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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 Feb 08. 2024

1등 친절 간호사의 고객응대법 - 분리

진짜 나와 간호사인 나

환자, 보호자를 응대하는 방법, 네 번째.



진짜 나와 간호사인 나를 구분하기


이건 응대를 위한 멘탈관리 방법이다.

내가 기분 나쁘고 화가 나면 당연히 응대할 때 친절할 수 없다.

친절한 척도 안 나온다.

마음에 화가 잔뜩 차올라 여유가 없다.


일상의 나로 환자를 대한다면 나에게 화내고 욕하고 소리 지르는 환자 때문에 열이 받는다.

같이 감정적으로 대하고 싸우게 된다.


하지만 간호사의 갑옷을 입고 환자를 대하면 화가 덜 난다.

한마디로 애초에 화가 나지 않는 나를 세팅한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환자는 내 가족도 아니고 그냥 남이다.

남이사 저런 인생의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긴다.



환자가 욕하면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속기사처럼 간호기록에 받아 적는다.


"씨발"

"미친년들"

"니가 뭔데"

"주사 빼버린다, 나 그냥 갈거라고."


등등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담겨있다.

이걸 받아적는 나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받아적어 증거남기기.

일이 커지면 기록은 윗선에서도 확인한다.


혹은 영상으로 증거를 남긴다.

추후 경찰신고 시 진료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할 증거가 될 수 있다.

(최근 병원에 방문한 경찰관님 피셜)



환자는 되도록 감정을 배제하고 대하는 게 나에게 좋다.

꼭 진상이 아니더라도 감정을 뺀다.

그저 인식할 뿐이다.


'환자 많이 기다려서 불편하다고 말하네.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럼 내가 할 일이 뭘까?'


이런 방향으로 생각한다.

'불편하겠다'라고 인식하지만 감정이입은 하지 않는다.


'내가 진료 안보는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뭐라 하는거야?'

'의사한테 지랄하지 나한테 괜히 지랄이네.'

'의사 오면 찍소리도 안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내 인생이 지옥이 된다.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해봤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안다.



이전에 겪었던 정신과 환자 이야기이다.


환자는 계속 울면서 죽을 것 같다고 하고, 보호자는 말도 없이 나가서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자살기도하려는 환자를 두고 보호자가 술을 마시러 나가다니. 와우.

이럴 때 내가 하는 생각은?

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환자에게는 휴지를 건네며 '많이 속상하셨나봐요.'한마디 한 게 전부다.

이후 말은 섞지 않았다.

환자와 보호자 둘이서 지지고 볶느라 바빴다.


이런 경우에도


'하... 왜 자꾸 보호자는 사라지는 거야? 제정신이야?'

'왜 자꾸 저러는 거야.'

'하... 빨리 집에 가고싶으면 애초에 병원을 오지 말던가. 병원이 호텔이야? 지들 맘대로 들락날락하게?'


이런 감정이 섞이면 내가 힘들다.


정신간호학적으로 개입하는 것과 환자를 대하는 마인드는 다른 일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아마 평생 그렇게 살 것이다.

내 가족도 아니니 잔소리를 할 수도 없다.

물론 잔소리 한다고 고쳐지지도 않는다.

(사람 고쳐쓰는 것 아니라 했다)


남들이 어떻게 살든 나랑 관계가 없다.

환자, 보호자는 나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다.

감정을 빼고 대해야 오히려 친절해질 수 있는 모순이다.



나만의 팁을 써보았다.(너무 길어졌다.)


믈론 이게 나의 전부는 아니다.

나도 실천 못 할 때가 있다.

친절간호사라고 화 안 내고 살겠는가?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하는구나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고객만족을 외치는 병원을 위해 친절하라는게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도 이렇게 생각해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리고,

언젠가 '내부고객'이 만족해야 '외부고객'도 만족한다는 사실을 병원들이 꼭 깨닫길 바란다.

(병원들은 인력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병원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외부고객'을 응대하는 나만의 방법, 이만 줄인다.


모두들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직장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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