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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다 Jul 22. 2024

마음건조


비가 땅을 적신다. 

빗방울은 낙하 중에 세상의 냄새를 껴앉는다.

곳곳의 삶의 냄새가 뒤엉켜 세상은 이내 비릿해진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비는 '타닥타닥' 짧은 비명을 지른다.

사람들은 널브러진 빗방울을 '철벅철벅' 밟아대며 다시금 일으켜 세운다.

제세동기 충격받은 심장처럼 튀어 오른 비는 또 한 번 땅을 적신다.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비가 온다. 

비를 뿌리는 구름이 빛을 가리고, 볕을 지웠기 때문에

세상은 뿌옇고 탁하다. 

때문에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 중에 분명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늘의 내 마음은 정(靜)하다

한참을 쏟아붓던 비가 잠깐씩 멈춘다. 순간의 고요에 나는 영향받는다.

지금의 나에게는 어떤 의욕도, 의지도, 의미도 없다.

그저 산소를 들이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공기청정기 역(易)의 역할만을 겨우 해내고 있다.



무얼 해야 하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무얼 쓰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기만 하는 오늘은 그런 날이다.



비가 그치고,

빛이 나오고,

볕 아래를 걷게 되면,


축축한 내 마음도 마를까?




마음을 건조기에 돌리고 싶은 날.



[靜 - 고요할 정]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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