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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Jan 11. 2022

강릉 아르떼뮤지엄 그리고 바다

미디어아트 전시

작년 2월엔 DDP에서 팀랩 라이프 미디어아트 전시전을 다녀왔고 이번엔 강릉 아르떼뮤지엄에 갔다ㆍ


그땐, 호두와 같이 보는 첫 전시전이기도 했지만 대규모의 미디어 스크린 화면을 마주하는건 나 역시도 처음이라, 과학기술과 예술의 진보에 압도되어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느꼈다.


고전적 예술과 아트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것 같지만 이전에는 없었던 생경한 장르의 확장은,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감각의 게으름을 깨우라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쉽고 아름다운 변화의 시도를 경험해볼 수 있어 다행인 한편 인생사진을 건지겠다는 군중의 집합이 미디어아트를 얼만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건 주로 어른들이었다.

아이들은 손을 뻗어 피부에 비치는 빛과 무늬에 집중했고,

바닥에 총총 퍼트려지는 색그림자를 발로 잡아보겠다고 동동거렸다.

신기할 것이 많은 아이들은 거대한 스크린에 반사되는 세상에 환희하며, 상상력을 쌓지만 어른들의 접근 방법은 최소 두가지의 관람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첫째, 사진촬영과 자유로운 관람 동선이 가능한 시간대.

둘째, 사진촬영은 불가 소수의 인원으로 스크린 앞에 침묵과 명상을 행할 수 있는 시간대.

캄캄한 방안에서 검게 물들여진 자신을 거울로 비춰보고,

그 어느 밤 불안감에 몸을 내던진 꿈속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풍경을 빛과 조명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꿈에서라면 홀로된 정적을 가질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고요와 개인공간 확보는 사치이자 이기심이었다.


무의식 자아의 방을 만들볼 수 있다면 이것과 비슷할까 ?

아주 조금은 닮아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떼 뮤지엄에서의 관람을 끝내고 강릉 초당 순두부 마을에서

얼큰 순두부 정식을 먹었다.


짭짤한 비지로 혀를 돋구고, 얼큰한 국물에 순두부와 밥을 포실 포실 으깨어 먹었다.


배달음식을 달고 사는 위에게 화해를 청한 한끼였다.


가까운 곳에 강문해변이 있었고, 걸어갈 법도 한데 차를 끌고 갔다.

차가 있는 곳도 우리가 걷다 돌아온 곳도 바다 앞에 있었으면 했다.


호두는 강릉에 왔을때, 힘든 일을 겼던 시기였고 바다를 보다, 술을 마시다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같은 장소에서 누군가의 쓰린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덮어지기 위해 몇번의 재 방문과 얼만큼의 기쁜 추억을 만들어야 할까.


나는 실없는 농담이나 헛짓거리로 그의 실소를 터트리게 할 순 있어도 아픈 기억을 덮어줄 만한 따뜻한 유머를 품은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그건 어쩔수 없는 영역의 문제란 생각이 든다.

위로를 건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치유나 회복에 관한 자기 반응은 확신할 수 없다.


바다를 보면서, 답답함을 개워내고 돌아가는것을 우리는 할 수 있었고

나쁜 기억을 덮어질만한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어쩌지 못함을 버리고 어쩌지 못함을 얻고 돌아오는 길을 걸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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