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틈새라면을 좋아합니다.
다른 라면들과 달리 목을 탁 치는 칼칼함이 있기에 좋아합니다.
아무 득도 없는 헛된 폭음을 일삼던 20대 때, 가장 싼 값으로 내 오장을 달래 준 추억이 있기에 좋아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틈새'라는 어감이 귀여워서 유달리 틈새라면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틈새라면은 명동 바닥 3평 공간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수십 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매운 고춧가루를 팍팍 넣어 가게에서 팔던 '빨계떡'은 지금은 상품화가 되어 편의점, 마트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습니다.
틈새라면은 농심, 삼양, 오뚜기 같은 라면 대기업 틈바구니 틈새를 비집고 자기만의 자리를 확보했습니다.
(틈새라면이 팔도 이름으로 출시되는 것 같은데 따지지 말고 그냥 넘어가주세요)
이름값 한번 멋지게 해낸 틈새라면입니다.
세상엔 많은 기업의 성공 스토리들이 존재합니다.
각 기업 마케팅팀을 통해 각색되고 미화된 내용으로 세상에 알려집니다.
하지만 틈새라면의 창업스토리는 마냥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1981년 명동 골목의 그야말로 3평짜리 틈새에서 라면을 팔기 시작함'
이게 끝입니다.
내 마음대로 짐작컨대,
난 틈새라면 창업주가 처음부터 오늘 같은 틈새라면 모습을 기획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당시 본인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수준에서 가게를 구하고, 그저 본인 입맛에 맞는 라면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팔다 보니 이 라면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차츰차츰 늘었을 것이고, 그러다 뜻하지 않게 기회를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찾아온 기회들을 잘 살려서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일지 모를 일입니다.
틈새는 벌어져 난 틈 사이라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또, 틈새는 어떤 행동을 할 만한 기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틈새라면 창업주는 명동 거리 사이에 낀 3평이라는 공간의 틈새를 찾아냈고,
우연히 찾아온 기회의 틈새를 멋지게 파고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나에게도 나만의 틈새가 생겼습니다.
출근 후 업무 시작 전까지 2-30분의 여유 시간과 1시간의 점심시간이 나만의 틈새 시간입니다.
주로 이 시간에 브런치에 뭔가를 씁니다.
(브런치 작가 승인 이후 시작했으니 한 일주일정도 된 거 같습니다.)
이 조막만 한 틈새를 활용해 브런치를 읽고 쓰고 하는 것이 당장 내 인생에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딱히 뭘 바라지 않기에 지금은 그저 즐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물론 꾸준히 틈새를 벌리다 보면 황금 박 씨를 문 제비가 둥지를 틀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1그램 정도 있습니다.)
틈새라면 창업주가 자기만의 틈새에서 묵묵히 라면을 팔았 듯, 나도 나만의 틈새에서 묵묵히 읽고 써보겠다며 지금 또다시 키보드를 잡고 있습니다.
나도 내 입에 맞는 라면이 나올 때까지 꾸준히 끓여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끓이다 보면 내가 끓인 라면도 맛있어지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