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 무엇보다 치열함이 돋보이는 경기 종목이라서 그렇다.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는 사실 모든 종목이 다 치열하겠지만, 그래도 축구만이 가지고 있는 심장이 쫄깃해지는 긴장감이라는 게 있다. 축구 경기 중에는 승부욕에서 비롯된 치열한 감정이 22명의 선수 모두의 마음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 오죽 하면 어떤 축구 게임 안에서 선수들의 능력치 중에는 '승부욕' 수치가 있다. 그만큼 불이 튀기는 스포츠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냉혹하게 승패가 갈리는 것이 마치 전쟁이랑 흡사하기도 하다.
전쟁이랑 성격이 비슷하다보니 그런건지, 축구를 할 때는 유난히 '역적'이 많다. 사람이라 결정적인 실수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실수를 하는 선수들은 욕을 많이 먹는다. 감독의 잘못된 기용 때문에 그런 거다, 그 선수는 원래 실력이 형편없다, 아니면 몸 컨디션은 어떻게 관리하고, 인성은 왜그러느냐 등. 사정없이 비난하는 댓글창을 인터넷 포털을 찾다보면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모습에 동참하지는 않고, 그저 관조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그런 댓글창을 발견하면 괜히 동조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사람들의 모습을 흉봤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든다. 그만큼 축구는 치열한 각축전이고, 총성이 없는 전쟁터와 같은 스포츠이다.
나는 축구를 멍때리며 즐겨 보기도 하지만, 앞서 설명한 축구의 그러한 특징으로 인해서 축구를 보며 한없이 몰입한다. 축구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고 축구를 실제로 잘 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국가대표나 내가 응원하는 팀이 출전하는 경기를 보면 잡생각은 말끔히 사라지고 tv속 축구장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공이 움직일 때마다 내 시선이 같이 움직이고, 부상이나 스로인으로 멈추는 시간 마저도 약간 김빠질 정도이다. 하프 타임 전의 긴 휴식 시간은 따분해서 견디기 힘들다. 나는 내가 관심있는 축구 경기를 할 때 만큼은 자기 팀 응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훌리건과도 같은 모양이 되어버린다.
당연한 말이지만 승패에도 굉장히 집착한다. 밤 경기라면 승패에 따라 숙면의 여부가 결정된달까. 확실히 축구를 보면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아서 좋다. 여기저기 굴러가는 공, 내가 좋아하는 선수, 그리고 환상적인 골과 승패 여부에 말없이 집중한다. 어쩌면 그래서 축구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축구의 치열함과 축구를 볼 때의 몰입감 그런 것들이 내가 축구 경기를 아직까지 애청하는 이유이다.
메인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