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아르바이트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지만 대학 졸업후에도 아르바이트가 종일 근무로 변경했을뿐 취업준비도, 다른 직장에 옮겨갈 생각도 못했었다
근본없는 중년이지만 그래도 사회초년생들에게 한마디를 보탠다면 첫직장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ㆍ
어떤 업에 종사하게 될 지는 첫 발을 내딘 그곳에서 시작되며 그 발은 때론 진흙탕속에 빠진것 처럼 쉽게 빠지지 않는다ㆍ
영화 다음 소희는 애견미용관리쪽을 공부하던 고등학생 소희가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ㆍ 익숙한 콜센터 풍경이 펼쳐지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책상, 누구도 나의 콜을 도와줄 수 없는 외로운 사투ㆍ
영화에선 소희가 받는 콜 중간에 팀장이 대신 낚아채 목소리를 내지만 현장에선 그럴 수 없다ㆍ
고객이 알아서 끊어주기 전까지 끝까지 버텨야 한다ㆍ
이석시간, 작업시간, 통화시간이 초단위로 기록되기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할 직종은 단연코 콜센터일 것이다ㆍ
매일 수화기 너머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시와 경멸을 받으며 내 자존감과 존엄성은 무너져 갔다ㆍ
우울증과 술과 담배가 감기처럼 퍼져있는곳이 그 세계였다ㆍ
콜센터를 떠나 일반 사무실에서 똑같이 전화를 받고 고객응대를 하는 일을 하지만 콜센터를 겪고 난 후의 직장은 독기 빠진 순한맛이었다ㆍ
퇴사자와 입사자가 쉼없이 물갈이 되는 곳에 직업경험을 해보라며 학생을 보낸다ㆍ
학교는 학교대로 취업률 몇프로 달성이라는 트로피가 필요해 학과와 관련성도 없는 업체로 보내고 실습을 나온 콜센터에서는 해지방어율, 콜 수등의 실적 압박을 준다ㆍ
당돌하게 제 할 말은 할 줄 알았던 소희의 시들어가는 모습이 아렸다ㆍ
그 모습은 나와 그때 그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ㆍ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 팀장 뒤로 어린 고등학생 소희가 따라간다ㆍ
하청 콜센터를 대기업에 어렵게 넣어준거라며 생색내는 학교, 그러니 절대 그만두면 안된다는 압박ㆍ 그에 반해 실습생은 쉽게 그만두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 때 지급할 수 없다는게 관례라는 회사ㆍ
값싼 임금으로 굴려먹는 노동시장을 학교와 산업체의 협동으로 개척되고 있었다ㆍ
어쩌면 소희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ㆍ 팀장의 내부고발이 본사의 돈막음 앞에 흐지부지 덮히는걸 보면서 노동자의 편은 아무도 없다는걸ㆍ 끝까지 서류(팀장의 죽음은 회사와 관계 없다는 내용에 동의하는 서류)에 사인하지 않고 버텼던 마음이 꺾이는 순간 소희 가슴 안에 사회에 대한 희망,기대, 미래도 무너졌다ㆍ
소희의 죽음을 조사하는 경찰 유진은 조사 과정에서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학교, 사업체, 그리고 사회의 시선 앞에 아이들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지켜주려는 인물로 변화해 나간다ㆍ
유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영화가 호소하는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느껴졌다ㆍ
초반 서늘하게 차갑던 경찰에서 소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것은 명백한 산재라는 울분과 슬픔을 드러내는 입체적 감정을 배두나는 너무도 투명하게 표현해주었다ㆍ
춤출때 환하게 빛났던 소희의 뒤늦게 발견된 휴대폰 안엔 유서도 어떤 설명도 없다ㆍ 그저 자신의 춤 영상 하나만이 있을 뿐ㆍ 자신이 살아있었고 살고싶은 순간은 오직 그 하나였다는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