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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사고를 당한 후

by 황인갑

우리 교회는 시골 작은 교회다. 교회 안에 페인트칠이 자꾸 떨어져 지저분했다. 그래서 집사님이 베니다 합판을 사서 페인트칠을 하려고 일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목재를 사 오고 또 목재에 못을 박는 총이 고장 나서 무안읍 철물점에 가서 고치려고 했으나 고치지 못했다. 그래서 최목수가 다른 총을 빌려주었다. 집사님은 맨발로 사다리를 타고 일을 시작했다. 연세가 78세이시다. 오후에 내가 잠깐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빈 사이 사다리가 미끄러져 추락해 119를 불러 병원에 갔다.


무려 17일간이나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을 하고 통근치료를 한다. 두 발목에 깁스를 하고 2주 후에 오라고 한다. 그런데 간호사가 산재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산재는 처음이고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산재가 되면 좋겠다고 주위분들이 권유를 했다. 교회가 산재처리가 되는 경우는 희박했다. 전에 판례가 있어서 목사도 노동자로 한 사례가 있다. 반신반의하면서 조사표를 작성하고 여러 가지 증빙서류를 첨부했다. 나중에 근로복지공단 보상과에 신청서와 조사표를 작성했다. 산재 보험료도 나왔는데 매달 내는 것이 아니고 1회성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승인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 오늘 산재보험료와 요양비 휴업신청까지 했다. 어떻게 산재가 승인되었느냐고 신기하게 물어보았다. 서류를 성실하게 작성하고 실제로 교회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했다.


병원에 사무를 담당하는 분이 집사님의 아내에게 목사님이 수고했으니 밥을 사라고 한다. 그러니 밥이 문제겠습니까 하며 감사를 표시한다. 전에 세무서에 소득신청서를 했더니 오히려 생활비가 나와서 백만 원 이상을 받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로 국가에서 혜택을 받게 되어 기쁘다. 이런 좋은 제도가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받게 되니 재해자도 기쁘고 그 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고심했던 나 또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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