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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Aug 28. 2024

꿈인가 현실인가

2024. 8. 28. 水

  요즘 흥미로운 것 중에 밸런스 게임이라는 게 있다. 당신은 민트초코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두 가지의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다른 것을 선택하는 것과 그 비율이 엇비슷할 때, 우리는 밸런스 게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특히, 50대 50이라는 비율은 마치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양쪽으로 나누어서 섬세하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갈라놓아도 만들기 어려운 수치이다. 이런 경우와 더불어서, 심지어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취향에 관한 것이라면? 밸런스 게임의 즐거움이 더욱 극대화된다. 처음의 예를 다시 들어보자. 나 쿼카가 모 커뮤니티에서 관찰한 결과,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은 정확히 50대 50으로 나뉜다. 또한 이 게임은 호불호도 확실하다.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사람은 시원한 그 맛을 치를 떨며 싫어하고,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름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으로 민초맛을 꼽기도 한다. 그밖에 관심이 갔던 밸런스 게임은, 파인애플이 들어간 피자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여름이 좋은가 겨울이 좋은가, 이상형의 조건은 외모인가 성격인가, 손흥민인가 박지성인가, 축구인가 야구인가 등이 있다.


  그 중에 내가 살면서 경험한 나름의 황금 밸런스를 자랑하는 성향으로는 이것이 있다. 세상을 살며 중요한 것은 현실감각인가 꿈을 크게 가지는 것인가. 즉, 꿈 현실 둘 중에 무엇 중요하게 느끼는 지에 대한 것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꿈이 중요할까 현실이 중요할까? 본인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추상적일 수 있지만, 양자 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꿈을 좆는 사람은 현실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고, 현실을 중시하는 사람은 꿈을 생각보다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황금 비율의 밸런스 게임임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이상주의자들은 현실주의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현실주의자들은 이상주의자들을 어리석다고 여기기 쉽기 때문이다. 즉,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


  오늘은 두 명의 현실주의자들과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 좁힐 수 없는 격차를 실감하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공평하며 온전한 시선을 서로 느껴보기도 했다. 두 명의 별명으로 빠오와 구이형으로 부르겠다. 여기서 빠오는 빠른 95년생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뜻이며, 구이는 92년생이라는 의미이다. 나는 저녁식사 자리로 양식점에 빠오와 구이형을 초대했다. 퇴근하고 먼저 식당에 도착하여 안쪽 자리에 앉아있는 빠오와 구이형에게서 생생한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구이형에게 오늘 일을 수고했다며 빠오는 감탄사를 흘리며 물을 따라주었다. 샐러드를 곁들인 파스타는 이미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안부를 묻고 약간의 시간을 끌던 우리들은 구이형의 질문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슨 일 때문인데? 구이형은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직장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보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컸고, 거기에는 나름의 합당해보이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구이형은 진지하게 수긍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그만두는 과정에 대해서 한번 설명해볼래?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에 약간 당황했지만, 퇴사 과정과 퇴사한 직후의 시간과 그 이후까지의 시간들이 빠르게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어떤 대답을 할지 잠시 고르고 있던 사이에 빠오가 옆에서 거들었다. 쿼카야, 일단 그만둔 다음의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게 중요해. 계획을 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빠오는 한 명의 직장후배였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그 팀의 인사담당자였고 그 후배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을 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후배가 들고 온 것은 A4용지 10장 분량에 가까운 서류였고, 그 서류에는 자신이 직장일을 그만두고 나서 실행할 것들에 대한 계획이 들어있었다. 스펙을 쌓고, 영어를 공부하고, 재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빼곡히 적혀있을 종이를 상상하니 빠오의 심정이 짐짓 상상이 간다. 대견한 동시에 뭉클한 감정이 든 빠오는 어린 후배의 패기를 서로 공유하며, 그래! 너정도면 충분해. 라고 말하고 사직서를 수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결국 그 빠오의 후배는 지금 이탈리아 옆에 붙어있는 몰타라는 작은 나라에서 유학을 가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빠오와 구이형은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겨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사기업의 악명높은 현실과 국제결혼밖에 길이 없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 조언은 웃기지만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생각보다는 가까운 현실이었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멀다고 느끼지만, 터무니없는 미래는 아닐 것이다. 그들이 국제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진지하지만은 않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가정을 꾸리고 싶으면 저렇게라도 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깨닫게 하기에 적합했다. 나는 풀이 죽어 앉아있었고, 구이형은 옆 테이블의 아기를 안은 여자와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저거 못할 수도 있어. 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그 말에 빠오는 배를 잡고 웃었고,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꿈을 선택하는 사람은 현실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이다. 이제 와서 한국 사회를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양자 택일의 슬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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