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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 Apr 20. 2024

응급실과 연예인의 폭언

일반화의 오류는 알겠는데...

최근 연예인 S씨가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소식이 핫했다.

S씨가 출연한 드라마의 성공이 학폭 가해자라는 소식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는 연예인의 본체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을까?

학폭 가해자라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면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산다.

일반인도 상황 따라 가면을 바꿔가며 산다.

연예인은 오죽할까?

이미지로 ‘돈’을 버는 직업이다.

하지만 가면은 생각보다 쉽게 벗겨진다.


응급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연예인들이 온다.

내가 직접 본 99.9프로의 연예인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있다 조용히 갔다.

나는 0.1프로의 진상 연예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사실 그 많은 연예인을 봤는데, 진상은 지금 쓰는 이 연예인 한 명이다.



사람들에게 아내 사랑꾼이자 딸바보로 알려진 연예인에게 폭언을 겪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당 연예인도, 그 딸도 ‘병원 내 요주의 인물’로 지정됐다.

 

이전에는 나도 이 연예인을 좋아했다.

이미지도 좋았다.

사랑꾼, 딸바보라니 얼마나 좋은가?

출연하는 드라마도 챙겨볼 정도로 호감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본성은 ‘짜증 나고 불편한’ 상황에서 쉽게 나타난다.

딸이 아파서 찾아온 응급실에서 그가 보인 행동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설명하고 요청하는 의료진의 말을 잘라먹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제가 하는 설명을 들어주시겠어요?’라고 요청했다.

돌아오는 연예인의 반응.

마스크를 내리면서 ‘이 여자가 어디서 짜증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코로나가 창궐할 시기라 마스크 내리는 것에 예민한 시기였다)

상상이 안 되겠지만, 당시 분위기는 경찰을 불러야 하나? 할 정도였다.


진료 구역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해당 구역에 뇌졸중이 의심되는 응급환자가 있었다.

그 연예인의 딸은 경증 중에 경증이었다.

그러나 입실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우리 딸은 언제 봐주냐’며 뛰쳐나왔다.

의료진들은 뇌졸중 환자 처치중이었다.


일반 환자들은 저 환자가 응급인지 모른다고?

모를 리가 없다.

조금만 눈치가 있고 주변을 살펴볼 줄 안다면 저기가 급하다는 티가 팍팍 난다.

뇌졸중 환자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어쨌든 그 와중에 의사가 초진을 보았다.

하지만 이게 진료임을 인지하지 못 한건 지 언제 진료를 보냐고 또 나온다.

제발 뇌졸중 환자 좀 보자 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그 딸도 진료 과정에 불만을 품고 의사에게 엄청나게 화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건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므로 더 얘기하진 않겠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 아닌가?

이제 벌만큼 다 벌고 부자 동네에서 잘 먹고 잘 사니까 이미지 신경도 안 쓰나? 싶었다.

그날 있었던 의료진들은 그 연예인에 대해 전부 다 알 정도의 진상이었다.



이번 사건을 겪고 난 후 이 연예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반응은

‘그 사람 사랑꾼이잖아? 내가 일하는 카페에 왔었는데 엄청 젠틀했어.’


되묻고 싶었다.

일반인은 카페에서 안 친절한가?

비연예인은 카페에서 항상 진상을 부리나?

다 카페에서 평범하게 웃으면서 주문하고 픽업하는 거지.

그 사람이 뭐가 그렇게 특출 나게 젠틀해서 피의 실드를 치는지 화가 났다.


아, 이게 학폭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느낌일까 싶었다.

피해자는 얼마나 억울할까.

이렇게 소소한 일을 겪은 나도 화나는데.

학폭 피해자,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긴다.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어떻게 당했는지 모르면서! 돈 있고 유명하다고 이렇게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연예인은 좋겠다. 일면식도 없는 남들이 이렇게까지 좋다며 편 들어주고. 돈 주고 쓰는 알바도 안 이러겠다.’라는 비아냥이 절로 나왔다.



모든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모든 연예인이 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안다 일반화의 오류.

하지만 내가 겪으면 사방팔방 소문내고 싶을 정도로 억울하다.

어딘가에 쏟아내고 싶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나 또한 불특정 다수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나에게도 위안이 될 것 같다.


세상 사람들! 이것 보세요!
이 사람은 이런 나쁜 면도 있답니다!
마냥 젠틀하고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물론 특정 연예인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자체도 나름 위안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내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억울한 약자가 있다면 얘기를 들어주자.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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