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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물고기 May 26. 2022

태안 캠핑이야기

여유를 찾는 방법은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


수많은 유튜브 강의, 계발서 책 등등의 매체는 보고 있을적엔 각성하게 되고, 마음먹기의 문제로 언제든 실천만 하면 그와 비슷한 삶의형태를 흉내내볼수 있겠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제껏 살아온 방식의 굳은살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한겹 한겹, 아프지 않게 혹은 무리하게 떼어내더라도 인이 박힌 자리는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여유를 찾자'라는 생각과 다짐만으로는 나의 머리와 몸을 속이기 어렵다.


실제로 탱자 탱자 여유를 부리면서도 제 할일은 해내는 행동을 해야 몸과 마음은, 아 이것이 거짓부렁은 아니구나 하며 최소한의 협조를 해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캠핑을 통해 찾고자 했다.


캠핑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던 시기도 있었다.


그 많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펼치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원래 있던 자리로 꾸역꾸역 밀어넣는 과정에서, 애초에 짐이 없는 여행을 하는게 더 합리적이고 덜 피곤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고생하면 경비를 아낄 수 있다는 암묵적인 여행의 공식도 캠핑은 그닥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일단 캠핑 장비를 마련하는 초기 비용이 클 뿐더러, 먹거리를 사는일, 감성 충만한 캠핑에 다가서기 위한 아이템들을 향한 욕심은 이정도면 되었다라는 만족은 없었다.


그럼에도, 봄부터 가을까지는 사이트 예약만 자유롭다면 캠핑장을 찾고 싶다.


초반에는 빨리 빨리 쉴 곳을 만들어서 빨리 빨리 밥을 지어먹고, 빨리 빨리 잠을 자고 싶다는 빨리 빨리 굴레에 갇혀 이번에도 캠핑을 다녀왔다는 경험치의 만족만을 찾았다.

캠핑장에 가기 전,그 지역의 다른 여행지들을 둘러보고 갔기 때문에 시간에 쫓긴 탓도 크다.


하지만 얼마전 부터의 캠핑은 (차박이 아닌 텐트를 치기 시작하면서부터) 다른곳에 둘러볼 생각따윈 없이 곧장 캠핑장으로 입실해, 텐트를 세우고, 세간살림을 원하는 동선과 꾸밈에 맞게 배치했다.


천천히 정성을 들여 그날의 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정성을 들인만큼, 텐트 집은 예뻐지고, 세찬 바람을 이겨낼 탄탄한 집으로 강화되었다.

그런 과정은, 현실에선 웬만큼의 돈으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없는 좌절감을 충족시켜 주었다.

영국, 미국, 홍콩 등에선 초 살인적인 주택 물가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주거 형태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봤었다.

텐트, 트레일러, 선박등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겐 최후의 선택이자 불가피한 생활 전쟁이겠지만 텐트가 내 집이 아닐 수 있어서 낭만 여정을 떠날 수 있다.


이번에는 태안에 있는 사목공원캠핑장으로 갔다.


나, 호두, 엄마와 엄마의 친구분과 같이 4명이 갔는데 빈자림 알림으로 아슬아슬하게 예약한 사이트였으나, 이 자리 만큼 좋은 자리는 없다라고 결론낼만큼 훌륭한 자리로 안착할 수 있었다.


엄마 친구분의 캠핑장비 덕에 넓은 텐트 살림을 할 수 있었다.

소나무가 만들어주는 높은 그늘 천장에, 시원한 바람이 폭포수 처럼 쏟아졌다.

바다가 멀리 도망갔을때의 갯벌, 바짝 다가왔을적의 충만한 바다가 눈앞으로 펼쳐졌다.

엄마가 감자전과 막걸리를 준비하는 동안, 호두랑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캤다.

체험학습 활동을 자주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이였던 우리 둘은, 서른이 넘고서야 갯벌체험을 해보았다.


무턱대고 호미질만 하다보니 조개는 코빼기도 볼 수 없어 시무룩했었다.

그러다 판 자리를 손으로 휘휘 젓다보니 드문 드문 조개가 걸려 왔다.

조개캐기의 경험을 마친 후, 누군가 조개를 캐러 간다고 하면 약간의 팁을 알려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1박은 너무 짧다.


낮잠 한번, 산책 한번에 저녁먹을 시간은 훌쩍 다가오고 저녁을 느긋이 먹고 나면 자는것외엔 딱히 할 일이 없다. (그때쯤 부터가 매너타임이기도 하고)

해먹에 매달려 책을 보겠다는 결심으로 해먹을 설치하고 책을 가져오지만, 이번에도 책은 한글자도 보지 못했다.


엄마와 엄마 친구분의 성향이 너무도 달라 한번씩 투닥거리긴 하셨지만 두분 사이에는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아 좋다 좋다를 연발하는 엄마는 캠핑장에 만족하고 있는건 당연했고, 친구분도 이 캠핑장에서의 시간을 즐기실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번 캠핑 이후로, 완전히 등을 지신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어떤 부분들이 힘들었고, 거슬렸고, 적응하기 힘들었는지 말씀을 해주셨더라면 엄마도, 나도 대체 왜 화가났을까 라는 생각보다 우리의 태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라는 생산적인 생각을 했을것 같다.

모든 사람이 낯선 타인과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없고, 호감을 살 수 없단건 알지만 어쨌든,  마음이 즐겁지 못하고 상처 받은 사람이 생겼는데 성향차이라며 무턱대고 덮어두고 싶지 않다.


성향 차이라는 무기는 오해를 풀기위한 충분한 대화 시도후에도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때 꺼내 쓰고 싶다.


누군가는 느긋하게 캠핑 생활을 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1박 이후엔 빨리 집에 가고 싶을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반성을 한다.

서로서로 합을 맞추며 짐을 정리하고 펴는 활동이기 때문에 가깝지 않은 사이라면 작은 감정표현이 서로를 쉬이 할퀴기도 할 것이다.

자연은 사람의 많은걸 치유해 주지만,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자연의 품안에서도 가라 앉지 않는다.

조금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주도하며, 응어리진 마음을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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