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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May 07. 2024

카페에 대하여

2024. 1. 5. 金

 천장에는 이른 낮의 햇살처럼 화사한 LED 조명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촘촘히 달려있다. 계산대 위에는 메뉴판을 밝히기 위한 4개의 큰 조명과 그 앞에 메뉴판들이 바르게 정렬되어있다. 직원이 서있는 주변에는 계산대와 에스프레소 머신과 원두와 원두를 가는 기계들이 늘어져 있고 행사와 판촉을 위한 포스터들이 받침대를 두고 세워져있다. 직원이 계산대 주변을 움직이며 손님이 오고 갈때마다 인사를 하는 이곳은 성남의 한 카페이다. 커피의 향긋한 냄새가 공기중에 옅게 깔려있고, 원두를 갈아서 기계로 내리는 소리가 사이를 두고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배경에 깔려있는 작은 소리의 음악은 아무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더라도 빈공간을 부지런히 메우고 있다. 비트가 단순하고 전자음이 강한 대중음악이다.


  나른해지기 마련인 활동을 하러 오는 이곳에 앉아있는 일이 많지만, 결코 나른해지지 않는다. 테이블 위에 커피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끔 음식이나 술 없이도 열을 올려 대화를 하고, 몇몇은 노트북과 책에 파묻혀 집중을 하는 이 곳 카페를 나는 좋아한다. 마땅히 할게 없어도, 커피를 공급받는다는 공통된 주제로 모여 있는 사람들의 활기찬 분위기와 대화를 앉아서 느끼기만 해도 좋은 기운을 받는 듯한 기분이다. 커피의 향긋한 냄새와 쌉쌀하고 깔끔한 맛은 덤이다.


  이른 아침에 해수욕장 주변에 일찍 문을 연 카페를 기억한다.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었는데, 아침 일출 무렵의 활기차고 들뜬 기운과 커피가 만나서 기분 좋은 설렘을 공기에 담고 있었다. 강원도 양양의 하조대 해수욕장 근처의 카페였다. 그런가하면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익숙함을 전해주는 카페도 있다. 그곳에 가면 언제나 그랬듯이 느껴지는 커피향과 소음이 반갑다. 재즈풍 피아노 반주를 자주 틀어주는 지하철역 근처의 스타벅스. 들어가서 2층계단을 오를 때마다 가끔 우연히 만나게 되는 지인들을 다시 만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곳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도 기억이 나는데, 큰 음악소리와 인원이 많은 모임이 자주 진행되는 널찍한 카페이다. 빈공간이 많고 조명은 은은하지만, 사람들의 대화소리는 크고, 커피는 크고 진하다. 또 커피 맛이 좋아서 기억나는 성남시 분당의 한 카페가 있다. 지인이 소개해서 같이 가게 됐는데, 커피 위에 바나나맛 크림을 진하게 올린 메뉴가 맛이 좋았다. 넓고 공간을 다양하게 잘 활용한 카페였는데, 마감시간이 가까워서 셋이서만 전세를 낸 것처럼 보드게임을 하며 놀았다.


  우리나라에 카페 붐이 일어서 카페 사업이 이렇듯 번창하게 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어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사회가 관심을 쏟고 소비를 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의, 식, 주 순서대로 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이전부터 의생활에 대한 관심을 명품, 화장품, 미용 등에 대한 소비로 추구해왔다. 그 이후로 발전된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인 식생활은 꽤 최근이다. TV예능과 유튜브를 비롯한 매체에서 먹방, 쿡방 등으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요리사라는 직업과 요식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편이다. 이후로는 주생활 즉, 공간에 대한 욕구가 발전하고 그에 맞춰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은 가장 최근으로,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그러한 공간에 대한 점유에 대해 돈을 주고 소비를 해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발전한 사회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카페만큼 일시적이지만, 확실한 만족을 줄 수 있는 공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향긋한 커피에 고심하고 장만한 인테리어들. 활기찬 분위기와 양질의 서비스까지. 커피 한 잔에 너무 비싼 값을 지불한다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일정 시간동안 좋은 공간에 대한 값을 지불한다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메인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 디자인그룹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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