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사람을 미워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사람 싫어 인간이기 때문에 더하다.(헤이트 피플!)
한번 미워하기 시작한 사람은 보통 끝까지 미워한다.
미운 사람 주변까지도 미워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이런 마음을 조금은 고쳐먹어 본 사연이 있었다.
사건은 이러하다.
같은 부서에 후배 A가 있었다.
착하고 사교성이 좋은 후배였다.
나와 결은 썩 맞지 않았지만 나름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어느 날 이 후배 A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 B와 가깝게 지내는 걸 알아버려서.
안다. 좀 유치한 거.
하지만 어쩌나? 내가 싫은 것을.
'사람은 끼리끼리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또 그만큼 내가 B를 싫어했다.
물론 지금도 B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일을 정말 못한다.(해도 해도 너무하게 못한다. 진심으로!)
남에 중대한 해를 입혀도 표정변화 하나 없이 동태눈깔이다.
업무에 대해 몰라도 공부하거나 다시 실수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
싫어하는 이유는 더 많지만 나열하자면 더 싫어질 것 같아 이하 생략한다.
후배 A는 B와 좀 친하게 지냈다는 이유로 나와 (잠시) 손절당했다.
후배도 좀 억울해하는 눈치였다.
내가 꽤나 냉랭하게 대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후배와 서먹하게 지냈던 몇 개월 후.
나는 생각을 조금 고쳐먹었다.
딱히 계기는 없었다.
그저 '내가 왜 B 때문에 불편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을 뿐.
사실 친했던 후배가 싫은 건 아니었다.
그 후배는 친화력이 대단해서 입사할 때부터 다들 호감형이라 칭찬했다.
나도 그런 부분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깟 B 때문에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멀어지는 건 아깝다.
내 인생에는 좋은 사람으로만 채워 넣고 싶다.
싫어하는 사람이 내 인생에 영향을 못 미치도록 차단했다.
이 정도면 나름 잘 미워한 것 아닌가?
미움을 퍼뜨리지 않고 잘 모아 한 곳으로만 향하게 했다.
물론 B도 미워하지 않으면 참 좋겠지만.
어떤 방법으로 미움을 내려놓을지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했다.
미워하는 마음의 범위가 좁아지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성장해 간다.
어쨌든,
미워해도 잘 미워하기 (나름)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