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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May 16. 2024

박소은은 모두의 문학

(2) 고강동

  박소은의 음악에는 문학적인 요소가 면면에 자리잡고 있다. 우선 가사부터 시적이다. '고강동'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제목과 가사에 등장하는 고강동이라는 동네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들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노래를 꽤 괜찮게 들은 감상자들은 홀린듯이, '고강동'이라는 단어를 초록색 검색창에 자판을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경기도 부천시의 실제 있는 동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놀랄 것이다)

  

  '고강동'은 컨트리와 로큰롤을 가미한 사운드에 재기 발랄한 가사가 돋보인다. 필자는 사실 실용음악 전공자도 뭣도 아니고, 평론가는 더더욱 아니지만, '고강동'의 스트레이트하고 락킹한 인트로를 처음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다. 다소 아기자기 하지만 베테랑 밴드 사운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짜임새있고, 듣기만 해도 치맥을 앞에 두고 축구 경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텐션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깔끔하며 호소력 짙지만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절제하는 여성 보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귀를 기울이며 가사를 곱씹어봤다. 아뿔싸, 가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기발랄하고 짧은 동시를 읽는듯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그렇다, 고강동은 사운드나 음색이나 가사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곡이다. 이 곡을 처음 알게 된 순간, 고강동을 통째로 산 것을 상상하는 박소은만큼이나 들뜨고 행복해졌다.


  그렇다면 '눈을 맞춰 술잔을 채워'라는 곡은 어떤가. 고강동과 동명의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인지도나 대중성면에서 박소은의 대표곡이 되기에 충분하다. 술상을 앞에 두고 귀엽게 도발하는 듯한 여성이 가사속에 등장한다. 이 곡 역시 일렉기타의 반주가 다소 무겁게 깔린다. 박소은 음악의 대부분은 여러 대의 기타가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다. 가사의 내용을 조금 살펴보면, '뭐가 어때. 나는 어리고 또 자유로운 건데' '나쁜 거니, 그런 기준은 어디서 배운 거니' 등 박소은만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박소은이기에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더 잔망스럽다고 해야할까. 사실 박소은의 음악은 대부분이 인디음악과 궤를 같이 한다. 결핍, 자기혐오, 궁상맞음, 우울 등을 노래하는 곡이 더 많지만, 이런 곡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듣는 이들로 하여금 열광을 자아낸다는 것이 그녀의 매력이다.


  그 밖에 '고강동' 앨범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곡은 '보통의 연애' '인생이 박살나던 순간' '너는 나의 문학' 등이다. 박소은은 다소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들을 처연하게 부르는 K-발라드와 다르고, 비장하게 부르는 K-락발라드와도 다르고, 지나치게 힘을 빼는 인디음악과도 사뭇 다르다. 단지 우울하고 외롭고 불안한, 부정적인 내용들을 부담을 느끼지 않게 문학적인 표현과 서사를 빌려 표현한다. 그것이 박소은의 음악을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것들이고, 내가 박소은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이며 앞으로 내가 대성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수 1순위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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