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